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힐링 에세이 대세부터 페미니즘, 미디어셀러, 아이돌셀러 등 인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2018년 올 한해를 강타한 '힐링'과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가 출판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독자들은 일상의 경험과 감정을 쉽고 솔직하게 풀어낸 에세이, 귀여운 캐릭터가 전하는 메시지에 큰 위로를 받았다. 또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급변하는 사회와 미투 운동, 각종 여혐 범죄, 갑질 문화 등이 사회를 뜨겁게 달구면서 '페미니즘'은 올해도 역시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 2018년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사진=알에이치코리아] |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도서에 따르면 월트 디즈니 캐릭터 '곰돌이 푸'의 명대사와 행복의 메시지를 엮은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가 독자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얻으며 2018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추억 속 귀여운 만화 캐릭터의 입을 통한 사소하지만 따뜻한 위로의 말은 SNS 상에서 끊임없이 회자됐다.
특히 교보문고에 따르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는 전 연령대의 고른 사랑을 받았다. 10대와 20대 여성이 상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40대와 50대 남성들의 지갑까지 열게 만들었다. 곰돌이 푸가 건네는 평이하면서도 따뜻한 위로의 한 마디 말에 세대와 성별을 넘어서 뜨겁게 반응한 이유는 아무래도 그만큼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팍팍하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 힐링 및 생활밀착형 에세이 대세…내년에도 이어질까
백세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국종 '골든아워' [사진=도서출판 흔, 흐름출판] |
올해는 소설보다 에세이의 약진이 돋보이는 해였다. 많은 에세이가 출간됐으며,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내에도 다수 등장했다. 예스24는 "올해 에세이 출간 종 수는 2672종으로 최근 3년 사이 가장 많이 출간됐다.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에 오른 문학 도서 26종 가운데 에세이가 13종으로 50%를 차지하며 대세를 증명했다"고 밝혔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로 대표되는 상담 일지 형태의 에세이부터 <골든아워>, <검사내전>,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에세이 등이 주목받았다. 또 SNS를 통해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육아, 회사 생활, 반려동물 등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와 사진, 일러스트 등을 담은 에세이도 풍부해졌다.
다만 비슷한 주제와 내용의 에세이가 과도할 정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에 내년에도 에세이 열풍이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교보문고 박정남 구매팀 차장은 "내년에도 당분간 출간종수가 더 늘어나겠지만, 다른 분야에도 기회가 더 늘 것 같다. 움츠렸던 한국소설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고, 인문 분야가 인문학적 통찰력을 가지고 독자들을 위로할 수도 있고, 위로 열풍에 지친 독자들이 자기계발 분야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 페미니즘 열풍…<82년생 김지영> 외 다양한 도서 등장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사진=민음사] |
올해 최대 화두는 단연 '페미니즘'이었다. 사회 전반에 걸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과 각종 디지털 성폭력 사건, 여성 혐오 범죄 등이 많아졌고, 대표적인 페미니즘 소설 <82년생 김지영> 영화화 소식까지 전해지며 또다시 화제를 모았다. 올해 출간된 페미니즘 관련 도서는 총 114종으로, 최근 3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각종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사회 내 소수자, 약자들'의 상황을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드러내고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주를 이루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깊이 있는 시선을 유지하며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특별한 것이 아닌 사회를 구성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전해준다. 또한, 이들 도서는 전형적인 페미니즘 내용에서 탈피, 다양화된 젠더 문제에 대해 다루는 양상을 보였다.
인터파크도서에 따르면 페미니즘 관련 도서의 여성 구매 비중은 전체의 77% 로 남성(23%)보다 훨씬 높았다. 연령별로는 40대(29%)에서 주로 지지를 받았으며, 20대(25%), 30대(15%) 순으로 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많이 찾았다.
◆ 미디어셀러 힘 여전…인문학 열풍과 아이돌셀러 탄생
유시민 '역사의 역사', 방탄소년단 타임 아시아판 표지 [사진=돌베개, 인터파크도서] |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이 출판업계에도 미쳤다. 그 중에서도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에서 언급되거나 역대 출연진이 쓴 책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꾸준히 받았다.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는 출간 즉시 전 서점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 정재승 <열두 발자국>, 유현준 <어디서 살 것인가> 등도 주목받았다.
아이돌 스타가 소개하거나 이들의 모습을 다룬 '아이돌셀러'도 인기가 높았다. 레드벨벳 아이린이 언급한 <82년생 김지영>이 언급 직후 일주일 간 판매량이 직전 동기 대비 172.3%를 뛰었다. 워너원 옹성우가 공식 팬카페에 남긴 나희덕 시인의 시 <그곳이 멀지 않다>가 SBS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노출과 맞물리며 판매량이 1433.3% 급증했다. 워너원의 포토에세이 '우리 기억 잃어버리지 않게', 방탄소년단을 커버로 한 미국 주간지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