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투자매력 사라지자, 고금리 'BBB'급 회사채 매수세 몰려
일부 하위등급 채권 '경고'..."신용등급 '강등', 부채부담 확대 우려"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 아래로 떨어지자 고금리 비우량 회사채로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경기부진 상황에서 하위등급 채권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낸다.
26일 국고채 1년물 금리는 1.745%, 2년물 1.741%, 3년물 1.725% 등으로 모두 기준금리 1.75%를 밑돌았다. 우량채로 분류되는 'AA-' 2년물 회사채 금리도 1.988%에 그쳤다. 반면 'BBB+' 1년물 3.976%, 2년물 4.888%, 3년물 5.640% 등으로 고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우량채권마저 금리가 2% 아래로 떨어지며 금리매력이 사라진데다, 기준 금리인하 가능성마저 차단되면서 고금리 비우량 채권 선호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BBB'급 회사채들은 발행액의 최대 5배 이상 몰리는 등 '메가히트'를 이어갔다. 예전 신용도 떨어지는 부실채권이라는 오명 속에 차가운 시선을 받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스텔라데이지호' 남대서양 침몰의 아픈 기억이 있는 폴라리스쉬핑(BBB+)은 해운업 침체에도 불구, 지난 15일 수요예측에서 600억원 모집에 157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이 같은 주문에 당초보다 100억원 늘어난 7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발행금리 역시 기준금리보다 1년물 –112bp, 2년물 –121bp 낮게 결정됐다. 수요예측 금리밴드 하단 –40bp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대한항공(BBB+) 역시 지난 22일 2000억원 모집에 4890억원이 몰려, 3000억원으로 발행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한진(BBB+)은 400모집에 750억원의 주문이 들어와, 600억원 증액발행을 검토중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BBB+)는 지난 22일 3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5배가 넘는 1650억원이 몰렸다. 오케이캐피탈(BBB+)도 300억원 모집에 910억원이 몰렸고, -52bp 초강세 발행됐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 "국채금리 너무 약해...부도위험 없는 'BBB'급 매수"
당분간 이 같은 비우량채권 인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채 금리가 너무 하락해서, 부도리스크가 제한된 BBB급 회사채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진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와 같이 낮은 금리 레벨에선 리스크를 더 가져가더라도 금리가 조금이라도 더 나오는 채권을 찾을 수밖에 없다"면서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다"고 봤다. 이어 "금리 레벨이 낮더라도 금리 방향성이 있다면 방향성에 베팅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이에 캐리(이자수익)을 찾아, 고금리를 찾아 크레딧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채권업계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통위 때마다 "아직 금리인하를 고려할 때가 아니다"라는 발언이 반복되면서, 연내 금리동결 또는 연말께 한차례 인하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신평사 중립스탠스도 BBB급 회사채 매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신평사들이 산업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등급 방향성은 명확히 중립적"이라면서 "시장에선 투심이 망가질 정도의 신용등급 강등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운용업계도 국고채보다는 크레딧 매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정호 동양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 본부장은 "연초 국공채의 비중을 축소하는 한편, 고금리 여전채와 크레딧을 편입했다"며 "앞으로도 캐리 수익률이 높은 크레딧을 매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 일각에선 BBB급 쏠림 현상을 경계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위 등급 회사채의 스프레드 축소폭이 크게 나타났다"면서 "높은 캐리(이자)에 대한 수요가 과도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실적은 둔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고 부채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 등급하향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특히 하위 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는 개별적인 펀더멘탈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