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연초 이후 중국 회사채 디폴트가 급증, 투자자들이 긴장하는 표정이다.
미국과 무역 협상 타결이 요원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경제 성장 둔화와 기업 수익성 악화에 13조달러 규모의 중국 회사채 시장이 난기류를 만날 것이라는 경고다.
중국 위안화 [출처=블룸버그] |
23일(현지시각) 중국 시장조사 업체 상하이 윈드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올들어 만기 도래한 회사채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한 민간 기업이 30개에 달했다.
디폴트가 발생한 회사채는 총 89건으로 집계됐고, 금액 기준으로는 600억위안(87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50%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중국 국영기업이 총 8건, 100억위안의 디폴트를 낸 데 반해 민간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상대적으로 더욱 크게 악화된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의 지원과 보호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민간 기업들이 무역 전쟁과 성장 둔화 속에 중국 실물경기의 생생한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상황은 데이터에서 드러난 것보다 심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영 컨설팅 업체 상하이 슐레이의 에릭 한 이사는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수 천 개에 달하는 민간 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수익성 악화와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가 크게 위축되는 등 기업 전반에 한파가 거세다”고 전했다.
중국 회사채 디폴트는 당분간 상승 추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지난 2분기 성장률이 6.2%로 후퇴, 27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데다 미국과 무역 마찰이 단시일 안에 진화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양국의 무역전쟁을 근거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2%로 낮춰 잡았다.
무역 협상이 지난 5월과 같은 상황으로 치닫는 한편 3000억달러 물량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가 동원될 경우 부채 비중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중국 회사채 디폴트가 크게 치솟을 여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13조달러 규모의 회사채 시장에서 디폴트 비중이 제한적이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사회적 동요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SCMP는 경고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한계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대폭 축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실물경기 하강 기류에 자본 배분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복안이지만 이 역시 디폴트 상승에 불을 당길 수 있는 요인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중국의 부채 규모는 GDP의 304%에 이르는 상황. 금융 시스템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정부의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 1월 30억위안의 회사채 디폴트를 낸 중국민생투자그룹은 내달 초 만기 도래하는 5억달러의 원리금을 상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발표, 유동성 위기가 금융 대기업으로 번지자 중국 채권시장의 잠재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