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마케도니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해 마케도니아의 국호 변경을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가 16일(현지시각) 수도 스코페에서 열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수천명의 시위대는 이날 국기를 들고 시내 중심부를 행진했으며, 행진 도중 마케도니아 EU 사무실 앞에서 멈춰 조란 자에브 총리의 연설을 들었다.
자에브 총리는 지지자들에게 "EU와 나토가 '안전한 길'"이라고 강조하며 "우리에겐 다른 대안이 없다. EU·나토 가입은 우리를 더 나은 삶으로 인도해줄 것"이라고 연설했다. 그러면서 국민투표에서 "역사적" 결정을 지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마케도니아는 오는 30일 국명을 '북마케도니아 공화국'으로 변경하는 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이 안이 가결돼야 EU와 나토에 가입할 수 있다.
16일 스코페에서 열린 국호 변경 찬성 집회에서 조란 자에브 총리가 두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화답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마케도니아는 EU와 나토 가입을 오랫동안 추진해왔으나 번번이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EU 및 나토의 기존 회원국인 그리스가 마케도니아의 가입 심사에서 매번 완강히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양국은 마케도니아가 1991년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분리독립한 이래 30년 가까이 국명 분쟁을 겪고 있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란 국명이 그리스 북부지역 명칭인 '마케도니아'에 대한 영유권을 시사하며, 이는 고대 그리스 마케도니아 왕국의 유산을 도용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해 왔다.
EU 가입의 경우 마케도니아는 2005년 가입후보국 지위를 얻었으나, 이후 기존 회원국들로부터 35개 분야를 심사받는 신규가입국 최종 심사에서 그리스의 승인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자에브 정부는 한 발 물러나 지난 6월 국호를 '북마케도니아 공화국'으로 바꾸기로 그리스와 전격 합의했다.
양국이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나토는 같은달 마케도니아의 가입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EU 역시 마케도니아의 EU 가입 협상 개시일을 조율하고 있다. 다만 나토는 마케도니아에 헌법을 개정해 국호를 먼저 바꿀 것을 못 박았다.
이날 스코페 동부에 위치한 스팁에서는 마케도니아의 민족주의 진영이 국호 변경에 반대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대략 2000명이 운집한 반(反) 국호변경 집회에서 민족주의 성향의 야당 '국내혁명기구-민족연합민주당(VMRO-DPMNE)'의 흐리스티잔 미코스키 대표는 "정부가 국익에 반하는 의제를 밀어붙이고 있으며, 유럽 사회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진정한 (국가) 번영과 안정, 안보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강력한 의지를 이에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케도니아 국민의 절반 이상이 국민투표에 참여할 의사가 있으며, 다수가 국호 변경과 EU 및 나토 회원국 가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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