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정책

속보

더보기

[스타톡] 최고가 된 봉준호, 다시 시작을 말하다

기사입력 : 2019년05월31일 10:51

최종수정 : 2019년05월31일 10:52

12세 꼬마 시네필,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 품기까지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Parasite of Bong Joon-ho(‘기생충’의 봉준호)!”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 한국의 영화감독 봉준호(50)의 이름이 크게 울려 퍼졌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 현장,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 수상자로 봉준호를 호명했다.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경쟁부분에 초청된 이래 19년 만이자 한국영화로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에 맞는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 세계적 거장 반열…“송강호에 감사, 국내 반응 더 중요”

봉 감독은 칸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국내 감독이다. 2006년 ‘괴물’(감독 주간)로 처음 칸의 부름을 받은 그는 이후 ‘도쿄!’(2008, 주목할 만한 시선), ‘마더’(2009,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 경쟁 부문)로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리고 다섯 번째 초청인 올해 칸에서 최고의 성과를 냈다. 황금종려상을 들고 금의환향한 봉 감독은 “정신이 없다. 난 지금 ‘마더’의 원빈 같은 상태다. 기억의 순서가 뒤죽박죽”이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이내 그날의 영광을, 기쁨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특유의 여유로 농담도 곁들였다.

“호명되는 순간 가장 먼저 한 생각은 ‘계단에서 넘어지지 말자’였죠(웃음). 거기 계단이 되게 가파르고 제가 발목이 골절된 적이 있어요. 부실하거든요. 계단을 침착하게 올라간 후 과거 수상 감독 중 몇몇이 팀과 함께 올라간 장면이 떠올랐죠. 그래서 송강호 선배와 제작사 대표님을 불렀어요. 소감은 급한 불부터 끄는 느낌으로 했죠. 통역하는 분이 있으니까 좋더라고요. 그동안 시간을 벌었죠. 다음 스텝을 정리할 시간이 생긴 거예요(웃음).”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고마운 사람은 너무나도 많았다. 한 명을 꼽으라면 단연 송강호다. 실제 봉 감독은 시상식에서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나의 동반자의 멘트를 듣고 싶다”고 송강호에게 마이크를 넘기는가 하면, 포토콜에서 송강호에게 상을 바치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본인 탓(?)에 수상을 놓쳐 내심 미안한 마음도 있는 듯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포토콜은 시상식과 달리 캐주얼한 분위기라 그렇게 할 수 있었죠.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이단 옆차기를 한 것처럼요(웃음). 사실 송 선배는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였어요. 애프터 파티에서 이냐리투 감독이 그러더라고요. 송 선배가 많이 아까웠다고.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은 남우주연상이나 여우주연상을 중복해서 받지 못해요. 규정이죠. 그렇지만 선배의 연기는 이냐리투 감독을 비롯한 다른 많은 심사위원이 엄청 찬양했다고, 인상 깊었고 훌륭했다고 칭찬했죠.”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은 국내 영화팬들의 높은 관심으로 이어졌다. ‘기생충’은 개봉일에 실시간 예매율 77.3%(5월 30일 오전 8시30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봉 감독은 처음부터 그 누구보다 국내 관객의 반응이 궁금했다고 털어놨다.

“국내 반응이 제일 긴장돼요. 사실 칸에는 순수한 의미의 관객이 없어요. 99%가 업계 관계자죠. 진짜 관객은 지금 오는 분들이에요. 그래서 변장해서 극장에도 가고 싶은 거죠. 특히 추임새 많이 넣으면서 보시는 중년 관객 틈에 앉아 반응을 듣고 싶어요(웃음). 물론 걱정도 되죠. 아무래도 영화제 수상작이라면 난해하거나 고고한, 예술적 향취로 무장한 영화란 이미지가 있잖아요. 규정상 또 영화 시작 전에 수상작이란 자막도 꼭 넣어야 해서 모두가 알 수밖에 없죠. 그래도 보시면 달라질 거라고 믿습니다.”

◆ “부자와 가난한 자의 모습 사실적 묘사…현실과 대면”

국내·외 관심을 독차지한 ‘기생충’은 알려진 대로 부자와 가난한 자, 양극단을 사는 두 가족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야기는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봉 감독은 자본주의사회, 계단으로 나뉜 계급을 다른 두 가족의 충돌로 날카롭게 풍자했다.

