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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원자력없어지니 사람도 끊기고...보름대목장에 찬바람만 도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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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정월대보름 대목장...햇나생이 위로 '계란 노른자같은 햇살'만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8일은 정월대보름이다. 정월대보름은 울진, 영덕 등 동해연안 지방에서는 농사, 해사(海事) 등 한 해의 생업을 앞두고 행해지는 우리 전통 명절 중의 마지막 세시의례이다.

때문에 울진과 영덕사람들, 특히 바다를 텃밭으로 삶을 꾸려 온 동해연안 해촌 사람들은 정월대보름을 '설' 보다도 더 크게 여기는 음력 이월초하루에 드는 '영등'과 함께 '설 명절보다 더 큰' 2대 명절로 여겨져 왔다.

'신종코로나' 여파와 '탈원전정책'에 떼밀려 예정됐던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서 지역경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경북 울진의 정월보름 대목장의 썰렁한 모습.[사진=남효선 기자]

마을마다 한 해 살림살이를 가늠하는 마을총회를 갖고 마을 주민들 모두가 보름 음식을 나누며 윷놀이로, 줄댕기기로, 풍물을 울리며 풍성한 신명판을 만들었다.

'설'과 '추석'이 '조상모시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가족 혹은 문중 중심의 세시인 반면 '정월대보름'과 '단오' 등은 생업력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마을공동체 중심의 세시이기 때문이다.

정월 보름은 바로 한 해의 생업을 위한 노동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인 셈이다.

정월대보름을 앞둔 7일, 보름 대목장이 열린 울진읍장은 예년과 달리 썰렁한 모습이다.

정월보름 대목장이 선 울진읍 전통장시인 바지게시장[사진=남효선 기자]

지난 설 연휴를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몰아닥친 '중국 우한 발 신종코로나'의 여파가 현재까지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는 영남권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분위기이다.

"사람들이 없니더. 코로난지 사스때문인지 사람들이 당최 바깥으로 안나오니더"

대목장 아침부터 오징어전을 펼쳤다는 김씨는 하루해가 다 가도록 오징어 세 손을 팔았다며 볼멘 소리를 한다.

울진읍장으로 들어서는 어귀마다 난전을 펼쳐 놓은 장꾼들도 가끔씩 지나가는 사람들을 힐끔거리며 찬바람에 얼굴을 목도리로 꼭 쌔맨 채 연신 손만 비비고 있다.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울진에는 원자력이 없어지면서 장터바닥에 사람이 하나도 없니더. 사람이 댕겨야 보름장도 서고 나물도 팔릴텐데 도통 사람들이 없어니...그래도 원자력이 있을 때는 닷새장만되면 사람들이 끓고 장사도 잘됐니더"

울진사람들은 대목장에 썰렁한 이유로 '신종코로나' 여파보다 원자력발전소 후속기 건설이 중단된 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월보름 대목장이 선 울진읍 바지게시장에서 두 할머니가 밤과 나생이 나물을 다듬고 있다.[사진=남효선 기자]

갑자기 몰아닥친 추위로 얼굴을 온통 목도리로 두른 두 할머니가 햇 나생이와 삶은 고사리, 토란나물, 묵나물을 수북하게 쌓아놓고 연신 손을 비벼가며 도라지 껍질을 벗기며 손질하고 있다.

"한나절 찬 바람에 앉아 있어도 지금껏 나생이 세 봉지 겨유 팔았니더. 예전같으면 정월대보름이라고 집집마다 나물사고 찰밥에 쓸 수수나, 기장, 좁쌀을 앞다투어 사갔는데....나라에서 울진에 원자력을 다시 살려야 하니더. 그래야 농촌사람들도 목숨부지할 수 있니더."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썰렁한 대보름 대목장 까닭을 '중단된 원전 건설 탓'으로 돌렸다.

곁에서 나물전을 펼친 아낙이 한마디 거든다.

