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뉴욕증시의 최고치 랠리를 주도했던 IT 대장주와 연계된 구조화 증권에 베팅했던 월가 개미들이 제대로 쓴 맛을 봤다.
이른바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모기업 알파벳)과 그 밖에 애플, 엔비디아 등 주요 종목들이 일제히 급락한 데 따라 올 연말 구조화 증권의 쿠폰 금리를 받지 못하게 됐거나 대규모 원금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속출한 것.
구조화 상품의 특성 상 투자자들은 이른바 헤어컷(손실 축소)에 나서거나 추가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페이스북과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가 매각한 FANG 관련 구조화 증권은 총 2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상품은 FANG에 해당하는 1개 혹은 그 이상의 종목과 연계, 주가 수준이 일정 조건을 충족시킬 때 시장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FANG 이외에 IT 대형주를 포함할 경우 구조화 증권의 판매 규모는 2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쏠쏠한 쿠폰 금리와 차익 실현 기회를 앞세운 이들 증권은 IT 대장주의 지속적인 상승을 점쳤던 투자자들 사이에 높은 인기를 끌었다.
연초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과 무역 마찰로 인해 주식시장이 가파른 조정을 받았을 때도 IT 대장주가 브레이크 없는 강세를 연출하자 관련 증권으로 뭉칫돈이 몰렸다.
아울러 주식 투자에 비해 직접적인 리스크 노출을 피하면서 시장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챙길 수 있다는 특성도 강한 매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반전했다. 기초자산에 해당하는 IT 대형주가 일제히 폭락한 데 따라 구조화 증권에서도 대규모 출혈이 발생한 것.
씨티그룹이 올들어 총 342만달러 규모로 매각한 반도체 칩 관련 구조화 증권과 225만달러 규모로 크레디트 스위스(CS)가 매각한 증권을 보유한 월가의 개미들은 올 연말 쿠폰 금리를 지급받지 못할 전망이다.
기초자산인 엔비디아의 주가가 쿠폰 금리 지급 조건에 비해 각각 11%와 20%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
연초 이후 엔비디아와 연계된 구조화 증권만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2억2100만달러 규모로 매각됐다. 반도체 칩 업계를 둘러싼 월가의 경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손실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다른 종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넷플릭스를 기초자산으로 씨티그룹이 지난 6월 판매한 구조화 증권에 총 734만달러의 자금이 홍수를 이뤘지만 최근까지 주가가 폭락, 연율 기준 13.75%의 쿠폰 금리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쿠폰을 받기 위해서는 넷플릭스 주가가 308.32달러를 웃돌아야 하지만 현재 주가는 260달러 선에서 등락하는 실정이다. 내달 28일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투자 원금 손실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밖에 골드만 삭스가 판매한 페이스북 및 아마존, 넷플릭스 연계 증권도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손실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런던 소재 구조화 증권 브로커 HPC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아서 타이세라 파트너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상품이 주가 급락 리스크에 무방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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