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영업수익, 작년 1600억에서 올해 2000억 목표
에쿼티보다 개발사업 ‘론’ 확대..미국·영국·베트남 유망
부동산경기 꺾인 국내 오피스 투자는 부담
“자금력+네트워크로 양질의 사업 이어갈 것”
[편집자주] 급변하는 증권업계 여건 속에 최근 증권사 수장들이 IB(투자은행) 전문가로 꾸려지고 있다. 그만큼 IB가 증권사의 핵심 비즈니스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전통IB는 물론 부동산 등 대체투자부문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인 것도 맞다. IB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투자 역시 국내에 머물지 않고 국경을 넘어 해외 부동산 등 글로벌리 뻗어나가고 있다. 불확실성이 점차 확대되는 경제 여건 속에서 IB부문 성과는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증권사 IB 리더들을 만나 올해 전략과 각오를 들어봤다.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서도 부동산 IB 시장은 언제나 기회가 있다. 선별적인 투자는 필요하겠지만 다양한 형태의 부동산 투자로 작년보다 25% 정도 올해 실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봉원석 미래에셋대우 부사장. 2019.01.24 leehs@newspim.com |
작년 하반기부터 시장 분위기는 좋지 않다. 금리 인상과 무역분쟁 등으로 전반적인 경제상황뿐 아니라 부동산도 한풀 꺾였다. 노른자위 오피스 건물은 매맷값이 3.3㎡당 3000만원을 웃돌아 선뜻 뛰어들기가 어렵다. 부동산 IB가 소위 돈이 된다는 인식에 경쟁자까지 급격히 늘면서 저가 매수를 기대하기도 쉽지않다.
하지만 미래에셋대우 부동산IB의 선봉장인 봉원석 대표(부사장)는 부동산 IB시장은 언제나 기회가 열려있다고 강조한다. 투자 건수는 줄어들 수 있지만 양질의 사업이 늘면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것. 국내외 네트워크와 딜(deal) 경험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만큼 수익성 위주의 프로젝트로 몸집을 키우겠다는 각오다.
“부동산 시장은 경기와 연동될 수밖에 없는데, 경기 사이클이 하락기에 들어섰고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규제 및 보유세도 강화해 시장 전반의 상황이 좋지 않다. 특히 그간 부동산 가격 상승과 맞물려 값이 급등한 오피스 시장은 리스크가 높아졌다. 투자수요 및 경기 악화로 임차인이 감소해 투자 수익률이 낮아질 것으로 본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한 오피스 투자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봉원석 대표는 이어 “그럼에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높거나 입지적 장점, 개발호재가 있는 오피스 건물은 여전히 사업성 검토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봉원석 IB2부문 대표는 미래에셋대우의 실적 상승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작년 IB2부문은 순영업수익(영업수익에서 판관비를 제외하고 영업비용을 뺀 금액)에서 목표(1500억원)를 100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올해는 순영업수익 목표가 전년대비 25% 증가한 2000억원. 봉 대표가 운영하는 자금이 2조원 정도인 점을 고려할 때 10%가 넘는 수익률을 달성해야 가능하다.
봉 대표는 “투자 리스크가 높아지는 시기이지만 축적된 딜 경험과 체계적인 검증 시스템으로 수익적인 성장세를 이끌어 갈 계획”이라며 “무리한 투자보단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IB부문의 목표치를 달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봉 대표는 최근 투자환경을 고려해 에쿼티(지분)보다 론(대출)에 관심을 둔다. 특히 디벨로퍼에 필요한 공사비를 빌려주는 딜을 늘렸다. 작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짓는 복합 리조트 ‘더 드루 라스베이거스’의 중순위 대출을 진행했다. NH투자증권과 총 1600억원을 투자한 것. 10년 정도 공사 멈춘 NPL(부실채권)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투자금을 정상화해 올해 말 시공사를 선정해 착공한다. 이 사업으로 미래에셋대우가 챙기는 대출금리가 9~10% 정도로 낮지 않은 수준이다. 최근 미국 맨해튼, 비벌리힐스 등에서 이 같은 일종의 ‘컨스트럭션 론(건설비용 대출)’ 투자를 진행했거나 검토중이다. 이들 사업도 대출금리가 10% 안팎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봉원석 미래에셋대우 부사장. 2019.01.24 leehs@newspim.com |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개발 사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구글과 LG전자가 미래형 스마트 타운을 조성키로 해 화제가 된 '청라 G시티' 조성사업에 참여한다. 주거단지와 오피스, 상업시설, 국제업무시설 등이 들어서고 오는 2026년 준공 예정이다. 또 금호타이어와 송정역 일대 광주공장을 개발하는 사업도 진행키로 했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복합 단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봉 대표는 “부동산 IB 시장이 경쟁과열 양상을 보이는데 컨스트럭션 론 및 도심 개발 사업 등은 상당한 노하우와 분석력, 자금력을 요구하는 프로젝트”라며 “이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고부가가치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7대 3 정도인 국내외 투자 비율은 6대 4 수준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투자 유형이 다양하고 국내 증권사 중 가장 우수한 해외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복안. 봉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 금융·운용·투자사에 대한 네트워크가 경쟁사대비 우수하고 양질의 투자건도 많아 해외시장의 비중을 보다 높여나갈 계획”이라며 “선진국에선 미국과 독일, 신흥국에선 베트남을 유망지역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미래에셋대우가 발행어음 시장에 뛰어들게 되고, 달러 발행어음을 발행하면 해외 사업에서 자금을 운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65년생인 봉원석 대표는 김기형 메리츠종금증권 부사장,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부사장, 임정규 교보증권 전무와 함께 국내 부동산 IB의 대표적인 1세대로 꼽힌다. 지난 2004년 4월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부동산금융팀장을 거쳐 2005년 미래에셋증권으로 옮겼다. 기업RM부문 2본부장과 CRO(최고 리스크관리 책임자)를 역임한 뒤 2015년 전무로 승진했다. 3년 만인 작년 말 부사장에 올랐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