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화웨이 때리기' 지속..반도체 제재 카드 만지작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예의주시'..5G판에선 삼성에 '호재'
삼성의 5G패권, 글로벌 네트워크·빠른 의사결정이 좌우
이재용 부회장 재판 장기화로 인맥경영 '흐릿'
[서울=뉴스핌] 이강혁 기자 = 미국 정부의 '화웨이 때리기' 기류가 심상치 않다. 화웨이의 글로벌 사업 전반에 직격탄이 날아들고 있다. 미국은 이번엔 반도체 관련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화웨이는 물론 화웨이의 D램·낸드플레시 거래선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화웨이 제재 기류가 우리 기업들에게는 악재만은 아니다. 특히 글로벌 5G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비상할 기회는 더 확대될 수 있다. 스마트폰은 물론 5G통신장비에서 삼성전자의 고속질주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삼성전자의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과 빠른 의사결정 부재는 아쉬운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인맥지도를 관할하는 이재용 부회장은 3년넘게 국정농단 재판에 발이묶여 원활한 경영활동을 히지 못하고 있다. 삼성으로서는 기회의 시기를 맞았으나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미국 '화웨이 때리기' 장기화로…삼성·SK 등 거래선 '예의주시'
20일 관련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와 중국 최대 정보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갈등은 장기화 국면에 돌입했다. 화웨이 제재의 이면에 깔려있는 미국과 중국의 세계패권 전략과 맞물려 갈등의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미국의 대 화웨이 압박전선은 집요하고 전방위적이다. 지난해 5월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화웨이 거래제한을 발표하며 전선을 구체화했다. 화웨이와 70여개 계열사가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다. 미국 기업은 물론 유럽 등 동맹국에도 화웨이 제재 동참을 압박 중이다.
화웨이와 미국 5G [사진=로이터 뉴스핌] |
파장은 컸다. 단적으로 구글은 안드로이드운영체제의 화웨이폰 지원 중단을 결정했고, 인텔, 퀄컴 등 글로벌 칩셋 업체들도 화웨이와의 잡았던 맞손을 풀었다. 사실상 화웨이의 모든 제품과 기술에 대한 글로벌 사업 전반이 규제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여파는 화웨이의 거래선에도 미칠 조짐이다.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거래선들이 미국 제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정부는 이번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규제 카드도 만지작 거리고 있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미국산 장비로 만든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려면 미국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도록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규제가 확정된 것은 아니나, 그동안 트럼프 정부의 화웨이 때리기 국면을 고려하면 현실화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규제가 시행되면 화웨이가 맞을 직격탄을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물론 통신장비, 노트북 등 화웨이의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는 주력제품의 생산이 원활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현재까지의 미국 거래제한 규제만으로도 화웨이는 스마트폰 세계1위 목표를 철회했고 노트북 신제품 출시도 무기한 연기하는 등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거래선도 이 문제는 당연히 관심사다. 화웨이의 반도체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는 벌써부터 감산 등의 가능성을 놓고 대책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화웨이에 D램과 낸드플래시를 수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아직까지는 타격을 걱정할 문제는 아니나 사태의 향방은 예의주시 중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반도체 구매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반도체 판매에도 일부 차질은 불가피하다. D램과 낸드플레시 등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매출은 화웨이를 포함해 중국 매출이 60%가량 된다.
지난해 화웨이가 약 24조원(208억달러)가량의 반도체 구매비용을 사용한 점으로 미뤄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거래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5G통신장비 세계 1위 화웨이 '주춤'...삼성전자엔 '호재'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통신혁명으로 불리는 5G(5세대통신) 시장 주도권 측면에선 또다른 해석으로 이어진다. 애플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과 삼성전자의 5G 수성탈환이 그것이다.
5G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정보기술 발전의 중심이자 IT주도의 글로벌 경제패권 핵심이기도 하다. 미국의 화웨이 노림수 한 단면을 '애플 밀어주기'로 보는 업계의 시선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미중 간 패권전략에서 화웨이 주도의 5G냐, 애플 주도의 5G냐는 무시할 수 없는 카드다.
하지만 이제 막 5G시장 경쟁 채비를 갖춘 애플에게 화웨이는 버거운 상대다. 화웨이는 현재 5G통신장비시장을 통틀어 세계 1위다. 이분야의 스마트폰도 급성장하며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는 화웨이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단적으로 화웨이와 5G망 계약을 맺는 통신사업자만 무려 65개나 된다.
때문에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당장은 삼성전자에게 오히려 '호재'라는 분석이 이어진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기회가 왔을때 시장 주도권을 확실하게 굳힐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5G시장 확대를 위해 한때 해체됐던 네트워크사업부 부활시킨 바 있다. 지난해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면서 화웨이 제재 덕도 톡톡히 봤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5G장비 글로벌 점유율은 2018년(5%대)과 비교해 수직 상승(지난해말 기준 12%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가 주춤하면서 삼성전자의 5G장비는 물론 스마트폰까지 글로벌시장 주도권을 확실하게 쥘 수 있는 판이 마련됐다"고 했다.
다만 삼성전자 입장에서 아쉬운 것은 기술경쟁력과 함께 글로벌 전략의 핵심 축인 이재용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이 원활치 못하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상무 시절부터 글로벌 네트워크 전선에서 활약했다. 주요국 정관계는 물론 유수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성과가 여럿이다. 이른바 인맥경영은 그의 최우선 업무인 것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3년여 넘게 국정농단 재판에 발이묶여 글로벌 인맥경영을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기회의 순간에서 이 부회장의 활발한 글로벌 경영행보가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중 경제전쟁의 여파에서 삼성전자가 파고를 넘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데는 각국 정책결정자는 물론 거래선 최고경영자들과의 긴밀한 소통이 중요하다"라면서 "미래전략실 해체이후 컨트롤타워가 부재한만큼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지도 활용은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ikh665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