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평균 생보 4.1%, 손보 24.7%..."저축성보험 카드납 안돼"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금융당국이 올해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낼 수 있게 하겠다고 노력했지만 성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독려하기 위해 '보험료 신용카드납 지수'를 개발하고, 공시했으나 여전히 카드로 결제하는 보험료는 20%에 불과했다.
이는 저축성 보험료까지 신용카드로 내는 건 맞지 않다는 업계의 반발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보장성 보험 위주로 카드납 확대를 도모할 계획이다.
26일 생·손보협회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24곳과 손해보험사 15곳의 금액 기준 보험료 신용카드납 지수(이하 카드납 지수)는 각각 4.1%, 24.7%였다.
카드납 지수는 전체 수입보험료(전체 납입건수) 중 카드결제 수입보험료(카드결제 납입건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즉 보험사가 보험료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하는 비율이 어느 수준인지 보여주는 지표다.
생보사 중에는 한화, 교보, 푸르덴셜, 오렌지라이프, IBK연금, 교보라이프 등 6곳이 보험료 신용카드 결제를 받지 않았다. 한화, 교보와 '생보업계 빅3'를 이루는 삼성생명도 카드 결제를 허용한 보험료가 미미해 카드납 지수 0%를 기록했다. 이어 메트라이프 0.1%, ABL 0.4%, NH농협 0.8% 등으로 생보사들의 지수는 전반적으로 낮았다. 저축성 보험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장성 보험 위주인 손보사는 생보사보단 상대적으로 수치가 높았다. NH농협손보(3.4%), MG손보 (8.2%)만 카드납 지수가 한 자릿수였다. KB손보(22.3%), 현대해상(27.1%), DB손보(28.2%), 삼성화재(29.4%) 등 '손보업계 빅4'도 지수는 20%가 넘었다. 다만 손보사도 초회보험료만 카드 결제를 허용하고, 2회차부터는 절차를 어렵게 해 카드납 허용율 자체는 낮았다.
카드납 지수가 높은 보험사들도 영업채널의 특성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라이나생명, AXA손보 등은 카드납 지수 상위권은 비대면 채널에 주력하는 보험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들은 영업채널 특성상 신용카드를 받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카드납 지수가 높은 것"이라며 "주도적으로 카드 활성화에 나섰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생·손보협회와 '카드납 지수'를 개발했다. 그 동안 양 협회에서 공시해온 보험료 카드납 현황이 상품군, 채널별로 두루뭉실하게 공개돼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 확대를 추진해왔다. 지난해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직속 자문기구인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를 만든 뒤 보험, 카드업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8차례 논의했다. 올 들어서도 보험사들에 6월 말까지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 부당운영 사례를 시정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는 보험, 카드업계 간 수수료율에 대한 큰 견해 차로 진전이 없다. 보험사는 1% 미만, 카드사는 2%대 수수료를 각각 고수하고 있어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의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은 2.08%였다. 아울러 보험사들도 저축성 보험은 은행의 예·적금과 유사해 신용카드 납부를 확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금감원은 보험업계의 사정을 감안해 보험료 카드납부를 보장성 상품 위주로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보험업계에 투자 목적이 섞인 하이브리드성 상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보험상품이라고 이들 상품의 보험료까지 신용카드 결제를 받으라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을 했다고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축성 보험의 카드납을 허용하면 예·적금, 펀드 투자 등도 허용돼야 한다"며 "자산운용 수익률이 높고, 영업이 활성화돼 규모의 경제가 필요했던 이전에는 카드납을 받아도 괜찮았지만, 지금은 내실의 경제를 꾀해야 하는 때이기 때문에 카드사들도 카드납을 최소화하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