고점 의견 분분...내달 KRX300에 촉각
[뉴스핌=김민경 기자] 작년부터 코스닥 시장 상승을 견인해온 바이오주에 대한 증권가 우려가 최근 이어지고 있다. 대장주 셀트리온 3형제(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이달 신고가 대비 25% 넘게 떨어졌다가 다시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이다. 연일 출렁이는 바이오 주가에 대해 증권가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투자자들은 내달 발표되는 KRX300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주요 코스닥 바이오주 주가 등락 추이 <자료=대신증권 HTS> |
◆'셀트코인'(셀트리온+비트코인) 신조어...바이오株 고점은?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주가 조정이 코스닥 바이오의 '민스키 모멘트'의 현실화를 암시하는 전조가 아닐까 우려스럽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서히 바이오주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민스키 모멘트란 경제적 안정에 도취돼 리스크에 크게 둔감해졌던 이들이 투기적 차입을 늘려가다 어느 순간 이를 감당할 수 없어 우량자산 투매와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는 현상을 말한다.
김 연구원은 "MSCI BM 기준 한국 바이오가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까지 왔다"며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대책과 수급 논리에 앞서 바이오주의 민낯을 직시할 때"라고 지적했다.
코스피 이전상장에 대한 우려도 있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에선 시총 4등, 코스피200에선 유동 시총 기준 7위에 해당하는 셀트리온이 과연 SK하이닉스, 현대차, POSCO, KB금융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는 코스닥 바이오 전체에 해당하는 문제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24일 기준 36조8400억원이다. 시총 35조원을 기록한 현대차를 넘어섰다. 하지만 작년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현대차 5조원(증권정보업체 FN가이드 추정), 셀트리온 5000억원으로 10배 차이다.
김 연구원은 "4분기 실적시즌이 일단락되면 연준 금리인상 변수로 시장 초점이 옮겨질 것"이라며 "글로벌 스타일이나 섹터 주도권의 경기민감 대형 가치주로 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외국계 증권사 역시 셀트리온의 주가 과열에 대해 잇따라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해 11월에는 모건스탠리가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매도 의견을 제시했으며 지난 17일에는 노무라증권이 "셀트리온 주가는 최근 6개월 동안 227%나 상승해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 상승률 36%를 훨씬 웃돈다"며 "향후 이익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도 최근 주가는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강양구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바이오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는 분위기"라며 "다만 국내 바이오주의 경우 주가가 이미 너무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그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최영권 하이자산운용 대표도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로 헬스케어 업종의 시총이 지속적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성장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장률이 밸류에이션을 뒷받침하면서 실적으로 보답한다면 주가도 정당화되고 안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셀트리온으로 대표되는 바이오주에 대한 거품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최근 한 달 공매도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 주식을 빌려 판매한 뒤 주가가 실제로 하락하면 싼 값에 되사서 갚는 투자방법이다. 주식이 오를 경우 손해를, 주식이 하락하면 이익을 보게 된다. 공매도 규모가 크다는 얘기는 그만큼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가 된다.
지난 9일 셀트리온이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또다시 지정됐다. 18일 바이오톡스텍이, 19일에는 에스텍파마와 에이치엘비가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불과 2주 사이 지정된 15개의 공매도 과열종목 가운데 4개가 바이오 관련주다. 셀트리온의 경우 이달 공매도 잔고비율이 5%대로 떨어져 지난해 7~8% 선에 비하면 낮아졌지만 여전히 타 종목 대비 높다.
◆KRX3000 편입 주가 안정세 전망…주가 향방은 미지수
증권가에선 내달 KRX300이 발표되면 변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특히 코스피 이전을 앞두고 있는 셀트리온의 경우 이전 상장 타임라인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매입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 주가는 알기 어렵지만 셀트리온의 경우 아직 기관들이 많이 담지 않아서 지수에 포함되면 추종 인덱스나 펀드들을 통해 매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영권 하이자산운용 대표는 "현재 코스닥에 있는 종목들은 기관투자자가 벤치마크 할 수 없기 때문에 변동성이 클 수 있다"며 "KRX300이 발표되고 기준수익률이 된다면 벤치마크 삼는 종목을 빼고 운용하기 어려우니 변동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효과가 당장 드러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호 연구원은 "KRX300은 기존 코스닥, 코스피 지수와 중첩되는 부분이 있어서 추종 자금이 얼마나 늘어날지 미지수"라며 "새로운 벤치마크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단기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영권 대표 역시 "코스피를 벤치마크로 삼아왔던 에셋오너들이 하루아침에 KRX300으로 바꾸진 않을 것"이라며 "이 지수가 갖는 의미가 어느정도 자리잡은 후 아마 내년 정도에는 외국인까지 벤치마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김민경 기자 (cherishming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