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벤처펀드 출시 이후 코스닥IT종합지수 1700억 이상 순매수
국내기관, 코스닥IT종합·반도체·IT하드웨어·소프트웨어 사들여
코스닥벤처펀드 직접 투자분은 메자닌 시장부터 먼저 유입
[서울=뉴스핌] 우수연 기자 =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시 보름만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흡수했다. 덕분에 코스닥 수급도 살아났다. 특히 코스닥 IT 관련주로 기관과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시된 지난 5일부터 최근 보름동안 가장 많은 순매수를 기록한 업종은 코스닥IT종합지수(1728억원 순매수). 이어 IT하드웨어(842억), 코스닥 중견기업(809억), IT소프트웨어(747억), IT부품(684억) 순이다.
그중에서도 IT 업종의 수급을 이끈 주체는 국내 기관투자자다. 같은 기간 동안 국내 기관이 가장 많이 매수한 업종은 코스닥IT종합지수(1488억). 다음으로는 반도체(836억), IT하드웨어(734억), IT소프트웨어(603억) 순이다.(아래 그림 참고)
코스닥 업종별 투자 수급 현황(2018년 4월 5일~20일) <자료=한국거래소> |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 매니저는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전후로 IT나 소재주 위주로 수급이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며 "바이오제약 업종의 경우 워낙 밸류에이션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IT종목 위주로 들어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날 기준 주요 코스닥 종목의 밸류에이션을 살펴보면 코미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7480배, 바이로메드 5605배, 안트로젠 2298배, 경남제약 1433배 등으로 제약바이오 업종이 대부분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IT업종에선 높은 PER를 유지하고 있는 LG이노텍이 626배, KEC가 335배 수준이다.
다만 시장에선 투자심리 개선으로 수급 개선이 IT업종 위주로 나타나고 있지만 코스닥벤처펀드 자금이 직접적으로 유입된 결과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펀드 흥행으로 기관 및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개선된 효과는 일부 있지만 시장에 추가적인 모멘텀이 될 지는 좀 더 기다려봐야한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운용사의 CIO는 "작년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코스닥ETF가 3조원가량 팔리면서 이미 지수를 많이 올린 상황"이라며 "앞서 들어온 자금들이 차익실현 물량도 있기 때문에 코스닥벤처펀드로 인한 추세적인 레벨 상승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도 "현재까지 유입된 자금을 단순 계산하면 사모펀드 판매액만 약 1조원, 코스닥 주식투자 비중이 35%인 것을 감안하면 약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아직 대기중이기 때문에 향후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신 전문가들은 코스닥벤처펀드의 영향이 코스닥 지수보다는 메자닌 시장에 먼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해당 펀드는 비상장주식, 메자닌(CB·BW) 등을 포함한 벤처기업 신주에 15% 투자해야하며 35%는 벤처기업 또는 코스닥기업의 신주·구주에 투자해야한다.
따라서 주식관련사채(메자닌)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모펀드들이 벤처기업 메자닌 찾기에 열을 올리면서 물량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분기별 메자닌 발행 추이 <자료=한국예탁결제원> |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4월들어 20일간 메자닌 발행은 총 9109억원으로 한달도 안되는 기간 동안 작년 4분기 발행량(548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작년 4분기 이후부터 전체 메자닌 발행에서 코스닥 기업 비중이 절반 이상을 넘어서고 있으며 올해들어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
앞선 CIO는 "코스닥벤처펀드 자금 유입으로 인한 메자닌 투자집행을 이번달부터 본격적으로 늘려가는 추세"라며 "메자닌 수요는 느는데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면서 기업의 발행조건은 좋아지고 투자자 입장에선 조건이 나빠지면서 리스크가 확대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