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때마다 '신상털이·과도한 의혹제기' 반복돼
한 장관직의 경우 검증 부담에 거절한 후보만 27명
발의 법안 50건 먼지만 쌓여...상임위도 통과 못 해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한창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가 지나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 윤리성 검증을 위한 과정으로 진행되기보단 여야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총 50건. 이 가운데 본회의는 커녕 소관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인사청문회 철마다 내실 있는 검증을 위해 청문회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법안이 쏟아지지만 정작 청문회를 거치고 나면 방치되는 실정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위치한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있다. 2019.08.22 pangbin@newspim.com |
◆후보자 “사생활 보호 요청”... 청문회마다 이슈 되는 ‘신상털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2기 내각 구성원을 발표한 이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나날이 증폭되고 있다. 이 가운데 조 후보자 딸의 이름이나 사진, 선친의 묘소까지 공개되며 ‘사생활 침해’ 논란도 불거졌다.
앞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 후보자 선친 묘소에 찾아가 아들과 며느리, 손주 이름이 적힌 비석을 SNS에 공개하자 조 후보자 측은 “자녀,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특히 사생활 보호를 해 주시기를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가족에 대한 신상털이도 모자라서 선친 묘비까지 터는 건 패륜에 가까운 행동”이라며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의혹을 부풀리고 조 후보자 가족에 대한 인권 살해에 가까운 비방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도한 신상 공개와 묻지마 의혹 제기 논란은 인사청문회 시기마다 반복된다. 가깝게는 지난 3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야당의 집중 포화 대상이 되며 홍영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언제부터인가 청문회가 인신공격과 신상털이의 장으로 변질됐다. 국가적인 인재가 누가 장관을 하겠다고 나서겠느냐”고 호소했다.
국회의 검증 요구에 인사청문 대상자가 제출해야 하는 개인정보 또한 유출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4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영선 장관은 “인사청문자료를 책으로 제출하면 지라시 시장으로 팔려가는 걸 봤다. 사생활에 가까운 개인정보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하기도 했다.
◆“청문회, ‘정책 검증’ 무대 돼야”... 개선 목소리 높아
여권을 중심으로 인사청문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조국 후보 낙마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법무부 장관 할 사람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검증 과정에 부담을 느끼고 고사하는 인재들이 많아 한 장관직 임명 당시에는 거절한 후보만 27명이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 또한 브리핑을 통해 “제대로 된 인사 검증을 위한 인사청문 제도 개편이 필요한 때”라며 “국회운영위에 개선안을 담은 국회의장의 국회법 개정안을 조속히 심사하여 인사청문제도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변인이 지목한 국회의장의 국회법 개정안은 ‘윤리성·업무능력 검증 분리’를 골자로 한다. 사전 질의을 통해 윤리성을 검증하고 국회에서 정책 검증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12일 여야 5당 대표들과의 만남인 초월회 오찬에서 “개인적으로는 먼저 청와대 등에서 후보자의 도덕성을 촘촘히 걸러내고, 국회로 넘어오면 '정책 청문회'가 돼야 한다"며 "현재 국회운영위원회에 이 같은 개선안을 담은 국회의장의 국회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는데 이를 적극 검토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2019.08.06 kilroy023@newspim.com |
◆20대 국회 발의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총 50건... “제대로 논의된 적 없어”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총 50건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가운데 20대 국회 들어 소관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를 통과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국회 운영위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인사청문회법 개정 요구사항은 크게 △윤리성·업무능력 검증 분리 △국회제출 요구권 확대·강화 △자료제출 기한 단축 및 미제출 시 제재 강화 △개별의원 차원에서 자료제출 요구 가능 △인사청문 자료 목적 외 사용금지 의무 신설 등이다.
사전 검증 강화 내용을 담은 개정안 뿐 아니라 국회제출 요구권 강화나 인사청문 기간 연장, 공직후보자가 허위 진술시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 마련 등을 제안한 법안들이 쌓여있지만 청문회 기간이 지나면 먼지만 쌓인다.
국회 운영위 관계자는 “20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법은 국회 운영위 운영개선소위에서 두 차례 다뤄졌다”며 “공청회가 필요하다는 일부 의견이 있었지만 이번 국회에서 공청회가 열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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