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부실학회 참석, 본인 고지 없어"
부실학회 과학기술계 이슈가 '결국 발목'
과기정통부 장관후보자 첫 지명철회 '충격'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지명 철회로 결국 낙마했다. 아들의 ‘황제 유학’과 외유성 출장 논란 등 여러 의혹들이 불거진 끝에, 부실학회 참석이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았다.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1차 시한을 하루 남겨 두고 후보자 지명이 철회됨으로써 KAIST(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신분으로 돌아갔다.
조 교수는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될 당시, 자타공인 와이브로 전문가로 내달 5일로 다가온 세계 최초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등 관련 산업 생태계 조성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청와대는 지명 배경에 대해 "정보통신 분야 전문가인 조 교수는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 통신기술, 무선충전 전기버스 등의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등 탁월한 연구 역량과 성과로 정평났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9.03.27 yooksa@newspim.com |
하지만, 연구부터 실무까지 두루거친 '믿을 만한 인사'라는 업계 평이 무색하게, 조 교수는 인사 청문회 내내 '배우자 동반 해외 출장', '자녀의 병역·취업 특혜' 등 관련 의혹을 해명하느라 곤혹을 치렀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2009년 이후 후보자가 공식 해외출장을 나간 46회 중 배우자가 무려 36회 동반 출국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조 후보자의 두 자녀가 미국 유학 중이던 2013~2018년엔 각종 출장 일정이 자녀들의 입학 및 졸업 일정과 공교롭게 맞물리며 의혹은 더욱 커졌다.
무엇보다, 자녀 '호화 유학' 지원 논란에 대해 조 교수 스스로도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7일 인사청문회에서 "7년 동안 7억을 송금했다. 후보자 연봉이 1억원 내외로 알고 있는데, 연봉 전체를 바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그 동안 자녀는 포르쉐를 타고 월세 240만원인 아파트에 살며 '황제유학'을 했다"고 비판했다.
또 장남의 동원올레브 인턴 근무와 차남의 카이스트 위촉기능원 근무에 대해서는 채용특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조 후보자는 동원올레브에서 사내이사를 지낸 바 있다.
조 후보자에 대한 부동산 관련 의혹도 제기됐다. 조 교수는 지난 1998년 경기도 안성에 1500평에 달하는 토지를 사들인 데 대해선 "선친 묘소를 준비하려고 했다"고 답했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을 지우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특히, 이른바 유령·가짜학회 단체로 문제가 된 오믹스(OMICS International) 학회 참석이 결정적으로 ‘지명 철회’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오믹스는 정상적인 논문 출판문화를 해치고 과장 광고를 한 혐의로 2016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 공식 제소된 바 있다.
조 교수는 IT-BT(바이오인포메틱스) 융합연구를 진행하면서 바이오마커 관련 지도학생의 발표와 관련 연구동향을 수집하기 위해 2017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학회(9th World biomarkers Congress)에 참석했다.
조 교수는 지명 철회 하루 전에 기자들에게 “학회 참석 시 미국 피츠버그 의대와 체코 찰스(Charles) 대학의 유명 교수 등 유전체학․분자생물학 전문가가 기조강연을 하는 등 참석자와 발표내용이 충실해 당시로서는 통상적인 학회로 인식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조 교수의 '문제학회' 참석은 자진 신고되지 못했고 지명 철회 결정으로 이르렀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을 비롯해 KAIST 등 대학교수들의 부실학회 참석은 지난해부터 과학기술계를 강타해 크게 논란이 됐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장관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것도 처음 인데다 지명철회까지 이어지자 상당한 충격에 휩싸인 것으로 알려졌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