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이 “매우 잔인하다”면서도 사우디 정부와 긴밀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고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방송의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카슈끄지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자신에게 “사건과 무관하다”고 말했다며, 미국에겐 “동맹국이 있고, 나는 여러 방면에서 아주 좋은 관계였던 이 동맹을 유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카슈끄지 살해를 누가 지시했는지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며 “누가 진짜 알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빈 살만 왕세자가 “가까이 지낸 이들이 분명 많을 것”이고 “어쩌면 (사건에) 연루된 인물과 친분이 있을 수도 있다”며 왕세자가 사건을 직접 주도했다는 의혹과 거리를 두는 발언을 했다.
이번 인터뷰는 16일 사전 녹화된 것으로 녹화 이튿날 미 중앙정보국(CIA)은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한 것으로 결론 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CIA 판단이 “시기상조”라며 오는 20일 발표될 CIA 보고서 ‘완성본’을 기다리겠다고 선을 그었으나 행정부를 향한 의회의 압박은 가중될 것으로 예측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미 정치권 여론은 이미 사우디에 대한 강경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우디에 무기 판매를 중단하고 사우디 왕실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WSJ도 이날 트럼프 정부가 대사우디 정책에서 ‘가장 직접적인 도전’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사우디를 비난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지지 철회를 암시한 적은 없다. 최근 미 정부가 카슈끄지 사건과 연루된 사우디인 17명에 대해 제재를 발효하긴 했으나 사우디 정부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 CIA가 낸 잠정 결론을 기점으로 대사우디 정책을 둘러싼 의회와 행정부 간 갈등 심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같은날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사건에 개입했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그레이엄 의원은 NBC방송 인터뷰에서 “그들은 중요한 동맹국이다. 그러나 왕세자에 관해서라면 그는 비이성적이고 불안정한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왕세자가 양국 관계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가 피살되던 상황이 녹음된 음성파일을 터키 정부로부터 보고받았으나, 아직 듣지 않았으며 듣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녹취록이 “아주 폭력적이고 잔인하며 끔찍하다”며 “들어보지 않아도 테이프에서 벌어진 상황을 모두 알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