“양극화란 사회·경제적 단어를 동원하지 않아도 돼요. 가난한 자와 부자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죠. 또 착하고 정의로운 약자, 탐욕적이고 폭력적인 부자의 대결 구도는 사실 익숙해요. 그래서 그보다는 우리가 살갗으로 느끼면서 봐온 사실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죠. 영화 속 두 가족은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나빠요. 모두가 가지고 있을 만큼 적당히 비릿한 나쁨, 그게 중요했죠. 명백한 의도나 악당이 없는데도 파국이 생기는 건 우리 내면에 자리 잡은 원초적인 불안감을 반영한 거고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봉 감독은 이 영화를 내놓고 차가운 리얼리스트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희망으로 끝맺지 않기 때문이다. 맞서 싸워도 보고 꿈도 꿔보지만, 현실은 현실. 돈이 구김살을 펴는 다리미라고, 부자라서 착한 거라고, 가난의 냄새는 존재한다던 ‘기생충’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확실한 희망을 주지 않는다. “섣불리 말한 희망이 되레 거짓말”이란 봉 감독이 희망 대신 쥐여 주는 건 현실이다.

“영화의 흐름도 엔딩도 솔직한 대면이라고 생각해요. 현 상황 또는 시대 모습과 솔직하게 마주하는 거죠. 물론 마지막에 약간의 희망을 이야기하긴 하는데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그것도 슬퍼요. 전 그걸 머금고 영화가 끝내길 바랐어요. 어찌 보면 그게 시대를 드러내는 창작자로서 솔직한 태도라고 생각했죠. 직접적인 희망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실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느낌은 줘요. 마지막에 최우식 군이 부르는 노래도 그렇죠. 제가 노랫말을 썼는데 그 가사도 장밋빛 희망을 말하진 않으나 꾸준히 살아가요. 그래도 묘한 낙관은 있는 셈이죠.”

◆ “중요한 건 더듬이의 예민함…차기작 구상 마쳐”

첫 장편 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를 시작점으로 친다면 감독으로 정식 데뷔한 지 19년이 흘렀다. 봉 감독은 그간 꽤나 굵직한 영화들을 만들었다. 극장가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살인의 추억’(2003), ‘천만 감독’ 타이틀을 선물한 ‘괴물’(2006), 칸 초청작 ‘마더’(2009), 에드 해리스, 틸다 스윈튼, 크리스 에반스와 함께 한 ‘설국열차’(2013), 넷플릭스와 작업한 ‘옥자’(2018), 그리고 ‘기생충’까지. 모든 작품이 봉준호의 이름과 함께 숱한 화제를 모았다. 

“제가 칸에서 ‘열 두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라고 했는데 정확히는 중학교 1학년 때였어요. 수상 장소가 프랑스라 그쪽 나이로 계산했죠(웃음). 어쨌든 한국 나이 14세 때 처음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 당시 월간 잡지 스크랩하면서 좋아하는 배우와 감독을 동경하기 시작했죠. 그냥 평범한 아이 중 한 명이었던 거예요. 다만 성격 자체가 집착이 심해서(웃음) 그 후로 쭉 영화를 좋아했고 그러다 보니 영화를 찍게 됐고 오늘날 좋은 배우들을 만날 수 있는 지경에 오게 된 게 아닐까 하죠.”

[사진=CJ엔터테인먼트]

집착(집요함) 그리고 외로움. 봉 감독은 자신이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던, 정확히는 성덕(봉 감독은 박찬욱, 김지운 감독과 함께 ‘성공한 덕후’로 통한다. 세 사람은 모두 유명한 시네필 출신 영화감독이다)이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이 두 가지를 꼽았다. 아울러 모든 작품의 영감의 원천은 일상에서 보고 듣는 것들이라고 했다.

“성덕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인간관계가 안 좋아야 하죠(웃음). 친구가 많으면 덕후가 될 수 없어요. 고립돼야 하죠. 자의건 타의건 외로워야 해요. 그리고 집착, 집요해야 하죠. 사람 말고 텍스트에 집착하는 거예요. 재밌는 건 그 안에 또 사람이 있어요. 작품의 영감을 얻는 건 영화와 만화를 많이 보는 거죠. 최근에는 감독, 영화 관련 서적을 많이 보고 있어요. 근데 가장 중요한 건 일상에서 계속 촉수를 세우는 거죠. 곤충으로 치면 더듬이의 예민함을 잃지 않으려 해요. 그러다 보면 오가면서 지하철, 식당 등에서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돼요. 그게 많은 자극을 주죠. ‘플란다스 개’부터 늘 그랬어요.”

늘 눈과 귀를 열고 다니는 사람인 만큼 차기작 구상도 이미 끝났다. 봉 감독은 ‘기생충’ 다음 작품으로 두 편의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은 미국 스튜디오와 계약한 작품이고, 다른 한 편은 ‘기생충’보다 더 오래전에 구상했던 이야기다. 칸의 영광은 이쯤 넣어두고 다시 새로운 작품에 매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쪽과 2~3년 전에 계약된 게 있는데 250억~300억원 규모에요. 한국에서 준비 중인 건 서울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사건을 다루죠. 액션 혹은 드라마일 듯해요. 10년 넘게 구상한 거라 꼭 찍고 싶죠. 그리고 칸은 이제 잊혔으면 해요. 뭔가 이룬 감독처럼 자꾸 비치는 게 좋기도 하지만, 절 불안하게 만들죠. 흔히 말하는 경력의 정점처럼 될까봐 싫어요. 새로운 출발이 되고 싶거든요. 서양 나이로 전 49.7세, 아직 50대가 아니랍니다(웃음). 이제 시작인 젊은 40대 감독이에요. 그러니 칸은 과거로 보내고 계속 모험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요.” 

