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환율 101엔 후반까지 급락…기업 실적 '빨간 불'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엔화 환율이 달러 당 101엔 후반을 기록하는 등 일본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9일 닛케이225지수의 2만선이 무너졌다. 코로나19 공포가 확대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에 유가 하락까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등 금융정책으로 막을 수 없는 요인들 때문에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닛케이 하락세가 어느선까지 계속될지 전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본 엔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닛케이지수는 이날 오전 11시 24분 현재 1만9568.15엔을 기록하고 있다. 2019년 1월 7일 이후 1년 2개월만에 장중 2만엔선이 깨진 것으로, 전 거래일 대비 1181.60엔 하락했다.
엔화가치가 급등하면서 일본 수출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엔화는 오전 11시 19분 현재 1달러 당 101.94엔까지 떨어지면서, 지난 2016년 11월 이래 약 3년 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탈리아 일부 지역이 봉쇄되고 미 뉴욕주가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등 '코로나19 공포'가 아시아 외까지 번진 탓이었다.
일본 전문가들은 엔고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가라카마 다이스케(唐鎌大輔) 미즈호(みずほ)은행 치프 마켓 이코노미스트는 "엔화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 당 100엔을 뚫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그는 코로나19 우려로 미국이 추가 금리인하를 할 관측이 높다며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미국이 금리 인하를 계속한다면 미·일 금리 차가 점점 축소돼 엔고를 멈출 수 없게 된다"고 분석했다.
닛케이지수도 급락했다. 오전 10시 51분 현재 닛케이지수는 1만9572.52엔으로 전영업일 대비 1177.23엔 하락했다. 닛케이지수가 장중 2만엔 선을 밑도는 건 2019년 1월 7일 이후 약 1년 2개월만이다. JPX닛케이지수400과 도쿄증권주가지수(TOPIX)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엔고로 인해 일본 수출 기업에 대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닛케이 급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등 비 회원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유가가 급락한 것도 투자심리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이 외에 이날 오전 발표된 실질 국내총생산(GDP) 개정치도 경기 침체 우려를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10~12월 살잘 GDP 개정치가 전분기 대비 -1.8%(연율환산 - 7.1%)라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발표된 속보치 -1.6%(연율 환산 -6.3%)보다 악화된 수치였다.
와코 쥬이치(若生寿一) 노무라증권 에퀴티마켓 전략가는 "주가 하락 배경이 저유가나 코로나19 감염확대 등 금융정책으로 막기 어려운 요인이라 어느 선에서 하락을 멈출지 전망하기 어렵다"며 "2018년 12월에 기록한 1만9150~1만9200엔 수준이 하한가가 아닐까 싶다"고 전망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