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윤석헌 금감원장은 업무에 대해 해박하고 긴 호흡으로 가져가려고 합니다." "간부들에게 주문보다 우선 많이 익히려고 합니다. 본인의 주장을 강하게 제시하기 보단 전체적인 흐름과 현황 파악에 주력하죠."
취임 두 달째를 맞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에 대해 금감원 임원들이 건낸 말이다. 윤 원장은 지난 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감독혁신 과제(5대 부문, 17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윤 원장은 이 자리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사와 전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소비자보호를 위한 금융사 검사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종합검사 부활, 노동이사제 도입 필요성 등 금융권 일각에선 윤 원장의 발표 내용이 예상보다 쎘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원장은 앞서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혁신위원장을 맡은 이후 금융개혁·혁신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과징금·과세,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권고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난 5월 초 취임한 후 윤 원장은 외부 행보를 최대한 자제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보단 현안 파악에 주력했다. 금융감독혁신 과제 발표 전에도 전체 부서에 하반기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금융회사 감독(검사) 리스트를 주문했다고 한다. 금융감독 수장으로 신중의 신중을 거듭했다는 얘기다.
윤 원장은 '셀프 후원금' 논란 등으로 김기식 전 원장이 중도 하차한 지 약 3주 만에 임명됐다. 청와대는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단 금융개혁 아이콘을 바로 투입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금융 현안이 즐비한 상황에서 금융당국 수장이 중심을 잡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청와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금감원의 한 간부는 "금융위원회 자문위원 분들이 (윤 원장에게) 여기서 뼈를 묻을 생각으로 열심히 해달라는 격려를 한 것으로 안다"며 "(윤 원장은) 상당히 여유도 있고 길게 보고 가려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12일 윤 원장은 증권사 사장들과 업계 첫 간담회를 통해 본격적인 외부 행보에 나섰다. 윤 원장은 업계 CEO와의 첫 만남에서 쓴소리도 냈지만 "언제든 만나겠다"며 꾸준히 소통할 것임을 강조했다. 윤석헌발(發) 금융개혁이 단기 성과가 아닌 근본적인 체질개선이란 이름으로 성공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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