jjy333jjy@newspim.com

CES 2025 참관단 모집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남학생 입학 논란' 성신여대, 근조화환시위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성신여대가 '2025학년도 외국인 특별 전형 모집요강'에서 신설 국제학부에 외국인 남학생의 지원을 받기로 결정하며 논란이 된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교내에서 학생들이 락카 스프레이로 항의문구를 적고 있다. 2024.11.12 choipix16@newspim.com   2024-11-12 16:58
사진
'왕좌의 게임' 재현...넷마블 '지스타' 첫선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넷마블이 HBO의 메가 IP '왕좌의 게임'을 활용한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와 국내 모바일 게임의 대중화를 이끈 '몬스터 길들이기'의 정통 후속작 '몬길: STAR DIVE'를 선보이며 글로벌 게임 시장 공략에 나선다. 8일 넷마블은 서울 구로구 지타워에서 '지스타 2024 출품작 미디어 시연회'를 열고 국제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4'에서 선보일 신작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와 '몬길: STAR DIVE'를 최초로 공개했다.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HBO 드라마 IP를 활용한 오픈 월드 액션 RPG다. 8일 넷마블은 서울 구로구 지타워에서 '지스타 2024 출품작 미디어 시연회 현장. [사진=양태훈 기자] 장현일 넷마블네오 PD는 "워너 브라더스, HBO와 긴 시간 신중하게 협업하며 원작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게임은 원작 드라마의 시즌 4 후반부를 배경으로 한다. 플레이어는 '피의 결혼식'에서 정당한 후계자를 모두 잃은 몰락한 가문의 서자 역할을 맡는다. 장 PD는 "눈과 배고픔밖에 없는 척박한 북구에서 밤의 경비대를 도우며 가문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라며 "드라마에서 자세히 다루지 못한 이야기와 인물들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의 가장 큰 특징은 원작의 주 무대인 웨스테로스 대륙을 심리스 오픈 월드로 구현한 것이다. 드라마에 등장한 지역은 물론 나오지 않은 지역까지 철저한 고증을 거쳐 제작했다. 장 PD는 "원거리 공격으로 높은 곳의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재배치해 새로운 길과 숨겨진 공간을 찾는 등 다양한 퍼즐 요소도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투 시스템도 원작의 사실적인 톤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장 PD는 "마법이 난무하는 흔한 판타지가 아닌 칼과 도끼 등 현실적 무기를 기반으로 한 전투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플레이어는 용병, 기사, 암살자 중 하나의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각 클래스는 원작 캐릭터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개발됐다. 싱글 플레이뿐 아니라 협력 중심의 멀티 플레이도 제공된다. 윈터펠 같은 대형 성에서 다른 유저들과 만나 대화하고 파티를 꾸려 던전에 도전할 수 있다. 일부 필드에서는 다른 유저들과 함께 필드 보스 전투도 가능하다. '몬길: STAR DIVE'는 모바일 게임의 대중화를 이끈 '몬스터 길들이기'의 정통 후속작이다. 8일 넷마블은 서울 구로구 지타워에서 '지스타 2024 출품작 미디어 시연회 현장. [사진=양태훈 기자] 김광기 넷마블몬스터 개발 총괄은 "원작의 세계관과 스토리, 추억의 캐릭터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며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클라우드, 혈기왕성한 베르나 등 대표 캐릭터들과 새로운 마스코트 야옹이가 펼치는 모험"이라고 소개했다. '몬길: STAR DIVE'는 전작에 비해 전투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다. 김 총괄은 "캐릭터마다 개성 있는 전투 스타일과 역할이 있어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더 다양하고 효율적인 전투가 가능하다"며 "원작의 태그 플레이를 계승해 단순한 캐릭터 교체가 아닌 연계 공격과 협력 시스템으로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저스트 회피, 버스트 모드 등 액션성도 강화했다. 보스 몬스터와의 전투에서는 특정 부위 파괴나 속성 활용 등 전략적 플레이가 가능하며, 야옹이와 함께하는 몬스터 포획·길들이기 시스템도 구현했다. 한편 넷마블은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지스타 2024에서 100부스 규모로 두 게임을 선보인다. 170개 시연대를 통해 '킹스로드'의 프롤로그와 '몬길'의 초반 스토리를 체험할 수 있다. 중앙 무대에서는 인플루언서 대전, 버튜버 시연, 코스프레 쇼 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dconnect@newspim.com 2024-11-08 17:0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