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이사회 결속시키려는 퀄컴의 전략"
[뉴스핌=최원진 기자] 미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업체인 퀄컴 주주 총회 30일 연기를 명령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퀄컴 <사진=블룸버그> |
이는 정부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경쟁 업체 브로드컴에 의한 인수 제의가 국가 안보를 위협할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내린 조치다. 당초 6일로 예정된 퀄컴 주주총회에서 투자자들은 브로드컴이 지명한 6명의 퀄컴 이사 후보들에 대해 선임투표를 할 예정이었다.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IFIUS)를 이끄는 미 재무부는 30일간 투표 연기가 "CIFIUS가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에 대해 충분히 조사할 시간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의 경영진이 회사의 독립을 유지하려 함에 따라 이번 투표 지연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적대적인 인수 합병의 초기단계라고 FT는 보도했다.
브로드컴은 이 결정에 "실망" 했다며 "동사는 퀄컴이 지난 1월 29일 비밀리에 CIFIUS에 조사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지난 4일 밤에서야 통보받았다. 결국 퀄컴의 연례 주주총회 48시간 전에 연기를 통보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퀄컴이 현 이사회를 결속시키고 자신의 주주들이 브로드컴의 독립적인 이사 지명자들에 대해 투표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추진한 노골적이고 필사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이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해 미국의 기술을 외국 기업에 이전시킬 수 있는 거래를 검토하고 이를 막기 위한 미국의 결단력을 보여준다. 미국 국회 의원들은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중국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와 브로드컴의 오랜 관계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정부가 해외의 국내 업체 인수에 관여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9월 CIFIUS는 국가 안보를 근거로 중국 국영 벤처캐피탈펀드를 포함한 투자자 그룹의 13억달러(약 1조4036억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 기업 래티스 인수를 차단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