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영국령 지브롤터 자치정부가 지난 7월 억류한 이란의 대형 유조선을 15일(현지시간) 풀어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지브롤터 자치정부는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억류 유조선 '그레이스 1'호에 실린 원유를 시리아에 운송하지 않겠다는 공식 문서를 이란으로부터 받았다며 "억류의 법적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자치정부는 성명에서 유조선 출항시기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로이터통신은 유조선이 지중해의 항구로 향한다고 이란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지브롤터 자치정부의 방면 결정은 억류 연장을 요구한 미국의 반대에도 이뤄진 것이다. 미국의 요구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사법 절차로 대응하기로 했다. 지브롤터는 "미국 법무부가 몇가지 혐의에 근거해 그레이스 1호 몰수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우리의 재산을 훔쳐 가기 위해 사법 시스템을 남용하려고 했다"면서 "이런 해적 행위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법률 무시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방면 결정이 지난달 20일 이란의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에 대한 보복 나포와 관련있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이란도 조만간 영국 유조선을 풀어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영국 외무부는 "이번 건은 (그것과) 무관하다"며 양국 간 거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브롤터 경찰은 지난달 4일 영국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지브롤터 인근 해상에서 그레이스 1호를 억류했다.

당시 억류 이유는 그레이스 1호가 이란산 원유를 싣고 시리아로 향해 유럽연합(EU)의 대시리아 제재를 어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영국이 미국의 지시를 받고 나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방면 결정은 이란과의 긴장 완화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의 유지를 원하는 영국은 지난 5일 호르무즈 해협 항해의 안전을 목적으로 하는 미국의 연합체 참여를 요청 받았다. 이란은 이 사안에 반발하고 있다. 영국에 이란과 미국 사이에서의 '균형잡기'가 필요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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