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새벽 정무비서 성폭행 인정 사과·사퇴..출근 안해
오후 도의회서 사표수리..형사처벌도 면키 어려울듯
'충격' 도청 공무원들...“잘못했으면 처벌받아야”
[홍성=김규희·김학선 기자] 6일 오전 내내 충청남도 홍성의 충남도청 도지사 집무실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도지사의 업무를 보좌하는 비서실 문도 열리지 않았다.
전날 밤 한 종편 뉴스 인터뷰를 통해 전해진 안희정 충남 도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파문의 여파 때문이다.
이날 새벽 SNS를 통해 자신의 성폭력을 폭로한 김지은 씨에게 사과하고, 도시사직 사퇴 및 정계 은퇴 의사를 밝힌 안 지사는 도청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자신의 측근인 정무부지사와만 연락이 닿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무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전격 사퇴했다. 정치활동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6일 충남도청 도지사실이 굳게 닫혀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안 지사의 정무비서인 김지은 씨는 전날 밤 8시경 JTBC 방송 인터뷰를 통해 안 지사로부터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동안 4차례에 걸쳐 성폭행 당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 씨는 “그가 가진 권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고 있기에 저는 늘 수긍하고 그의 기분을 맞추고 지사님 표정 하나 일그러진 것까지 다 맞춰야 하는 게 수행비서였기 때문에 아무 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방송이 나가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후폭풍이 몰아쳤다. 야당은 안 지사의 즉각적인 도지사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으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사과와 함께 즉각적인 출당 조치를 선언했다.
그로부터 몇시간 지난 6일 새벽 안 지사가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공개 사과하고 사퇴의 뜻을 밝혔다. 그는 “모든 분들게 정말 죄송하다.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지은 씨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 입장은 잘못이다. 모두 다 제 잘못”이라며 “오늘부로 도지사 직을 내려놓겠으며 일체의 정치 활동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유력한 여권 대권주자의 정치인생 마지막회가 하룻밤 사이 흘러가 버린 셈이다.
남궁영 충청남도 행정부지사가 6일 오전 충청남도 도청 기자실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 성폭행 파문과 관련한 브리핑을 마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아침이 되자 충남도청도 급하게 돌아갔다. 충남도청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안 지사의 도지사직 사퇴를 공식화했다. 이날 충청도의회서 사표가 수리 되는대로 남궁영 행정부지사가 권한대행을 맡는다.
남궁영 행정부지사는 “먼저 이번 일로 실망하고 도정을 걱정하는 도민께 행정부지사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도지사가 안계신 비상상황인 만큼 저를 비롯해 실국장들, 충남도 4700여 공직자들 모두 큰 경각심과 도민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일 할 것을 다짐한다”고 전했다.
충남도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공무원은 “어제밤 소식을 접하고 다들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있어선 안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 공무원은 “잘못에 대해서 처벌받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며 “순리대로 진행될 것”이라 말했다.
안 지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정무라인도 이날 사퇴의 의사를 밝혔다. 다만 성폭행 폭로 당사자인 김지은 정무비서는 본인 의사에 따라 조치될 예정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정무비서인 김지은 씨가 안 지사의 성폭력을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6일 충남도청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도민들은 화를 참지 못했다. 한 30대 남성은 홍성군 소재 충남도지사 관사에서 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청원경찰이 관사 진입을 막자 미리 준비해 온 야구방망이를 던져 관사 유리창을 깼다. 남성은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에 연행됐고, “언론 보도를 보고 화가 나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충남도의회는 오전 도 인재육성과로부터 전달받은 안 지사의 사임통지서를 결재했다. 개인 신상을 이유로 사직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도의회는 오후 2시에 열리는 임시회 본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사실상 정치인생이 끝난 안 지사는 형사처벌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이날 안 지사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충남경찰은 기본 사실관계를 확인 후 정식수사로 전환할 계획으로, 수사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경무관급인 충남경찰청 이충호 2부장(경무관)이 지휘하기로 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직접 내사를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