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문준용 특혜채용 언급' 파문, 청와대 청원 게시판도 시끌
"망신주기식 수사", "경선 보복" 등 옹호 목소리 적지 않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해야", "검찰 무시" 등 반대 목소리 팽팽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이재명 경기지사가 자신의 SNS에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인 문준용 씨 특혜채용 논란에 대해 언급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지사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탈당, 반문(반문재인) 선언 등 정치권의 논쟁도 거세지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불이 옮겨붙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2018 철도정책 세미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yooksa@newspim.com |
◆ 이재명 적극 옹호 발언들 이어져..."탄압 중단하라","망신주기 수사 멈춰야"
"비문 이재명·박원순 낙마하면 친문 인사가 차기 대권 나설 것" 주장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지사에 대한 찬반 의견이 나뉘어 갈수록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재명 탄압 중단하세요~ 한국당 의원 120명 보다 이재명 1명이 나아요~'라는 제목의 청원자는 "이재명이 잘못 했더라도 과거 새누리당 발톱 때만큼도 안되는 것을 가지고 검경수사까지 가짜뉴스로 떠들썩하는 자체가 경선 보복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반발했다.
'이재명 지사 망신주기식 수사 중단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자는 "이미 사실 관계를 떠나서 각종 의혹을 지속적으로 언론에 흘리는 등 경찰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의 뒤를 잇는 문재인 정권에서 같은 당의 현직 지사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청원자는 "트위터와 같은 인터넷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이며, 자유롭게 의견을 올릴 수 있다"며 "중요한 범죄와 연루된 것이 아닌데도 조금 마음에 안드는 내용이 있다고, 이를 파헤쳐 적발하겠다는 것은, 이미 중국 공산당처럼 언론 통제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실세 측근들에 의한 친위 쿠테타를 예방하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자는 "안희정, 이재명, 박원순의 공통점은 여권 내 비문(非文, 문재인계가 아닌 그룹)인사들로 차기 대권의 유력인사들인데, 한결 같이 경찰의 현미경 수사로 낙마했거나 낙마 위기에 처했다"며 "이들이 경쟁구도에서 사라지면 친문 인사들 중 한 명이 차기 대권에 도전하려 할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쳐] |
◆ 신속한 수사 촉구 의견도 많아..."이 지사, 검·경 무시하고 있다"
"권력형 경찰, 답 정해놓은 검찰 발언...수사 결과 나와도 불신하겠다는 것"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재명 제명하세요. 민주당 경기도지사라고 봐주는 것은 민주주의에 어긋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자는 "이재명씨 사퇴하고 제명하고 법의 처벌을 받길 요구한다. 국민의 바람"이라고 밝혔다.
'참 이상한 검찰'이라는 제목의 청원자도 "국정농단 관련 사건은 내장 속 밥톨 하나까지 찾아내면서, 이 지사 사건은 왜 미적미적 수사하나"라며 "본인이 인정을 하지 않으면 압수수색하면 되지 않나"라고 이 지사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재명, 어떤 형태로든 정리 필요'라는 제목의 청원자는 "변호사 출신이라 교묘하게 범법을 피해가면서 하고 있는 행태는 아주 나쁜 선례"라며 "야당 의원도 정리해야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검경을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는 청원자 역시 "경찰에 대해서는 권력을 선택한 경찰로 이야기하고, 검찰 조사를 받고 나와서는 검찰이 이미 답을 정해놓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한다"며 "수사 결과 이 지사가 한 일로 최종 결론이 난다면 그것마저 불신하겠다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성남=뉴스핌] 최상수 기자 = 친형 강제입원, 여배우 스캔들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지난 24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서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이 지사를 응원하고 있다. kilroy023@newspim.com |
◆ 文 대통령 아들까지 수사 대상에 올리자는 이재명 "특혜채용, 허위 여부 가려야"
앞서 이 지사는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나 제 아내는 물론 변호인도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인)문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은 허위라고 확신한다"면서도 "트위터 글이 죄가 되지 않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먼저 특혜채용 의혹이 허위임을 법적으로 확인한 뒤 이를 바탕으로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제 아내를 고발한 측은 아내가 트위터 계정주이고 그 트위터로 특혜취업 의혹 글을 썼으며 그 글이 죄가 된다고 주장하므로 아내의 변호인으로서는 자신이 계정주가 아니고 특혜 의혹 글을 쓰지 않았음을 밝히는 동시에 그 글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법적으로 입증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의 발언 이후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내에서는 갑작스럽게 권력투쟁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지사 법적으로 허위사실을 밝히자고 거론한 문준용 씨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인 만큼, 사실상 문준용 씨의 수사는 문 대통령까지 걸고 넘어지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에 여권 내에선 이 지사가 지난 대선 때 논란이 됐던 문준용 씨 의혹을 다시 끄집어낸 것 자체가 이미 문 대통령 뿐만 아니라 집권여당에 대한 도의적인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재명 경기지사 페이스북 캡쳐 [사진=이 지사 페이스북] |
◆ 거세지는 이재명 거취 공방...이 지사 측 "탈당 말도 안돼, 끝까지 간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가 억울하다 할지라도 지금쯤 자진 탈당하는 게 맞다”며 “지나치게 정쟁으로 몰고 가면 팩트는 없고 감정싸움만 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 상황에선 이 지사의 탈당이 해법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까지 이 지사의 자진 탈당‧제명이 당내 합의에 이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당론이 아닌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의 문준용씨 언급은) 탈당할 준비가 끝났다는 뜻”이라며 “(민주당과) 본인의 결별 선언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 지사가 문준용 씨를 언급한 것을 두고 ‘물귀신 작전’이라고 꼬집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2018 철도정책 세미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yooksa@newspim.com |
그러나 정작 문준용씨 논란을 다시 끌어낸 이 지사 측은 "탈당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설령 (검찰에) 기소되더라도 (이 지사가) 민주당을 탈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 대변인은 “문 씨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린 것은 ‘혜경궁 김씨’ 사건에 대한 고발장”이라며 “이 지사는 문 씨의 특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더 이상의 왜곡과 음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잘라 말했다.
이 지사와 가까운 정치권의 한 핵심인사는 "이 지사는 각종 의혹사건에 대해 등을 돌려 회피한 적이 없다"며 "끝까지 갈 사람이지, 중도에 비겁하게 도망가거나 할 사람이 아니다. 그럴려면 정치를 안했겠지"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어 "외형상 문 대통령을 걸고 넘어진 셈이 됐는데, 일종의 SOS(구조신호)일 수도 있다"면서 "민주당의 중요 자산을 왜 이렇게 방치하느냐. 이대로 여론몰이에 망가지게 할 거냐는 일종의 항의 아니겠느냐. 이해찬 대표가 그걸 알기 때문에 정무적 판단을 할 때가 아니라고 본 것"이라고 귀띔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