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재무장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환율 문제가 다보스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지난 24일(현지시각) 달러화 가치를 3년래 최저치로 끌어내리자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유럽 재무장관들이 반격에 나선 것.
유로화와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뒤늦게 므누신 장관이 입장을 수정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달러화는 추가로 하락했고, 주요국 재무장관들은 커다란 우려를 내비쳤다.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25일 장중 0.5% 추가 하락, 88.75로 떨어졌다.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0.6% 하락했고, 엔화와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각각 0.4% 내외로 밀렸다.
전날 므누신 장관의 약달러 선호 발언에 따른 파장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달러화 관련 발언은 이전의 입장과 같은 맥락”이라며 “미국은 단기적인 달러화 가치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달러화 하락에 제동을 걸지 못했을 뿐 아니라 유럽 재무장관들을 진정시키는 데도 역부족이었다.
유로화가 달러화에 대해 3년래 최고치로 오르자 어렵사리 회복 기조로 접어든 유로존 경제가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므누신 장관의 전날 발언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유로화 강세는 유로존의 수출 경쟁력을 저하시켜 성장 발목을 붙잡는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에도 방해가 될 수 있다.
브루노 리 마레 프랑스 재무자관은 다보스의 취재단과 만난 자리에서 “통화 가치는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해야 한다”며 “이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 7개국(G7)의 공식 입장이며, 여기에 책임감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므누신 장관의 전날 발언은 1970년대 미국 정책을 떠올리게 한다”며 무역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역사적으로 특정 국가가 보호 무역주의 기조를 취할 때 다른 국가 역시 같은 행보 혹은 그보다 한층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을 취했다”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도 미국을 향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였다. 필립 하몬드 재무장관은 므누신 장관과 자리를 함께 한 패널 토론에서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떨어졌던 파운드화가 상승 흐름을 타고 있고,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므누신 장관에게 감사를 전한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