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과 별도…성착취 영상 촬영·강요 등 혐의
법원, '피해자 합의' 목적 수사기록 열람 신청 불허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이른바 'n번방 사건'에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씨의 공범으로 지목된 경남 거제시청 소속 공무원이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을 만들어 인터넷 메신저에 유포한 자신의 혐의를 전부 인정했다. 감형을 목적으로 양형을 다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이현우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2시 10분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제작·배포등) 등 혐의로 기소된 천모(29) 씨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이른바 'n번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핵심 운영자 조주빈 씨. 2020.03.25 leehs@newspim.com |
천 씨는 이날 법정에 출석했다.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다. 천 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천 씨 측은 앞서 법원에 검찰의 수사 기록에 대한 열람·복사를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기록에 나타난 피해자의 연락처 등을 파악한 뒤 합의를 시도하려는 의도로 파악됐다.
이에 재판부는 "아직 증거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기록이 없는 상태이지만 (기록이) 있다고 해도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가려야 해서 도움이 안 될 듯하다"며 "차라리 피해자 측 변호인과 접촉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신청을 불허했다.
재판 이후 피해자 측 변호를 맡게 된 신진희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이날 피고인이 혐의를 모두 자백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은 감형을 염두해 둔 것 같다"며 "피고인 입장에서 양형을 다투는 방법은 (피해자와의) 합의 말고는 특별히 할 게 없다"고 해석했다.
신 변호사는 최근 기소된 박사방 운영자 조 씨 사건에서도 피해자 측 변호를 맡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에 따르면 천 씨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상대로 성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구속돼 올해 2월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범죄는 이른바 'n번방'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조 씨가 검거된 후 천 씨가 '박사방' 유료회원을 모집하고 성착취 영상을 제작하며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달 3일 천 씨에게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4개 혐의를 적용해 조 씨의 공범이라는 취지로 추가 송치했다.
천 씨는 거제시청 8급 공무원으로 2016년 1월 임용됐다. 경상남도는 이달 10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천 씨에 대해 파면 처분했다. 이는 공무원에게 내릴 수 있는 파면·해임·정직 등 중징계 중 가장 무거운 처분이다.
한편 13일 구속기소 된 조 씨와 수원 영통구청 사회복무요원 출신 강모(24) 씨, '태평양' 이모(16) 군 사건도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에 배당됐다.
보복 협박 등 혐의로 별도로 기소된 강 씨는 이미 형사33부에 배당돼 재판을 받고 있다. '태평양' 이 군과 또 다른 공범인 사회복무요원 한모(26) 씨 사건은 각각 형사20단독과 형사31부에 배당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천 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2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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