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의 힘든 훈련 생활이 경영에 도움
화웨이 런정페이는 공정 대원으로 복무
[서울=뉴스핌] 김경동 기자 =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군출신이란 배경이 미국 화웨이 공격의 빌미가 되고 있는 가운데 모병제인 중국에서 적지않은 기업인들이 군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 기업 가운데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을 포함, 완다그룹 왕젠린(王健林) 롄샹그룹(聯想集團)의 류촨즈(柳傳誌) 회장 등 유명 기업가의 약 30%가 인민해방군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병역법’에 따르면 의무병역제도이지만 실제로는 모병제로 운영된다. 중국은 군대에 가고싶다고 해서 아무나 입대할 수 있는 게 아니며, 체력검정 및 무술실력 등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된다. 강인함의 상징인 군대는 엄격한 규율과 조직체계의 질서로 운영된다.
런정페이 회장은 1974년에서 1983년까지 10년간 군 복무를 했다.[사진=바이두] |
군대에서 기른 강인함과 조직체계의 질서, 엄격한 규율 등을 바탕으로 기업을 일군 가장 대표적인 군 출신 기업가는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이다. 런정페이 회장은 1974년에서 1983년까지 10년간 군 복무를 했다. 런정페이는 1974년 충칭건축공학대학(현 충칭대학)을 졸업 후 군대에 입대해 공병대원으로 복무했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일 때 문제 삼았던 부분 중 하나가 인민해방군 출신인 화웨이 런정페이 회장과 중국 정부의 커넥션 부분이었다. 미국은 런정페이가 군 출신으로 중국 정부의 사주를 받아 세계 통신 네트워크를 장악하여 정보와 기술을 빼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런정페이는 평소에 자주 마오쩌둥, 덩샤오핑에 대해서 거론하며 “전쟁터에서 군인의 사명은 국가의 주권을 지키는 것이고, 시장에서 기업인의 사명은 기업의 시장지위를 지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비즈니스 전쟁에서 자신의 과학기술이 없다면 기업의 지위는 곧 무너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중국에 대한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런정페이는 기술독립을 위해 하이테크 기술 발전에 앞장섰다.
완다그룹 왕젠린(王健林,65) 회장은 16세 때 군대에 입대해서 17년간 정찰병으로 군복무를 했다. [사진=바이두] |
완다그룹 왕젠린 회장은 16세 때 군대에 입대해서 17년간 군복무를 했다. 입대 전 모친은 “반드시 오호전사(五好戰士;학습노력, 생산절약,신체단련,사고예방,무기및공공장비 애호)가 되어 아버지보다 훌륭하게 돼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왕젠린은 압록강변 인근에서 정찰병으로 군복무를 했다. 하루 평균 60~70Km를 걷는 고된 훈련도 이겨냈다. 왕젠린의 부친은 대장정에 참가했던 홍군 출신이다.
그는 자신의 성공이 군 출신이라는 것과 관계가 깊다고 단언한다. 그는 군에서 전역한 뒤에도 군에서 몸에 배인 습관으로 인해 7시 만 되면 사무실에 출근하고, 저녁 7,8시까지 매일 규칙적으로 수 십 년을 일했다. 기업을 관리하는데 있어서도 엄격하게 원칙을 지키는 경영관리를 이어갔다.
롄샹그룹(聯想集團)의 류촨즈(柳傳誌) 회장은 1961년 인민군군사전신공정학원에서 5년간 군복무를 했다.[사진=바이두] |
롄샹그룹의 류촨즈 회장은 1961년 시안군사전신공정학원(西安軍事電訊工程學院)에서 5년간 군복무를 했다.
그는 학생시절 배운 린뱌오(林彪)의 작전원칙 사쾌일만(四快壹慢)에 대한 기억이 아주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사쾌(四快)란 ‘적을 향해 빠르게 전진한다, 일 준비는 빠르게 한다, 빠르게 전과를 올려라, 빠르게 추격하라’는 것이다. 일만(壹慢)은 ‘총공격을 할 때는 천천히 하라’라는 것이다. 즉, 총공격을 하기 전에 모든 상황을 자세하게 분석한 후 진행하라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기업의 전술 같기도 하다.
이런 사고 방식이 몸에 밴 류촨즈 회장은 “전쟁에서 한번의 작은 실수는 여러 명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기업에서 어떤 일을 할 때 완벽하게 준비하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확인한 뒤 진행하면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라며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류촨즈 회장은 “좋은 기업은 군대와 같다. 깃발을 앞세워 용맹하게 앞으로 진격하고, 후퇴할 때는 일사불란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안다커지그룹(遠大科技集團)의 CEO인 왕스(王石)는 젊었을 때 부모님의 권유로 군에 입대해 운전병으로 5년간 복무했다. [사진=바이두] |
완다그룹(萬科集團)의 공동 창립자이자 위안다커지그룹(遠大科技集團)의 CEO인 왕스(王石)는 젊었을 때 부모님의 권유로 군에 입대해 운전병으로 5년간 복무했다. 하지만 군인은 자신의 이상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후 란저우(蘭州)교통대학에서 공부한뒤 철도국에 입사, 엔지니어 생활을 했다.
화이형제매스미디어(華誼兄弟傳媒) 창립자인 왕중쥔(王中軍)도 왕젠린과 같은 나이인 16세에 군에 입대해 정찰병으로 복무했다. 그에게 군복무 기간은 끊임없이 개인의 한계에 도전하는 시기였다. 48시간 동안 잠을 안자고 훈련했던 경험 등은 지금까지도 기업 경영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그 외에도 화위안그룹(華遠集團)CEO였던 런즈창(任誌強), 중국가족기업관리의 대부로 불리는 후이충왕(慧聰網)의 궈판성(郭凡生) 회장, 신장광후이(新疆廣匯)의 쑨광신(孫廣信) 회장, 산산지주회사(杉杉控股)의 정융강(鄭永剛) 등도 모두 군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는 기업인이다.
hanguogeg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