"요새 선거철되니깐 너도나도 원자력 살린다고 댕기는데, 곧 살아난다 하디더"

울진 정월보름 대목장의 어물난전 모습[사진=남효선 기자]

어물전도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것은 마찬가지이다. 예전같으면 정월대보름 음식장만을 위해 잘 말린 열기나, 가자미는 불타나게 팔리는 품목임에 반해 선뜻 사람들이 손을 내밀지 않는다. 어획고가 줄면서 껑충 뛰어버린 물가 탓도 있지만, 바짝 쪼그라든 가계경제로 명절 고기 한 손 사기에도 엄두가 안나는 시장경제 탓이다.

간혹 중년의 아낙이 햇미역을 들춰보고, 양지바른 밭에서 갓 캐내어 다듬어 놓은 햇나생이(냉이)나물과 잘손질한 도라지 한 봉지씩을 사든다.

한 웅큼 남짓한 도라지 한 봉지는 3000원이다. 햇나생이 항 웅큼도 3000원에 팔렸다.

경북 울진 등 동해연안의 정월보름 음식장만에 반드시 들어가는 햇나생이 나물[사진=남효선 기자]

"농촌에 그나마 울진은 원자력때문에 사람들이 나들고 농촌사람들도 애써 농사지어 시장에 내다팔아 손주 공부도 시키고 했는데...원자력 없어지니까 울진은 깜깜 밤중이 됐니더"

급기야 사람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화살을 돌렸다.

실제로 2019년 말 기준으로 그나마 5만명 대를 유지하던 울진의 인구는 급기야 4만명 대로 곤두박질쳤다.

농어촌의 인구 감소 문제가 유독 울진지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울진지역은 인근 영덕이나 영양군과는 달리 지난 1983년부터 본격화된 원전 건설로 30여년간 이상 인구 감소 폭이 둔화현상을 보여왔다.

특히 원전 2개 호기 건설을 위한 기간을 10년으로 기준하면, 건설 기간 외지에서 유입되는 기술.기능인력 등 근로자들의 유입으로 울진의 시장 경제는 인근 타 지자체에 비해 호조를 보여왔다.

울진군의 지방세수도 인근의 타 지자체에 비해 높은 지수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정부가 들어서고 에너지정책의 기조가 바뀌면서 30여년 이상을 원전에 기대며 살아 온 울진지역 시장경제는 급격하게 쇠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방향을 새로 잡아야 할 지 갈피조차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캄캄한 터널 속에 고립돼 있는 형국이라는게 세간의 여론이다.

정월대보름 대목장을 보러 나온 장꾼이 점심 요기로 '팥죽'을 들며 허기와 찬바람을 달래고 있다.[사진=남효선 기자]

맞은 장터 어귀에 햇미역과 나물, 푸성귀와 묵은 밤 따위를 펼쳐 놓은 초로의 두 아낙이 점심으로 팥죽을 나누고 있다.

팥죽 한 그릇에 4000원이다. 닷새장마다 장꾼들의 점심식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찬 바람에 김이 모락모락나는 따습고 달큰한 팥죽 한 대접을 훌훌 마시면 언 속이 조금은 녹여질터이다.

예의 원자력 건설 중단을 비난하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선거 때만 되면 농어촌을 잘살게 해준다고 목소릴 높이는데, 갈수록 인구는 자꾸 줄고, 벌어먹고 살겠다고 도시로 외지로 나간 자식들은 몇 해 째 취직이 안돼 맨날 고시촌으로 떠돌고...그래도 우짜니껴 산 목숨 버릴 수 없는데. 농촌에도 제각기 먹고 살수 있는 방편을 나라가 맹그러줘야하는데. 그게 나라가 하는 일 아닌교?"

"이번 총선에 나서는 정치꾼들 입만 열면 군민을 위하니, 농어촌 잘살게 해주니 목소리 높히는데 뽑아주면 맨낭 지 밥그릇 싸움에 국민들만 죽어나고...우야든동 울진에는 원자력이 다시 살아야 사람들도 들어오고 시장경기도 나아지고 그래야 우리같은 장돌뱅이도, 농사꾼도 살낀데"

두 달 앞으로 다가온 '4.15총선'에 민심이 던지는 절박한 예고이다.

