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9시간 장시간 화재로 화재 현장 심하게 불에 타"
"구체적 발화지점 한정·발화원인 규명 불가"
"내사종결 예정...관련 문제점 제도개선 건의할 것"
[서울=뉴스핌] 윤혜원 기자 = 지난해 11월 ‘통신대란’을 야기한 KT아현지사 화재의 원인이 5개월에 걸친 경찰 조사에도 밝혀지지 못했다. 화재 현장이 심각하게 훼손돼 발화지점을 특정할 수 없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30일 “장시간 화재 등으로 통신구 내부가 심하게 불에 타 구체적 발화지점을 한정하지 못했고 과학적 검증이 가능한 발화원인을 규명할 수 없었다”며 “내사종결 예정이며 내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제도개선을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로고 |
경찰은 지난해 11월 24일 화재 직후 13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소방, 한국전력(한전),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과 함께 조사를 벌였다.
5개월여에 걸친 조사 결과 경찰은 방화와 실화 가능성이 낮다고 결론 냈다.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화재 당일 지하 1층 통신구 안에 출입한 사람이 없었고, 담배꽁초 등 발화물질이나 휘발유 등 인화성물질도 발견되지 않았다. 국과수 감정에서도 기타 원인에 의한 실화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통신구 내부의 전기적 원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통신구의 심한 연소변형으로 구체적 발화지점 한정 및 발화원인 논단은 불가하다”고 했다.
다만 경찰은 내사 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문제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을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KT아현지사 지하통신구는 소방기본법상 특별소방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적용 대상 지하구는 폭 1.8m 이상, 높이 2m 이상, 길이 500m 이상이어야 하지만 해당 통신구는 폭 2m, 넓이 2.3m, 길이 112m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또 해당 통신구는 통신선만 매설된 지하구로, 전기·가스 등과 공동수용된 것이 아니라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공동구 관리자의 안전점검 대상에서도 빠졌다.
KT아현지사는 지난 2015년 원효지사와 통합돼 감독 행정관청의 관리를 받아야할 C등급시설이 됐지만 등급을 조정하지 않고 D등급으로 자체 관리한 사실 역시 경찰 내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KT아현국사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2차 합동감식을 위해 화재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2018.11.26 leehs@newspim.com |
경찰은 시설기준을 변경할 경우 감독 행정관청에 즉시 보고하는 등 적시성 있는 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 개선을 관련 부처에 권고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서울 중구·마포구·서대문구 일대 유무선 케이블 16만8000회선과 광케이블 220 묶음이 불에 타면서 KT추산 489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통신과 금융이 일시에 마비되는 대규모 통신대란도 빚었다.
hw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