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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억대 ISD 첫 패소는 예고편… "兆단위 폭탄, 대응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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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ISD 패배에 5조 론스타·1조 엘리엇 줄패소 우려
"정부 관행적 접근 문제…중장기 대응책 필요"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이란 기업이 제기한 투자자 국가간 소송(ISD)에서 한국 정부가 패소, 우리는 이란 기업에 730억원을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우리 정부가 ISD에서 채소한 첫 사례에 따라 향후 론스타, 엘리엇 등 판정을 기다리고 있는 조(兆) 단위 소송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패소 판정은 예고편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같은 안일한 대응으로는 급증하는 ISD 소송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국제법률분쟁에 대한 정부의 접근법을 재정비하고 전문가 확보, ISD 개정 등 중장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우리 정부 ISD 첫 패소…730억원 물어줘야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를 비롯해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이란 다야니가(家)에 대한 730억원 배상 문제를 국내 채권단 및 다야니가와 논의할 계획이다.

영국고등법원은 지난 20일 이란 다야니가(家)와 우리 정부에 대한 국제중재판정부의 중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기각했다. 외국 기업이 우리 정부에 제기한 ISD에서 우리가 패소한 첫 사례다. 이에 따라 우리 측은 다야니가에 73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캠코를 비롯해 채권단과 협의해 계약금을 어떻게 반환할 것인지 문제가 남아있다"며 "다야니가와도 계약금 외에 이자비용 등의 금액 조정이 가능한 지 추가 협의를 해야 한다. 최종 배상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유리 기자 = 2019.12.23 yrchoi@newspim.com

 

법조계나 학계에선 패소의 원인 자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법리적 주장을 파악할 수 있는 중재판정문을 정부에서 공개하지 않기 때문. 다만 중재판정부의 판결이 뒤집어진 사례가 거의 없는 만큼 정부의 취소 요구는 애초에 가능성이 낮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인 김종우 변호사는 "중재판정부 결정을 다시 검토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정부가 추가 대응을 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실체 판단을 다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론을 뒤집기는 어려운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 조단위 ISD 줄줄이 대기…"정부 관행적 대응 개선해야"

첫 패소 판정으로 남은 소송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송금액이 무려 5조원에 이르는 론스타가 대표적이다. 2012년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는 우리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부당하게 세금을 징수했다며 ISD를 제기했다.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이 제기한 1조원 규모의 ISD도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해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이번 패소 판정이 다른 ISD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송은 개별 건이라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이번 판정이 다른 ISD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캠코의 행위를 우리 정부의 행위로 본 점이 다른 사례에도 적용될 수 있어서다.

한 국제분쟁전문 변호사는 "정부가 캠코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영향력은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라며 "론스타나 엘리엇 건도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게 핵심이기 때문에 비슷한 논증구조로 접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과거 외환은행 매각으로 먹튀논란을 일으켰다. 한국정부에는 ISD소송까지 제기하며 논란을 불렀다. [사진=뉴스핌]

전문가들은 이번 판정을 계기로 정부의 ISD 접근법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우리가 국내법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봐도 국제기준을 도입하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정부는 이런 인식 없이 관행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수십년 전부터 제기됐던 문제지만 정부가 회피하면서 지금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 전문인력 양성이나 ISD 조항 개정 등이 따라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외에선 한 부처에 국제조송 전담 인력이 수백명에 이르지만 국내에선 전문 인력 없이 부처끼리 책임을 미루는 분위기라는 전언이다.

ISD 조항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ISD 자체에 구조적인 불균형이 있기 때문에 틀을 고치는 작업이 따라와야 한다는 것. 이 교수는 "2000년대 이후 ISD가 급증하면서 국가간 투자협정 등에서 ISD를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두거나 남용을 막는 조항을 만드는 등 세계적으로 다양화하는 추제"라며 "이번 패소를 수업료로 생각하고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yrcho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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