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67차 정기대의원대회서 경사노위 참여 부결
전문가 "정부 불신, 내부 이해관계 충돌로 인한 결과"
올해 4차례 투쟁 예고한 민주노총 "노정갈등 심화 불가피"
"기득권 유지 위한 투쟁 공감 어려워...갈등해결에 나서야"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가 10시간이 넘는 토론 끝에 결국 무산됐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열리고 있다. pangbin@newspim.com |
민주노총은 지난 28일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홀에서 67차 정기 대의원회의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 관련 집행부의 원안과 수정안 3건을 논의했다. 그러나 3건의 수정안은 모두 부결됐고, 원안은 논란 끝에 표결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전문가는 "민주노총 안팎의 갈등이 빚어낸 결과"라며 갈등 확대 가능성을 우려했다.
◆경사노위 참여 안건 부결..."정부불신·내부갈등 표출된 것"
민주노총 대의원회의에 올라온 경사노위 참여 관련 수정안은 △무조건 불참 △정부의 탄력근로제 확대·최저임금제 개편 철회 시 참여하는 조건부 불참 △우선 참여 후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 등을 강행하면 탈퇴한다는 조건부 참여 등 3건이다. 수정안은 재석의원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해 모두 부결됐다.
집행부의 경사노위 참여 원안은 표결에 부치지 못했다. 일부 대의원이 "김명환 위원장이 수정안을 논의할 때 원안을 포기하겠다고 발언했다"며 원안 폐기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대의원들은 원안 표결 찬성과 반대로 갈려 논쟁을 벌였다. 이에 김명환 위원장이 "새 사업투쟁계획을 만들어 임시 대의원회의 소집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와 관련,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후퇴했다는 불신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며 "민주노총을 들러리로 세울 것이라는 인식이 장외에서 투쟁하자는 주장에 무게를 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화 기구를 두고 내부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며 "금속노조와 같은 대기업 노조는 투쟁으로 실익을 얻으려는 반면, 전국교수노조는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열리고 있다. 2019.01.28 pangbin@newspim.com |
◆투쟁 노선 걷는 민주노총...노정갈등 심화 우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참여 불발로 장외에서 강경투쟁 노선을 걷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2월 총력투쟁을 앞둔 민주노총은 4월 총력투쟁과 6월 총파업·총력투쟁, 11~12월 사회적 총파업·총력투쟁 등을 예고했다.
이병훈 교수는 "민주노총은 대의원회의에서 과거부터 고수했던 투쟁의 길로 가겠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면서 "민주노총이 앞으로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 철회와 같은 노동계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최저임금 개편이나 탄력근로제 확대 등 정책이 추진되면서 노정갈등은 뜨겁게 표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태기 교수는 "민주노총의 역사를 보면 투쟁을 통해 이익을 보고, 법적 처벌을 받아도 사면되기도 했다"며 "정부가 노동계와 대화에 공을 들이려 하겠지만, 공약으로 내건 사항이기 때문에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28일 오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열리는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 앞에서 경사노위 참가 반대 현장활동가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2019.01.28 pangbin@newspim.com |
◆"투쟁노선 공감 어려워...갈등해결에 충실해야"
전문가는 대화를 배제한 민주노총의 투쟁 노선이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병훈 교수는 "일자리 문제나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 입장에서는 좋은 일자리를 갖춘 민주노총 조합원의 파업에 반감을 가질 수 있다"며 "여기에 민주노총이 경제에 있어 책임이 크다는 보수언론 보도가 더해지면 반감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민주노총은 여전히 투쟁 중심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대기업 정규직 등 주요 조합원의 기득권을 위한 투쟁은 취약계층이나 청년 등 다수의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명분이나 이념에 치우친 노선은 유연한 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며 "노동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조직으로서 갈등 해결과 같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sun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