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전시·아트

속보

더보기

50년간 평면조건 탐색한 최명영…‘고요한 말없음표 미술’

기사입력 : 2019년06월27일 14:37

최종수정 : 2019년06월27일 14:37

[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 구구절절 많은 말을 들려주는 그림이 있는가 하면 그의 회화는 말이 없다. 단조롭다 못해 적막하다. 아무런 형상도, 주장도 없다. 그저 끝없이 반복되는 수직 수평의 붓질(스트로크)과 켜켜이 쌓인 질료만 있을 뿐이다. 한국 현대추상미술의 주요 갈래인 단색화그룹의 화가 최명영(1941~)의 작품이다.

최명영은 서울 성동구 서울숲길의 더페이지 갤러리(THE PAGE GALLERY) 초대로 지난 21일 개인전을 개막했다. 전시 타이틀은 ‘Conditional Planes’로, 오는 7월 28일까지 계속된다. 더페이지 갤러리에서의 작품전은 지난 2015년 이후 4년 만이다.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최명영 [사진=서진수, 더페이지 갤러리]

이번 전시에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최명영의 ‘수직수평’ 시리즈가 다채롭게 나와 작가의 작품세계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게 한다. 특히 1990~2000년대에 제작한 미공개 작품을 대거 전시함으로써 작가의 완숙기를 한자리에서 음미할 수 있다. 아울러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인 ’평면조건(Conditional Planes)’ 시리즈 탄생의 단초가 된 1970년대 초·중반의 ‘등식(Signs of Equality)’ 시리즈도 함께 내걸려 최명영 미적 논리의 변천과정을 가늠해볼 수 있다.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최명영은 1964년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대학원 졸업 후, 1974년부터 2007년까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했다. 대학시절 정상화, 이규상, 김환기 등 기라성같은 작가들의 지도를 받았던 그는 한국현대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탐색하며 1962년 동료들과 함께 오리진(Origin)협회를 창설했다. 1969년에는 화가, 조각가, 비평가 등 당시 한국미술계를 이끌던 각 분야 구성원들과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결성하고 한국미술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조형미학을 모색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최명영은 1970년대 중반 한국의 대표적 추상미술운동인 ‘단색화’의 태동과 형성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최명영 ‘sign of equality 85-F’. 1985. 캔버스에 유채 [사진=더페이지 갤러리]

최명영 작품세계의 지향점은 ‘평면으로서의 기본적인 존재방식’의 탐색이다. 그는 특히 평면 위에서의 회화의 비(非)조형성에 주목해왔다. 반복되는 수행성에 초점을 맞춘 최명영의 작업은 대단히 담담하고 적막하다. 작가 스스로 “1970년 중후반 이래 ‘평면조건’이란 명제의 나의 작업은 단조로움과 무미함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명영의 그림은 행위의 주체를 배제한 채 무미건조하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일상 속 맞닥뜨리는 모든 내외부 자극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즉 평면 상에서 일궈진 모든 표현은 작가의 내면세계, 일상의 리듬과 궤를 같이 한 것. 이는 궁극적으로 질료로 대변되는 물질성이 정신적인 차원으로 환원된 것이기도 하다.

더페이지 갤러리의 이번 개인전을 통해 최명영의 ‘평면조건’이 크게 네 단계로 변화돼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데뷔초인 1970년대 중반에는 색면 위에 지문의 흔적을 반복적으로 남기며 평면을 형성했는데 이로써 반복을 통한 물성의 정신화와 내면공간의 확장을 꾀했다. 롤러를 사용한 1970년대 후반의 시리즈는 캔버스 위에 질료를 도포하는 행위를 거듭함으로써 평면의 확장과 층위를 형성했다.

이어 최명영은 1980년대 중반부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수직∙수평’ 작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씨줄과 날줄의 반복적인 교차를 통해 새로운 회화적 지평을 만들어냈는데 1990년대 후반부터는 ‘몸을 드리는’ 수행적 층위로 작업을 더 확장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용대 전 대구시립미술관장은 “대다수 화가들이 붓질을 통해 양(陽)을 드러내는데 비해 최명영은 음(陰)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끝없는 반복과 수행을 거쳐 소지, 곧 본래의 바탕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최명영은 2015년 이후 그간 시도해온 ‘평면조건’을 다시 불러들여, 이를 한없이 거듭함으로써 물질과 정신의 화학적 결합과 동세를 머금은 부동성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그 결과 최명영의 회화는 작가의 치열한 사유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이 적막하고 덤덤한 그림을 마주한 감상자들은 삶 속 매 순간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최명영 ‘Conditional Planes 18621’, 2018.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사진=더페이지갤러리]

