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이명박 전 대통령 18차 공판
‘인사청탁’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증인 출석
MB, 불리한 증언나오자 한숨 쉬기도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이팔성(75)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명박(78) 전 대통령 재판에서 “좋은 일에 쓰라고 돈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5일 오후 2시 5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18차 공판을 열고 이팔성 전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다스 비자금 횡령 및 삼성 뇌물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제 1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4.05 dlsgur9757@newspim.com |
당초 고법은 이 전 회장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강제구인을 위한 구속영장 발부 절차를 밟을 방침이었으나 이 전 회장이 자진 출석하면서 영장 발부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이날 증인신문에 앞서 고법에 증인보호 및 지원을 신청, 증인지원관의 도움을 받아 입정했다.
이후 재판장이 가림막 설치 여부를 물었으나 이 전 회장은 “그냥 하겠다”며 이를 거절했다.
이 전 회장은 우선 변호인 측 신문 과정에서 “꽤 오래 전이라 정확한 기억은 안나지만 여러 모임에서 이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며 증언을 시작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 측에 돈을 전달한 계기와 관련해선 “가깝게 계신 분이 큰 일을 하게 돼 돕고 싶은 마음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또 ‘성동조선해양 측 자금을 이야기하면서 본인의 인사를 청탁했냐’는 변호인 측 질문에는 “자금의 용도나 출처는 따져보진 않았고 그냥 돈을 좋은 곳에 잘 쓰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전달했다”고 답변했다.
이 전 회장은 이어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씨에게 돈을 건네며 “‘성동조선해양 측 자금’이라고 언급했다”며 “상식적으로 이상득이나 이상주(이 전 대통령 사위)가 상식적으로 그런 보고를 MB에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회장이 직접 금융기관장 자리를 시켜달라고 이 전 대통령 측에 청탁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 시켜달라고 대통령한테 청탁한 사실이 있냐’는 변호인 측 질문에 잠시 침묵한 뒤 “잘 기억은 없는데, 금융기관장을 제가 하고싶다는 말씀을 드린 것 같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KRX(한국거래소) 맡으라는 전화를 받은 걸로 기억한다”고도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아울러 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에게 돈을 전달하고 이 전 대통령과 이상주 변호사 등의 양복을 맞춰줬다는 진술을 내놓기도 했다.
이같은 증언이 나오자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이 전 대통령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한숨을 쉬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편 검찰 등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인사청탁 명목으로 이 전 대통령 측에 현금 22억6000만원과 1230만원 상당의 금품 등을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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