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정치

속보

더보기

[인터뷰] "피해자 80%가 女 부사관"..당해도 말 못하는 軍 성폭력

기사입력 : 2018년03월29일 16:44

최종수정 : 2018년04월06일 10:06

육군 소령 출신 젠더 디자이너 김종일씨
"軍 폐쇄적 문화에 피해자 두 번 운다"
"진급 틀어쥔 상관이 가해자..털어놓기 힘들어"
"미투 부추김도 문제..의무 아닌 필수로 교육해야"

[뉴스핌=김세혁 기자] 한 검사의 용기로 시작된 미투가 문화계와 정치판에 이어 대한민국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드러난 성추행 대부분이 지위를 이용한 것이어서 충격을 주는 가운데, 대표적인 수직적 조직 군대에서도 미투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특유의 조직문화 탓에 성폭력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군대의 상황은 어떤지 육군 소령 출신 젠더십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9일 만난 김종일(43) 젠더십 디자이너는 서울출생으로 한영외고, 한국외대 및 동 대학원 정치행정언론을 거쳐 사우디왕립군사지휘참모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육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에는 여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위촉 전문강사로 활동 중이다. 현재 민간기업, 군부대, 관공서, 종교시설 등 다양한 곳에서 폭력예방 및 젠더십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20년 군 생활 통해 느낀 軍 성폭력.."당해도 말 못해"
김종일 젠더십 디자이너가 군에서 보고 느낀 성폭력은 유형 상 사회와 다를 바가 없다. 가해자는 장교의 경우 소령, 중령, 부사관은 상사, 원사가 가장 많다. 피해 여군 중 80% 이상이 하사나 중사다. 권력을 빌어 힘없는 사람을 짓누르는 성폭력 유형이 사회와 똑같다.

“서지현 검사 말대로 권력이나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군에서도 심각해요. 전투력을 유지해야 하는 조직이라 침묵을 강요받는 상황이 많죠. 특히 가해자는 지위를 교묘하게 이용하기에 피해자가 꿈틀거리지도 못할 걸 압니다. 실제 피해자의 보직과 진급을 쥐고 있는 가해자가 많아요.”

이처럼 군대 내 성폭력은 일반사회보다 피해자에게 불리한 경향이 있다. 군이라는 조직 자체가 수직적이고 폐쇄적이어서 일이 발생하면 피해자가 받는 상처가 상상보다 크다.

“사실 조직사회는 어디나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군대는 좀 특수해요. 미투는 털어놨을 때 내부에서 누군가 자신을 보호해주고,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군대는 사회보다 훨씬 폐쇄적이어서 이게 제한적이에요.”

이런 이유로 군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입는 상처는 다양하다. 주변 시선이 피해자를 엉뚱한 사람으로 매도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흔히 말하는 2차 가해다. 더욱이 군대는 장기복무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피해를 입어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보인다.

“‘피해자도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편견이 큰 문제입니다. ‘군에서 성범죄를 엄격하게 처벌하는데 설마 가해자가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등 상황을 거꾸로 몰아가는 주변 인식이 피해자를 힘들게 하죠. 게다가 군대는 사회보다 ‘유리천장’이 심해요. 피해자라 하더라도 성추문에 연관됐다는 사실 자체로 장기복무 선발 및 진급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軍의 성폭력 대응, 이런 점이 아쉽다
군에서는 성폭력 피해자 조사과정에서 관련 사실이 노출되지 않도록 물리적 차단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변인들의 의심을 살 수 있는 문제점이 드러난다.

“군대 성폭행 사건이 벌어지면 수사관이 방문하거나 피해자를 불러 조사하지 않아요. 티가 나니까요. 일종의 피해자 보호조치죠. 대신 휴가나 외부 업무 등을 주고 별도의 장소에서 따로 만나 조사해요. 하지만 폐쇄적인 영내에서 갑자기 자리를 비우거나 휴가를 간다는 것만으로 주변의 의구심을 사게 돼버리죠. 구조적 한계입니다. 물리적 차단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건 인식의 변화에요.”

미투가 한국사회를 뒤흔들면서 군대 분위기도 굉장히 엄격해졌다. 국방부는 지난달부터 성폭력 신고 테스크포스팀을 꾸렸고 이미 수 십 건의 보고를 받았다. 군대는 성폭력에 무관대 원칙을 세우고 감경사유도 어지간하면 받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맹점이 있다.

그는 “국방부는 성범죄자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군인 신분상 성범죄자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면 자체 중징계를 통해 군 생활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며 "다만 최근 4년간 성폭력 가해자 189명 중 징역형이 선고된 건 9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여군일 경우 선고유예 비율은 10.34%로 민간 법원(1.36%)보다 10배 가까이 높다"며 "군사법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공정한 판결의 잣대를 마련하기 위해 군사법원 내 민간판사의 파견 또는 합동 심의 등을 고려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고질적 軍 성폭력, 어떻게 해결할까?

전문가 입장에서 제시하는 성폭력 해결책은 의식개선이다. 군대뿐 아니라 사회도 마찬가지다. 전반적으로 벌어지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보다 사회가 색안경을 벗어야 한다. 

