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0개 신약 중 국내 판매 제품은 12개
[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국산 신약 중 올 상반기 원외처방액이 100억원이 넘는 제품은 4개에 불과했다. 지난 7월 국산신약 30호가 탄생했지만, 아직도 국산 신약 중 매출 1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제품은 손에 꼽힌다.
◆ 상반기 '블록버스터' 국산 신약 4개에 그쳐
28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국산 신약 30개 중 현재 12개 품목만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중 올 상반기 원외처방액이 100억원이 넘는 제품은 LG화학 '제미글로', 보령제약 '카나브', 일양약품 '놀텍', 대원제약 '펠루비' 등 4개다.
제약업계에서는 단일 품목의 연간 매출이 100억원을 넘으면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간주하는데, 현재 추세로 보아 올해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분류되는 국산 신약은 5개 정도다.
가장 많이 처방된 제품은 LG화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 제품군으로, 총 416억원 어치가 처방됐다. 이 중 단일제인 제미글로의 원외처방액은 149억원을 기록했고, 제미글로를 기반으로 만든 복합제인 제미메트의 원외처방액은 266억원에 달했다.
제미글로는 인슐린 분비 호르몬 분해효소(DPP-4)를 저해하는 당뇨병 치료제로, 지난 2012년 국산 신약 19호로 허가받았다. 제미메트는 제미글로에 당뇨병 치료제 성분인 메트포르민을 합친 복합제다.
제미글로 제품군의 매출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올 상반기 제미글로와 제미메트의 원외처방액은 각각 전년동기 대비 5%와 28% 증가했다. 지난해 제미글로 제품군의 매출은 738억원으로, 국산신약 중 처음으로 연 매출 700억원을 돌파했다.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제품군의 상반기 원외처방액은 272억원으로 집계됐다. 단일제인 카나브와 복합제인 듀카브의 원외처방액은 각각 194억원과 7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듀카브의 원외처방액은 전년동기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일양약품의 항궤양제 '놀텍'의 원외처방액은 전년동기 대비 12% 늘어난 120억원을 기록했다. 대원제약의 골관절염 치료제 '펠루비'의 원외처방액은 117억원으로 123%나 증가했다.
종근당의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의 경우 상반기 원외처방액이 90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 매출 100억원을 거뜬히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아셀렉스'와 동아에스티 '슈가논'의 상반기 원외처방액은 각각 22억원과 21억원에 그쳤다. 부광약품 '레보비르', 유한양행 '레바넥스', 일양약품 '슈펙트'의 매출은 10억원을 밑돌았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일동제약의 만성 B형 간염 치료제 '베시보'의 원외처방액은 7876만원에 그쳤다. 동화약품의 퀴놀론계 항생제 '자보란테'의 원외처방액은 전년 상반기 대비 272% 증가한 5282억원으로 집계됐다.
◆ 경쟁에 밀린 국산신약들… 낮은 약가로 해외 판매만 하는 제품도
이외에 나머지 국산신약들은 판매조차 되지 않고 있다.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퇴출당했기 때문이다.
1호 국산신약인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는 경쟁에 밀려 2009년 생산을 중단했다. 동화약품이 2001년 허가받은 항암제 '밀리칸'은 임상 3상 조건부 허가를 받았지만,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2012년 철수했다.
2003년 CJ제일제당이 국산신약 7호로 허가받은 농구균예방백신 '슈도박신'도 임상 3상 조건부 허가를 받았지만, 환자 모집에 실패했다. 한미약품의 올리타도 마찬가지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으나, 경쟁약 등장 등으로 시장성이 떨어져 개발이 중단됐다.
동아에스티의 항생제 '시벡스트로'의 경우 낮은 약값 탓에 국내 출시가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시벡스트로는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고, 미국·유럽 등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 7월5일 판매허가를 받은 CJ헬스케어의 '케이캡'은 약값 협상을 거쳐 내년 2월 출시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신약 출시 자체에 의미를 뒀기 때문에 시장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아직도 다국적 제약사와의 경쟁에서는 밀리고 있지만 최근 점차 경쟁력 있는 국산신약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경쟁력 있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물질 개발과 전략 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운 물질이 아닌 이상 의약품이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 등을 고려하면 처음부터 해외시장에 초점을 맞춘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신약은 결국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는 약"이라며 "신약후보 물질 등의 다양한 전략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산신약 허가 현황.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김근희 뉴스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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