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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美 대법관 은퇴…'트럼프의 대법원 보수화 굳히기' (종합)

기사입력 : 2018년06월28일 15:44

최종수정 : 2018년06월28일 15:45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미국 최고 사법 기구인 연방대법원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27일(현지시간) 30년 만에 은퇴를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 선출로 헌재의 방향성을 향후 몇십년간 보수 색깔로 짙게 물들일 기회를 얻은 셈이다.

앤서니 케네디 연방 대법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82)은 내달 31일 은퇴한다는 뜻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케네디 대법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43년 간 연방 사법에서, 이중 30년은 대법원에서 일을 하면서 매우 영광이었다"는 짧은 소감과 함께 은퇴를 선언했다. 

1988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지명한 이래로 30년 동안 대법관으로 일해 온 그는 대법관들 중에서도 "중심축"으로 통한다. 전통적인 보수주의자이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과 뜻을 함께하는 "스윙보터"이기 때문이다. 다른 대법관들 경우, 정치적 성향에 따라 어느 정도 판결을 예상할 수 있다면 케네디는 달랐다. 그는 동성애자 권리를 향상시켰고 여성의 낙태 권리를 지지했다며 사회 진보층의 지지를 받았다. 

◆ "향후 40년, 45년" 판결 방향 가릴 대법관 후임

대법관은 사임하거나 은퇴하지 않는 이상 여생 동안 재직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대법관 임명은 향후 몇십년간의 판결 방향성을 결정 짓는 중대한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스다코타주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향후 40년, 45년 간 일할 훌륭한" 인물을 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케네디 대법관의 은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수적인 대법관을 선출할 기회를 제공한다. 트럼프는 지난해 보수파 닐 고서치를 대법관 자리에 앉혔고 지금까지도 9명의 대법관들 중 가장 보수적인 인물로 통한다.

오는 11월 상·하원 선거(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에 있어 케네디의 은퇴는 적기다. 향후 대법원의 방향을 보수로 굳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25명의 보수 성향의 후보들을 두고 선출 과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후보 명단은 지난해 닐 고서치를 대법원 후보로 추천한 보수 성향의 법조계 인사들의 의견이 반영됐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백악관 인사는 로이터통신에 "트럼프가 고려하고 있는 인물은 총 5명 ▲브렛 카바너(워싱턴주 항소 법원) ▲토마스 하디만(필라델피아 제3순회 항소 법원) ▲ 레이몬드 케슬리지(신시내티 제6순회 항소 법원) ▲아물 테이파(시카고 제6순회 항소 법원) ▲코니 배렛(시카고 제7순회 항소 법원)"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출이 연방 대법원의 이념적 균형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보수 5 진보 4 비율로 어느 정도 판결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만일 트럼프가 극보수 성향의 인물을 선출한다면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가장 중도적이게 될 거란 의미다.

◆ '성소수자·여성 인권 후퇴할 수도'

케네디의 빈 자리가 트럼프에 의해 채워진다면 대법원은 낙태, 동성애자 권리, 사형 제도를 포함한 주요한 사회 문제들에 대한 판결이 우파로 이동할 수 있을 거라고 로이터통신은 진단했다.

우선 여성의 임신중절 헌법 권리가 점차 약해질 수 있다. 1973년 로우 v. 웨이드 판결은 여성들에게 임신중절 수술을 받을 수 있게 한 헌법적 권리를 부여했는데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를 지지한 많은 보수운동가나 보수적 성향의 기독교인들은 임신중절을 반대하고 있어서다.

동성애자 권리도 마찬가지다. 케네디 대법관은 동성애자의 권리, 특히 동성애자 간의 결혼에 있어 좌파 대법관들과 뜻을 함께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2015년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한 '오버지펠 대 호지스' 판결이다.

칠레 산티아고 성소수자 운동 참가자들이 '게이여서 자랑스럽다' '아들아... 우리는 너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한다'는 문구를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동성애자 관리 운동가들은 그동안 성소수자의 권리 향상에 기여한 케네디에 감사하면서도 그가 떠나고 난 후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동성애자 권리 케이스를 담당하는 변호사 제임스 에섹스는 "대법원은 미국 내 LGBT(동성·양성애자, 트렌스젠더 등 성소수자) 사람들에 많은 변화를 주었지만 미래에 대한 큰 질문이 열려있다. 많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중간선거 미션: "사회 보수집단을 잡아라!"

트럼프가 최종 보수 후보를 선택하면 반드시 상원의원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는 "낙태 문제를 뒤집거나 의료 보호를 저해하는 트럼프의 후보자를 거부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투표는 단순다수결로 진행되기 때문에 보수의 목소리가 우세할 전망이다.

케네디의 은퇴와 후임자 선출이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에 나온 점이 흥미롭다. 트럼프와 공화당 의원들은 이번 대법관 후임 선출이 중간선거에서 보수 유권자들의 열정과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크리스 코피니스 민주당 전략가는 "보수 성향의 트럼프 주(州)에서 일부 민주당원들은 트럼프의 대법관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 엄청난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며 우려를 표한 반면, 조 브레텔 공화당 전략가는 대법원의 공석은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은 보수층의 지지를 야기할 거라며 "만약 당신이 사회 보수주의자라면 행복한 날은 다시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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