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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인사이드] '호남 3당' 통합 급물살 탔지만…시작부터 '삐걱'

기사입력 : 2020년02월10일 17:48

최종수정 : 2020년02월10일 17:49

바른미래·대안·평화당, 10일 통합추진기구 구성…1차 회동
통합방식 놓고 이견…바른미래 "흡수통합" vs 평화 "신설합당"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의 '제3지대' 통합 작업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이들 정당은 10일 통합추진기구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으나 통합 방식을 놓고 엇갈린 의견을 보이고 있다. 국고보조금 지급시점인 오는 15일 '데드라인'까지 통합에 다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4·15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제3지대 통합이 가시화하고 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대통합개혁위원장과 유성엽 대안신당 통합추진위원장, 박주현 평화당 통합추진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실무 협의에 들어갔다. 

그간 물밑에서 이뤄져온 통합 논의는 최근 바른미래당이 '집단탈당 사태'로 공중분해 위기에 처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늦어도 오는 12일까지 신당 창당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안신당은 일찌감치 통추위를 꾸려 통합 준비에 착수했고, 평화당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주현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통추위를 구성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99차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02.05 leehs@newspim.com

통합이 현실화되면 최대 28석(바른미래당 17석·대안신당 7석·평화당 4석)의 '호남 통합신당'이 탄생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이어 단숨에 '원내 3당'으로 올라선다.

옛 국민의당에 뿌리를 두고 있는 3개 정당은 그간 분열을 거듭하며 당세가 약화됐다.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요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마저 이반하며 사실상 궤멸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다시 세를 합쳐 존재감을 확보하고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통합 윤곽은 어느 정도 잡아가고 있다. 정당 국고보조금이 오는 15일 지급되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촉박하다. 국고보조금은 각 정당 의석수를 기준으로 배분된다. 교섭단체(원내 20석 이상)와 비교섭단체 간 보조금 격차도 크다. 교섭단체는 경상보조금 총액의 50%를 균등 배분받지만, 비교섭단체는 총액의 2~5%를 배분받는다. 선거보조금도 비슷한 방식으로 배분된다. 이에 따라 최근 원내 의석이 17석으로 줄어든 바른미래당의 경우, 15일까지 교섭단체 지위를 회복하지 못하면 국고보조금이 최대 86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 조건을 논의하면서 의견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바른미래당은 다른 정당들을 자당에 입당시키는 '흡수 통합' 방식을 제안한 반면, 평화당과 대안신당은 '당대당 통합'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회동 후 기자와 한 통화에서 "바른미래당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 양보하겠다는 입장이나 통합과 관련된 평화당 측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통합방식과 지도체제, 정당정책 등 당 입장을 가져와야 통합 논의를 시작할 수 있으나 아직 이 같은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박주현 평화당 의원은 "당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고 이날 실질적 통합 논의에 들어갔다"며 통합 방식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바른미래당은 시간이 없으니 (자당에) 입당하는 방식으로 가자고 하나, 통합의 의미를 고려한다면 시간 문제는 아니다"라며 "평화당은 15일 국고보조금을 받기 위해 통합하는 것처럼 폄하되는 것을 문제라고 보는 데다, 이 시간에 무리하게 맞추기 위해 다른 당에 입당하는 방식으로 통합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 모양새도 좋지 않을 뿐더러 당내 동의를 얻는 것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대안신당도 바른미래당 입당 방식의 통합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며 "국고보조금 시한을 무시하더라도 신설 합당 방식인 당대당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은 '바쁘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만 흡수통합을 얘기하고 있다"며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지난해 12월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회 제10차 상임운영위원회에서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19 kilroy023@newspim.com

논의가 시작부터 삐걱대는 사이 회의적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한 대안신당 관계자는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 수령을 고려하면 15일 시한은 어떤 식으로든 맞추게 될 것"이라면서도 "합심해서 대동단결해도 선거가 녹록지 않을 상황에 지도부 구성이나 공천 문제 등 만만찮은 과제들이 쌓여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손학규 대표 퇴진 문제를 둘러싼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대안신당과 평화당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다. 

이른바 '안풍(安風)'이 불었던 국민의당 시절과 달리 구심점 역할을 할 새 인물이 없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그간 제3지대 중도정당 빅텐트론이 꾸준히 제기돼왔으나 가시화가 어려웠던 것은 구심점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통합 작업도 다르지 않다고 봤다. 

그는 또 "호남 기류도 달라졌다"며 "2016년 총선에선 문재인 당시 후보에 대한 불안감,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신선함 등으로 호남 지지세가 양분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안 전 대표가 대권후보로서의 존재감을 잃은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지지율이 좋고, 전남 도지사 출신인 이낙연 차기 대권주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舊) 국민의당이 호남 지역에서 숨쉬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단순히 쪼개졌다가 합치는 것이 어떤 호응을 받을 수 있겠나"라며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정치적 비전과 컨텐츠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평화당은 오는 11일 오전 10시 통합추진기구 2차 회의를 갖고 통합 논의를 이어간다. 

choj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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