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시드니/홍콩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가속화됨에 따라 각국의 경기부양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면서 23일 세계증시가 다시 급락하고 있다.
전 세계 49개국 증시를 추적하는 MSCI 전세계지수는 1.6% 급락하며 근 4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유럽증시 초반 주요 지수들은 4.5% 가량 급락하고 있으며, 미국 S&P500 주가지수선물은 3% 이상 빠지며 뉴욕증시의 하락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뉴욕증시는 지난 2월 중순 기록한 고점에서 30% 이상 후퇴했다.
미국 S&P500 주가지수선물 23일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
앞서 MSCI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5.4% 내렸으며, 뉴질랜드 증시는 일시 10% 급락하며 역대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3.3% 급락했으며, 호주 S&P/ASX200 지수는 5.62% 내리며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일본 닛케이지수는 일본은행의 더욱 공격적 자산매입 기대에 2% 급등했다.
모간스탠리의 애널리스트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 세계경제가 치명적 손상을 입을 것"이라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지고 미국은 74년 만에 최저치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도 비슷한 경고를 내놓았다.
UBS 호주 법인의 조지 캐넌은 "세계 금융시장이 공포에 사로잡혀 있으며,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의 노력에도 공포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시장에 27년 간 몸담았지만 이 정도의 시장 패닉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는 "두 가지 요소가 시장 공포와 패닉을 키우고 있다"며 "우선 금융위기는 그야말로 금융 시스템의 위기였지만 코로나19는 사람, 그것도 수많은 사람들이 직면한 위기이며, 그러한 공포와 패닉을 소셜미디어가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각국 정부는 글로벌 보건위기를 맞아 엄격한 봉쇄령과 이동 제한 조치를 내리고 있지만, 월가에서는 경제가 회복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빨리 이러한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전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통해 "의료 인프라 위기를 막기 위해 전염병 곡선을 평탄하게 만들기 위한 극단적 조치는 당분간이라면 적절하다"며 "하지만 경제가 망가져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나락에 빠진다면 이는 단순히 공중보건 문제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몇 주 내로 (감염) 위험이 낮은 사람들은 일터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각국의 대대적인 유동성 투입에 힘입어 국채 가격은 반등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가격과 반대)은 지난주 1.28%까지 올랐다가 이날 0.8%로 내려섰고, 미국 10년물 수익률도 -0.36%로 지난주에 기록한 10개월 만에 최고치에서 20bp(1bp=0.01%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유럽에서는 유로존 19개 회원국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을 타개하기 위해 유로본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뉴질랜드준비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국채 매입을 단행해 시장에 유동성을 투입했다.
외환시장에서는 경제성장에 민간한 상품통화들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 대표적 상품통화인 호주달러는 미달러 대비 0.8% 내린 0.5749달러까지 밀렸다.
최근 투자자들이 닥치는대로 자산을 팔고 현금 확보에 혈안을 올리면서 급등했던 미달러는 2조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경기부양 법안을 놓고 미국 공화-민주 양당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소식에 후퇴하고 있다.
미 상원 공화당은 가족 현금지급과 중소기업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경기부양안을 내놓았으나, 민주당은 기업 지원에 편중됐다며 근로자 보호와 의료진 지원 내용을 보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품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25달러43센트로 5.74%,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22달러32센트로 1.37% 각각 하락 중이다.
런던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 23일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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