이번 최명영 개인전 개막식에는 단색화 거장인 박서보(1931~), 하종현(1935~) 화백을 비롯해 서승원 심문섭 이강소 한만영 지석철 등 한국현대미술계 대표작가들이 대거 참석해 활기를 띄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지칠줄 모르는 수행자’라는 타이틀로 회고전을 열고 있는 박서보 화백은 인사말에서 “나는 가방끈이 짧아 최명영 선생에게 한수 배우러왔는데 50년을 저렇게 미련할 정도로 반복적 작업을 하고 있으니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부산 수영구의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하종현 화백 또한 “춥고 배고팠던 1970년대 중반부터 최 선생과 AG운동을 같이 하고, 작업실도 같이 쓰며 물감과 재료를 나눠 쓰곤 했는데 오늘 와서 보니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최명영은 “참으로 오랜 시간동안 ‘평면조건’이라는 하나의 명제를 붙들고, 2차원의 평면이 필요로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탐구해왔다. 마치 수직 수평으로 가득찬 미로의 숲에서 끊임없이 수행하듯 평면의 본 바탕인 소지와의 접촉을 거듭했다”며 “모호하다고들 하는 내 그림은 쉼없는 호흡과 육신의 움직임으로 가득찬, 그 어떤 사물과 상념에도 묶이지않는 바로 내 자신의 존재 자체”라고 말했다.

최명영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부산시립미술관, 도쿄도미술관, 시모노세키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의 루이비통파운데이션의 패밀리컬렉션에 작품이 소장됐다.


art2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美 민주 이미 해리스 후보 추대 움직임"...러닝메이트도 거론 [뉴욕=뉴스핌] 김근철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후보 사퇴를 거부하고 버티고 있지만, 민주당 안팎에선 이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교체 후보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 방송은 5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이 그동안 자신의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유지를 지지하는 행보를 보여왔지만 민주당은 이미 그녀를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민주당 관계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와 함께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밝히고, 오는 8월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이 이 같은 결정을 따라주기를 설득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이들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과 당의 고위관계자들도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이후 내분과 표 분산을 막기 위해 이 같은 구상을 지지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방송은 소개했다. 실제로 해리스 부통령이 교체 후보가 돼야, 바이든 선거 캠프의 막대한 규모의 정치자금과 선거조직도 잡음 없이 승계돼기 때문에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다만 문제는 해리스 부통령이 나서더라도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실제로 해리스 부통령이 나서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도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지난 2일 발표된 CNN 방송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상 대결할 경우 45% 대 47%의 지지율을 보였다. 오차범위 내 박방이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2%포인트(p) 뒤지는 결과다.  이에 따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그룹은 정치자금 큰손 등을 대상으로 해리스 부통령의 본선 경쟁력을 설득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CNN 방송은 민주당 일각에서 심지어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 승계를 기정사실화하고 그와 함께 대선을 치를 러닝 메이트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흑인 여성'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는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앤디 베시어 켄터키 주지사가 유력 후보이고,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주 주지사와 J.B. 프리츠커 주지사 등도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는 전언이다.  힌편 트럼프 전 대통령측은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 승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준 타격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을 거론하며 '래핑(laffin') 카멀라 해리스'라고 조롱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자주 크게 웃고 있으며 '실없는' 모습을 보인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위기 위한 포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정적들의 약점을 파고들어 이를 별명으로 붙여 깍아내리고 공격하는 데 탁월한 수완을 보여왔고, 실제로 상당한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TV 대선 토론 직후 바이든 교체론이 불거지자, 민주당 '대한 후보'들을 비판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선 "아예 논의 대상도 안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kckim100@newspim.com 2024-07-06 03:26
사진
'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 한동훈 십자포화…전당대회 변수 될까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무시했다는 '읽씹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후보가 5일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냈으나 당대표 후보들은 해명 및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한동훈(왼쪽부터)-윤상현-원희룡-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 참석해 있다. 2024.07.05 pangbin@newspim.com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전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 여사가 명품백 수수 문제로 당정이 갈등하던 1월 중순께 한 후보에게 '대국민 사과' 의향을 밝히는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이 취재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했다며 공개한 문자에는 김 여사가 '제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실장은 "김 여사가 (한 후보로부터 답변을 못 받자) 굉장히 모욕을 느꼈고, 윤 대통령까지 크게 격노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 캠프는 공식 입장을 통해 당시 문자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CBS 라디오에서 방송한 '재구성'됐다는 문자 내용은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한 후보 역시 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문자) 내용이 조금 다르다"며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어 "총선 기간 대통령실과 공적인 통로를 통해서 소통했고, 당시 국민 걱정을 덜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 여러 차례 전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대표 선거 경쟁자인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일제히 한 후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나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상당히 정치적으로 미숙한 판단을 했다고 보고, 결국 총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를 독단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고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원 후보도 "영부인이 사과 이상의 조치도 당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하겠다는 것을 왜 독단적으로 뭉갰는지에 대해서 (한 후보의) 책임 있는 답변을 바라고 있다"며 "영부인의 사과 의사를 묵살하면서 결국 불리한 선거의 여건을 반전시키고 변곡점 만들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를 놓침으로써, 선거를 망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 역시 페이스북에 "이런 신뢰관계로 어떻게 여당의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겠냐"며 "검사장 시절에는 검찰총장의 부인이던 김건희 여사와 332차례 카카오톡을 주고받은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된 것을 생각하면 다소 난데없는 태세전환"이라고 했다.  allpass@newspim.com 2024-07-05 17: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