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전개·쓰리간 논란에도 드라마 잘돼 다행
최수종 '선한 영향력' 현장서 접하고 많이 배워
차기작선 연기변신…"샤프한 이미지 되찾을 것"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이장우가 제대 후 '인생작'이라고 꼽을 작품을 만났다. 무려 5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종영한 '하나뿐인 내편'에서 주연을 맡아 전국구 유명세를 재확인했다.
최근 드라마를 마치고 벌써 차기작을 준비 중인 이장우와 만났다. 이장우는 "이렇게까지 시청률이 잘 나올거라고 누구도 기대를 안했다"면서 뿌듯한 듯 웃었다. 고구마에, 막장까지 시청자들이 쏟아냈던 혹평에 비하면 대단한 결과였다.
"작품이 너무 잘 돼서, 이 정도일 줄은 상상을 못했어요.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아 얼떨떨해요. 끝나면 속 시원하고 해방감도 들 줄 알았는데, 그래서 더 아쉽기도 하고요. 설정이나 스토리 상 비판도 많았지만 처음부터 감수했던 부분이에요. 살인 전과자라는 자극적 소재로 시작했고 인물 간에 어떤 걸 엮으려면 간 기증이나 극단적 사건이 또 일어나야만 그게 극복될 수 있겠더라고요."
드라마가 후반부로 갈수록 극단적 설정 탓에 김사경 작가를 비롯해 KBS에도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KBS는 무려 세 편의 드라마에서 '간 이식'을 둘러싼 가족간 갈등을 다뤄 '쓰리간'이라는 비아냥 섞인 유행어가 돌기도 했다. 이장우는 "비판은 하셔도 보는 분들은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쿨하게 웃었다.
"작품 시놉시스에 처음부터 간 이식이 있었어요. 의사들에게 물어봐도 사실 가족이 이식을 해줘야 하는 건 간밖에 없다더라고요. 그래서 KBS가 '쓰리간'을 하고 있는 거 같은데.(웃음) 작가님도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비판은 받았지만 한편으론 시청률이 잘 나오는 걸 보면 보는 분들이 강한 소재와 이런 이야기들을 좋아하시나보다 싶어요."
'하나뿐인 내편'은 이장우의 제대 후 복귀작이다. 이번 드라마에 임하는 각오도,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도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는 "군대에 있는 동안 정말 많이 불안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걱정을 정말 많이 했어요. 군복무 동안 나는 잊히겠구나 싶었죠. 요즘은 너무 빨리 변하는 시대잖아요. 매체도 배우도 많으니까요. 군대 갔다와서 드라마 들어가니까 이제 제대로 된 회사에 입사해서 일하는 느낌도 들더라고요. 이제 시작이구나 싶어요. 드라마에서 또 선배들의 영향을 받아서 안정적으로 촬영했고 우리끼리 으쌰으쌰했어요. 그렇게 심적 안정을 찾을 수 있었죠."
군복무를 하면서 불안감과 조바심에 시달린 이유 중엔 이전과 조금은 달라진 외모도 있다. 다행히 이장우는 "지금의 제 모습은 의도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취재진을 웃게 했다. '하나뿐인 내편'의 왕대륙은 날카롭고 샤프한 본부장님과 다른 캐릭터라는 게 그의 얘기였다.
"작가님 만날 때도 드라마 시작할 때도 지금과 같았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이번 드라마에서 재벌집 아들이지만 늘 똑같이 멀끔한 비주얼인 게 좀 걸렸죠. 잘생기고 마르고 잘나기만 한 본부장이 현실적인가 싶기도 하고요. 제가 비주얼 담당으로 들어온 건 아니니까 이런 캐릭터로 가보자. 노선을 나름대로 정했죠. 그런데 욕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하하. 실패했다는 느낌도 있지만 댓글 보니까 처음엔 많이 욕하시다가 중후반 돼선 다들 이해하시더라고요. 자리를 잡았나봐요."
'하나뿐인 내편' 역시 막장 소재의 드라마가 으레 얻게 되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장우는 이렇게까지 드라마가 사랑받은 이유를 묻자, "명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소재도 굉장히 강하고 극을 풀어가는 방식이 이상하다고 느낄 때도 있거든요. 우리끼리는 현장에서 서로 너무 좋아하고 행복하게 촬영하니까 그게 전달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죠. 최수종 선배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혹시나 '다른 데 가서 사고치면 안된다'고 하시고 단속도 하고 그랬어요. 하하."
특히나 이장우는 이번 드라마에서 선배 최수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고백했다. 최수종이 이장우의 내면을 다잡아줬다면, 박상원은 주연배우의 역할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줬다. 당시를 떠올리며 이장우는 "최수종 선배처럼 오래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수종 선배는 그 선함이 너무 강해서 같이 밥 먹고 얘기만 해도 그냥 느껴지는 게 많았어요. 지금 연예계가 정말 시끌시끌한데 이 태풍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따로 말씀 안하셔도 그분처럼 살면 되겠다 깨달았죠. 박상원 선배님은 혼자 드라마를 만드는 게 아닌데 감독님, 스태프들 어떻게 챙기고 다른 출연자들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조언해주셨어요. 먼저 나서서 회식도 잡고 팀 분위기를 다독이는 방법도 알려주셨죠."
'하나뿐인 내편'으로 성공적인 복귀식을 치른 이장우. 다음 작품을 이미 준비 중이라며 넌지시 연기 변신을 예고했다. '돼륙이'라는 굴욕의 별명을 얻었던 이번 드라마와 완전히 달라진 비주얼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도 잊지 않았다.
"차기작은 아직 몇 가지를 얘기 중이에요. 왕대륙과 정반대 인물을 하고 싶어요. 외형적으로도 욕을 많이 먹었기 때문에 다시 리즈시절로 돌아가서 날 선 캐릭터를 해볼 생각이에요. 장르물의 살인마라든지, 굉장히 센 인물로 '이장우가 이런 널뛰기도 할 수 있구나, 포지션을 넓게 잡을 수 있는 배우구나' 느끼게끔 준비 중이에요."
이장우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도 최수종의 '선한 영향력'에 깊게 감명받은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리고 그가 앞으로 걷고 싶은 길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최근에 군복무나 여러 사건, 사고와 엮여 시끄러운 연예계를 살아가면서, 그는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할 것"이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사실 정치에는 관심이 없지만 너무 몰라도 이상한 말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요즘 해요. 실제로 그런 분들이 있었고 과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도 좀 찾아보게 돼요. 알고는 있어야 말을 할 수 있으니 공부도 하려고요. 다행히 책 읽는 걸 좋아해서 연기에도 굉장히 도움이 돼요. 저도 최수종 선배님처럼 선한 영향력을 가진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에요. 방송에서만 그런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더하더라고요.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jyyang@newspim.com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