“물리적 차단도 중요하지만 피해자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의식을 버려야 해요. 조직 내에서 편견 없이 감싸주는 위로와 조직 외부에서 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음지에서 상처받은 피해자들이 하나 둘 용기를 낼 겁니다.”

그는 미투를 무분별하게 지지하는 현재 분위기도 경계했다. 미투 자체는 당연히 지지할 일이지만 주변이 이를 부추기는 양상으로 흐르는 건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투는 피해자가 내면의 상처와 주변의 편견을 감수하고 어렵게 내린 판단으로, 어떤 분위기에 편승해 부추기는 건 2차 피해만 늘리는 꼴이다"며 "하나의 미투가 나오더라도 사람들이 온전히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성숙한 의식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를 완전히 보호하고 이해하는 장치와 함께 인식개선도 필요하다는 김종일 디자이너. 특히 유년 시절부터 이뤄지는 예방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1999년부터 성희롱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왔지만 오히려 성범죄는 증가하고 있다"며 "폭력예방에 대한 정책을 보다 큰 틀에서 그려야 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법정의무교육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성별의 차이와 그에 따른 양성평등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며 "요즘 문제가 되는 데이트폭력도 같은 방식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 한동훈 십자포화…전당대회 변수 될까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무시했다는 '읽씹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후보가 5일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냈으나 당대표 후보들은 해명 및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한동훈(왼쪽부터)-윤상현-원희룡-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 참석해 있다. 2024.07.05 pangbin@newspim.com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전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 여사가 명품백 수수 문제로 당정이 갈등하던 1월 중순께 한 후보에게 '대국민 사과' 의향을 밝히는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이 취재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했다며 공개한 문자에는 김 여사가 '제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실장은 "김 여사가 (한 후보로부터 답변을 못 받자) 굉장히 모욕을 느꼈고, 윤 대통령까지 크게 격노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 캠프는 공식 입장을 통해 당시 문자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CBS 라디오에서 방송한 '재구성'됐다는 문자 내용은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한 후보 역시 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문자) 내용이 조금 다르다"며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어 "총선 기간 대통령실과 공적인 통로를 통해서 소통했고, 당시 국민 걱정을 덜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 여러 차례 전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대표 선거 경쟁자인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일제히 한 후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나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상당히 정치적으로 미숙한 판단을 했다고 보고, 결국 총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를 독단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고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원 후보도 "영부인이 사과 이상의 조치도 당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하겠다는 것을 왜 독단적으로 뭉갰는지에 대해서 (한 후보의) 책임 있는 답변을 바라고 있다"며 "영부인의 사과 의사를 묵살하면서 결국 불리한 선거의 여건을 반전시키고 변곡점 만들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를 놓침으로써, 선거를 망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 역시 페이스북에 "이런 신뢰관계로 어떻게 여당의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겠냐"며 "검사장 시절에는 검찰총장의 부인이던 김건희 여사와 332차례 카카오톡을 주고받은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된 것을 생각하면 다소 난데없는 태세전환"이라고 했다.  allpass@newspim.com 2024-07-05 17:10
사진
美민주당 거액 기부자들도 바이든 보이콧...디즈니家 "후원 중단"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TV토론에서 고령 리스크가 불거진 이래 대선 후보직 사퇴 압박을 받는 가운데 민주당 거액 기부자들도 '바이든 보이콧'에 나서는 분위기다. 4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따르면 영화감독 및 기획자이자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공동 창업자 로이 O. 디즈니의 손녀 아비게일 디즈니는 이날 방송에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사퇴할 때까지 민주당에 후원금 기부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열린 첫 TV 대선 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개를 숙인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7.02 mj72284@newspim.com 그는 "나는 바이든 (후보직이) 대체될 때까지 당에 대한 모든 기부를 중단할 생각"이라며 "이것은 현실적인 선택이다. 바이든은 좋은 사람이고 국가를 훌륭하게 섬겼지만, 위험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이든이 물러나지 않으면 민주당은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다. 나는 이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한다"며 "패배에 대한 결과는 진정으로 끔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비게일 디즈니는 오랜 민주당 후원자다. 미 연방선거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그는 4월 제인 폰다 기후 정치활동위원회(PAC)에 5만 달러(약 6890만 원)를 기부했고, 이 중 3만 5000달러가 오는 11월 상·하원 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의원들 선거 자금으로 유입됐다. 디즈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을 대체하는 데 흠이 없는 대안 후보라며 "우리는 훌륭한 부통령을 두고 있다. 민주당이 그를 중심으로 뭉칠 방법을 찾는다면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큰 격차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보이콧을 선언한 후원자는 디즈니뿐이 아니다. 기디언 스타인 모리아 펀드 회장도 계획했던 350만 달러 민주당 후원을 보류했으며, 실리콘밸리의 정신과 의사이자 자선사업가 칼라 저벳슨도 후원 일시 중단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벳슨은 미국 민주당 후원 '큰 손' 50인 안에 드는 인물로 미 정치자금 감시 단체 오픈시크릿츠에 따르면 그가 올해 민주당에 기부한 금액은 500만 달러가 넘는다. 올해 선거 캠페인 기간에만 20만 달러를 바이든 캠프 모금 조직인 '바이든 빅토리 펀드'에 후원했다. 2020년에는 30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wonjc6@newspim.com  2024-07-05 10:1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