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20만명 청원 돌파..靑 답변 대기중
교육부 2008년 폐지 성평등 부서 부활 주목
"교육 전반에 전문가·프로그램 도입 필요"
[뉴스핌=황유미 기자] '초·중·고등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돌파하면서 청와대 답변에 귀추가 주목된다.
많은 국민이 해당 제안에 지지를 표한 만큼, 현장 교사 및 전문가들은 성평등 교육의 체계적 도입을 위한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 5일 20만명 이상의 참여를 받으면서 마감된 '초·중·고등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와대 청원 게시글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
페미니즘 교육(양성평등 교육)은 남성 중심의 한국사회에서 상대적 약자인 여성주의의 관점에서 교육을 바라보자는 취지를 담았다. 성차별적 요소를 바로잡음으로써 사회의 성차별적 관행을 고쳐나가자는 교육 이론이다.
지난 5일 청와대 청원게시판 '초·중·고 학교 페미니즘교육 의무화' 글은 모두 21만3219명의 참여를 얻으며 마감, 청와대 공식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청원인은 "아직 판단이 무분별한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여성비하 요소가 들어있는 단어들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현장 교사들은 학생들의 '여성혐오' 표현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전교조 여성위원회가 지난 7월 교사 636명을 대상으로 교실 내 여성혐오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학교에서 '여성혐오표현'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경우가 59.2%에 달했다.
경남의 초등학교 교사 정모(여·31)씨는 최근 복도에서 고학년 남학생들이 "애미OOO" "애미 OOO?"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주의를 줬다. 이씨는 "학생들은 인터넷방송이나 게임에서 이런 말들을 접한다. '느금마' '김치녀' 등 표현을 종종 쓰는데 주의밖에 줄 수 없어 성평등에 대해 가르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여성 성기와 관련한 단어나 '맘충' 등 여성비하 표현도 남학생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된다.
일부 교사는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선입견을 막자는 이야기다. 서울 성북구 초등교사 김모(30)씨는 "초등학생들은 아직 어려 모든 걸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며 "자칫 여성 쪽에 치우칠 수 있어 페미니즘 교육에 신중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성평등 교육의 필요성은 강조되지만 체계적으로 준비·실행할 토대는 마련돼 있지 않다. 교육부의 성평등 교육정책은 2008년 성평등 교육정책 전담부서 폐지와 함께 흐지부지됐다. 아직 전담부서는 개설돼 있지 않은 상황.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에 대해 청와대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교육당국 및 정부부처가 근본적인 성평등 교육을 진행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애 전교조 여성위원장은 "기존 성평등 교육은 성폭력·성희롱 방지 차원에서 '남여는 평등하다. 인권은 소중하다'는 측면만 얘기했다"며 "성차별 문제 전반을 다루려면 이런 문제들의 근원이 무엇인지 페미니즘 시각에서 교육과정 안에 녹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평등 교육은 우리 사회 차별이 개인이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임을 알려주는 것이어야 한다"며 "교육부를 비롯해 모든 부서에 성평등 정책 전문가가 있어야한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