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임종헌 전 차장 재판서 이탄희 전 판사 진술서 공개
"이수진에게 인사모 학술대회 관련 전화 받았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양승태 사법부 당시 판사 블랙리스트에 항의해 사표를 제출했던 이탄희(현 더불어민주당 경기 용인정 후보) 전 판사의 진술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그는 진술서에 이수진(현 더불어민주당 서울 동작을 후보) 전 판사로부터 법원 내 소모임인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모임(인사모)'의 학술대회를 열지 않았으면 한다는 사법부 고위법관의 의견을 전달받았다고 적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61·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35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이탄희 전 판사가 법관 블랙리스트 사태를 정리해 검찰에 제출한 문서가 공개됐다. 이 전 판사는 해당 문서에 "2017년 1월 15일경 이수진 (당시) 재판연구관과 전화하면서 '법원행정처 높은 분에게 전화가 왔는데, 공동학술대회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수진은 그 사람은 이규진이라고 했다", "이수진이 '연구회와 이규진 사이 중간역할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이는 지난 1일 양승태(72·2기) 전 대법원장 재판에서 이규진(58·19기)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전 부장판사)이 증인으로 출석해 한 증언과 일치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지난 2019년 7월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제1회 노회찬상 시상식에서 이탄희 변호사가 '노회찬 정의상'을 수상한 뒤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다. 2019.07.20 mironj19@newspim.com |
이 전 위원은 당시 사법부 고위층이 인사모가 상고법원에 반대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해 불편해했다며, "인사모가 공동학술대회를 연다고 보고했을 때 법관 수십명이 정치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에 대해 우려했던 것 같아 이수진과 상의했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은 국제인권법연구회장을 지냈고, 이수진 전 판사는 인권법연구회 소모임인 인사모 회원이었다. 이 전 위원은 평소에도 이수진 전 판사와 인권법연구회에 대해 상의하거나 고민을 토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전 위원은 검찰이 '이탄희 전 판사에게도 이같은 내용이 전달이 됐다는데 알고 있느냐'고 묻자 "저는 그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이탄희 전 판사는 이 전 위원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다고도 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2017년 1월 말부터 2월 초 사이 이 전 위원이 전화해 "철저하게 법원 내부 행사로 치르게 해주고, 언론에 보도되지 않게 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해당 진술서에는 법원행정처 기획2심의관이었던 이탄희 전 판사가 사표를 내게 된 경위도 적혀있다. 이는 '사법농단' 사건의 수사를 촉발하게 된 계기로, 행정처가 사법부 정책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법관 등을 명단으로 관리하고 있었음이 외부로 알려진 사건이다.
이탄희 전 판사의 진술에 따르면, 2017년 2월 14일 법원행정처 사무실에서 이규진 전 위원으로부터 '기조실 내부에 비밀번호가 걸린 폴더가 있는데, 거기에 판사들 뒷조사한 파일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4.13 mironj19@newspim.com |
이 전 판사는 이틀 뒤 임종헌 전 차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임 전 차장이 "전문분야 연구회 중복가입금지 해소조치에 내 잘못이 50% 있다"며 "무산보다는 조용하게 가면 좋잖아"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전 판사가 "나를 (행정처에) 데려오는 것에 부수적인 목적이 있지 않았느냐. 일석이조?"라고 반문하자 임 전 차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전화가 끝난 뒤 이탄희 전 판사는 사직서를 제출했고, 행정처는 만류 끝에 이 전 판사의 발령을 취소하고 재판부로 복귀시켰다.
이 무렵 이뤄진 임 전 차장과 이탄희 전 판사의 통화 녹취도 공개됐다. 임 전 차장은 그에게 "이 판사는 순수한 분이지만 정치 성향이 있는 판사님들이 우회적으로 행정처를 공격한다. 건설적인 긴장관계는 좋고 비판도 좋지만 왜 행정처를 일방적으로 비판하고 와해대상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말했다. 이 전 판사는 이에 "어떻게 연구회에서 행정처를 와해시키느냐"고 반문했고, 임 전 차장은 "내가 얘기 했잖아"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내달 당사자인 이탄희 전 판사를 불러 증인신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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