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극한직업’으로 ‘천만 감독’ 대열에 합류한 이병헌 감독이 배급사 CJ ENM를 통해 관객의 궁금증 해소에 나섰다.
‘극한직업’은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창업한 마약치킨이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는 내용의 코믹 수사극이다. 지난 6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뒤 순항 중이다.
이병헌 감독 [사진=CJ ENM] |
Q1. 네 번째 장편 연출작만에 첫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소감은
요즘 거실에 걸린 첫 장편 ‘힘내세요, 병헌씨’(2013) 포스터에 눈이 많이 간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작은 영화도 많은 이에게 소개됐으면 하고 지금은 그저 감사한 마음이 크다. 함께 작업한 스태프, 배우들 얼굴이 하나하나 스친다. 모두 즐거워하고 있어 행복하다. 무엇보다 관객에게 감사하다.
Q2. 흥행 이유에 대한 여러 분석이 나왔는데 직접 흥행 요인을 꼽는다면
어렵다. 내가 만든 영화를 스스로 분석하는 것은 필요한 작업이지만, 드러내기에 예민한 지점이 있다. 그래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배우들의 명연기가 절대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Q3. 이병헌식 코미디 감수성의 원천은
가까이 있는 사람을 관찰하고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로 이야기해야 한다. 흔하고 진부한 이야기라도 재밌어야 한다. 진부하다는 건 그만큼 재밌어서 많이 사용됐다는 뜻일 수 있다. 그걸 한 번 더 비틀어 재사용하는 것을 즐긴다. 클리셰를 깨고 웃음을 유발하고 그것이 성공했을 때 오는 쾌감이 크다. 감동 코드를 섞지 않은 건 싫어해서가 아니라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다.
Q4. 앞으로도 코미디 장르 한 우물을 팔 생각인지, 코미디의 매력과 ‘이병헌표 말맛’이란 평가에 대한 소감은
코미디의 매력은 웃음이다. 웃음은 행복을 유발한다. 단발적이든 여운이 남는 웃음이든 그 순간만큼은 행복을 준다. 코미디는 그런 면에서 큰 역할을 한다. 한 우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정통 코미디는 처음이다. 이전 작품들은 웃음보다 감정을 따라가는 게 더 중요했다. 반면 ‘극한직업’은 상황을 따라가는 코미디로 웃음 자체가 중요했다. 결이 다르다. 어떤 이야기인가, 필요한 이야기인가, 하고 싶은 이야기인가가 우선이다. 그 이야기에 코미디가 어울리지 않는다면 굳이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 ‘이병헌 표’란 말은 부끄럽고 민망하다. 그러나 말맛이 주요하단 평가는 고맙게 생각한다. 시각적인 표현에 대해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까지 평범한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에 더 관심이 간다. 그런 영화를 해와서 중요하게 생각했고 수없이 수정하며 만든 대사들인지라 고마울 수밖에 없다.
Q5.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은
모든 순간이 기쁘면서도 힘들었다. 가장 기뻤던 순간은 캐스팅을 완료한 시점이다. 류승룡의 캐스팅으로 안정감이 생겼다. 그 안정감을 바탕으로 신선하고 새로운 조합을 완성할 수 있었다. 게다가 신하균, 오정세로 자신감이 솟았다. 캐스팅을 완료했을 때 ‘내 할 일은 끝났구나’ 싶을 정도였다. 모두 신뢰할 수 있는 배우들이었고 새로웠다. 생각만 해도 재밌었다. 힘들었던 순간은 첫 시퀀스의 추격신과 차량 추돌신을 찍을 때였다. 111년 만의 폭염 아래 4일간 촬영했다. 스케줄 여건상 피해갈 수 없는 날짜였다. 보통 추격, 추돌신과 달리 정확한 계산 아래 꼭 필요한 커트, 최소한의 테이크로 찍어야 했다. 힘들어하는 배우, 스태프들에게도 미안했고 철저히 계산해야 해서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다.
Q6. 영화 속 수많은 장면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신은
위에 언급한 추격, 추돌신이다. 다른 영화인이 보면 엉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서 더 애정이 간다. 할 수 없는 걸 스태프, 배우들이 그렇게라도 해낸 거다.
Q7. 드라마 ‘멜로가 체질’ 시나리오 작업 중인데 이후 차기작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차기작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드라마에 집중하고 있다. (‘멜로가 체질’은) 3월부터 촬영에 돌입한다. 하반기 편성 예정으로 30대 여자 친구들의 일과 연애를 소소한 수다로 녹여내는 작품이다.
Q8. 시나리오 작가, 연출가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는데 각각의 매력은
여름에 겨울이 그립고 겨울에 여름이 그립듯 현장에 있으면 책상이, 책상에 있으면 현장이 그립다. 연출가를 그리워하게 해주는 작가, 작가를 그리워하게 해주는 연출가. 그게 매력이다.
Q9. ‘극한직업’ 2탄에 대한 생각은
저도 궁금하다. 저는 아직 아이디어가 없다. 사실 투자사, 제작사와도 깊게 얘기를 나눠 본 적이 없다. 다만 배세영 작가가 초고를 써준다면 해보겠다고 농담처럼 말한 적은 있다.
Q10. 영화감독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극한직업’ 가족 시사회 때 가족이 함께 봤다. 영화를 10년 넘게 했고 네 번째 장편인데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 그들이 꾸준히 좋아하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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