정월보름 대목장인 선 울진읍 바지게시장의 햇미역 등 바다나물전 모습[사진=남효선 기자]

최근 울진군은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예정된 신한울3,4호기 건설이 예정도 없이 중단되자 '원전의존형 지역경제구조 극복'을 주창하고 지역 특성과 지원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먹거리를 모색하는 등 지역경제 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따스운 팥죽 한 그릇으로 허기와 찬바람을 달랜 초로의 아낙 앞에 하루 해가 기울도록 팔리지 않은 채 수북하게 쌓인 햇나생이 나물 위로 '계른 노른자 같은' 겨울 햇살이 말갛게 모여 있다.

nulche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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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홍콩ELS 불완전판매 인정 안 해 [서울=뉴스핌] 정광연·박민경 기자 = 2조원 규모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을 둘러싼 금융당국의 2차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앞두고, 민사소송에서는 은행 등 판매사가 잇따라 승소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전체 투자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재투자자'에 대해서도 은행 책임을 폭넓게 인정한 금융당국과 달리, 법원은 원금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투자가 이뤄졌다고 판단하면서 투자자 책임을 명확히 했다. 향후 과징금 부과를 둘러싼 법적 공방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뉴스핌이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민사부는 지난 16일 홍콩ELS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인 투자자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해당 소송은 투자자가 은행을 상대로 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건으로, 개인 소송으로는 청구 금액이 크고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를 인정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6.01.28 peterbreak22@newspim.com 원고 측은 ▲ 은행이 해당 상품의 원금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 ▲은행이 자율배상을 진행한 것은 법적 과실(불완전판매)을 인정한 것이라는 점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위험투자(원금손실)를 원치 않은 고객에서 은행이 고위험 상품을 권유했다는 점 등을 주장하며 은행측의 손실 배상을 요구했다. 법원은 해당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투자자의 과거 투자 이력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는 이 사건 상품 가입 이전까지 12차례 ELS 상품에 가입했고, 주가연계펀드(ELF)에도 2차례 투자한 경험이 있다"며 "원금 손실 가능성을 알지 못했고 은행이 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이 주목받는 이유는 홍콩ELS 가입자 대부분이 재투자자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홍콩ELS에 투자한 전체 고객 중 최초 투자자는 8.6%에 불과하며, 나머지 90.8%는 과거 ELS 관련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고객이다. 은행권은 그동안 ELS 상품의 구조상 과거 투자 경험이 있다면 원금 손실 가능성을 몰랐다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주가 연계 구조를 이해하고 수익과 손실을 경험한 뒤 재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6.01.28 peterbreak22@newspim.com 반면 금융감독원은 과거 투자 경험이 있는 고객에게도 원금 손실의 30~65%를 자율배상하도록 하고, 투자 경험이 많을수록 2~10%포인트를 차감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은행권이 자율배상안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배경이다. 법원의 판단은 이번 판결에 그치지 않고 유사한 ELS 관련 분쟁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7민사부는 지난해 9월 금융사와 투자자 간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투자자가 여러 차례 ELS 상품에 가입했고, 스스로 하락 한계가격(낙인 배리어) 등을 언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금융사가 투자자를 기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투자자 패소 판결을 내렸다. 같은 해 11월 ELS 특정금전신탁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도 재판부는 "원고가 2016년 이후 동일·유사한 구조와 위험 등급의 ELS 상품에 19차례 가입한 이력이 있다"며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오는 29일 열리는 2차 제재심을 앞두고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등 은행권은 2조원에 달하는 과징금 규모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행법상 과징금은 최대 75%까지 감면이 가능하며, 은행들은 이미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배상을 진행했다. 과징금이 확정될 경우 재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기대만큼 감면이 이뤄지지 않으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법원 판결이 제재심은 물론, 이후 금융당국과 은행 간 법적 공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제재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법원 판결 역시 최종심은 아니기 때문에 참고 자료로 보고 있다. 과징금 감면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peterbreak22@newspim.compmk1459@newspim.com 2026-01-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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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산 車 상호관세 다시 25%로 [인천=뉴스핌] 류기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입법 절차 지연을 이유로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인상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7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다. 2026.01.27 ryuchan0925@newspim.com   2026-01-2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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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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