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리선권, 1~2년 내 대응책 못 내놓으면 역시 경질될 것"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20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경질 배경을 두고 북미협상 돌파구를 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즉흥적인 결심이라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개인 블로그에 올린 '리용호 외무상 경질을 통해 본 김정은의 불안 심리'라는 글을 통해 "이번 인사는 구체적인 전략이나 치밀한 타산에 따른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는 그러면서 "지지부진한 북미협상에 돌파구가 열리지 않으니 혹시 사령탑이라도 바꾸면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김정은의 기대감과 즉흥적인 결심의 결과"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지금까지 김정은의 정치 방식은 일이 뜻대로 진척되지 않으면 인물 교체를 단행하는 것이었다"며 "김정은은 항상 간부들에게 실적을 내지 못하겠으면 자리를 내놓으라고 한다. 돈으로 주고 산 자리가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이번 리용호 외무상 경질은 지난해 말 미국에 정한 연말시한부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미국 정책에 대한 김정은의 화풀이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해 말 북한 외무성이 일련의 협박성 발언을 내놨던 것을 언급하며 "이것은 북한 외무성의 주도적인 아이디어에 따른 조치라기보다는 김정은의 신경질과 화풀이를 달래기 위한 '비위 맞추기 조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정은으로서는 촉박감에 쫓겨 외무성으로 하여금 미국에 대고 할 수 있는 협박을 다 해보라고 했는데 막상 다 해도 미국이 변하지 않으니 '시어머니 역정에 개 옆구리 친다'는 북한 속담에 있듯 화풀이를 리용호에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남북 고위급 회담에 참석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모습.[사진=뉴스핌 DB] |
태 전 공사는 또 "화가 풀리지 않은 김정은은 이미 지난해 당 전원회의를 열면서 리용호를 교체하기로 결심하고 당 정치국 위원과 외무상직에서 해임한 것 같다"며 "이번에 리선권이 본의 아니게 외무상으로 갔으나 그에게도 미국을 움직일 묘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1~2년 내에 신통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면 그도 역시 경질될 것"이라며 "그러므로 이번 북한 외무상 경질을 북한의 그 어떤 국면 전환으로 보는 것과 같은 확대 해석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그러면서 "리용호의 경질을 보면서 놀란 북한의 외교관들은 저마다 과잉충성을 보이려 할 것"이라며 "외교가 전문성에서 벗어나 과잉충성 경쟁으로 이어지면 행방을 가늠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지난 18일 리 외무상의 교체 사실을 전하며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후임으로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리 전 위원장은 지난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국 측 기업인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군 출신인 그는 북한 인사 중 대표적인 대남 강경파로 통한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