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담백한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원더걸스 예은이 아닌 핫펠트로 활동하면서 이제 팬들이 원하는 모습과, 제가 지향한 중간지점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대중에겐 원더걸스 예은으로 더욱 친숙한 핫펠트가 14년 만에 첫 솔로 정규앨범을 발매했다. 이번 앨범 '1719'는 가장 힘든 시기를 겪었던 자신의 이야기에 두 가지 의미를 더해 가장 진솔하게 녹여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핫펠트 [사진=아메바컬쳐] 2020.04.21 alice09@newspim.com |
"첫 정규앨범인데 14곡이 수록돼 있어요.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과 애정이 들어갔죠. 설레고 조금은 떨려요(웃음). 2017년부터 정규앨범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어요. 당시 곡들이 어두운 분위기가 너무 많아서 작업이 조금 밀렸죠. 시간이 지나면서 가볍고 따뜻한 곡들이 나오게 돼서, 3년의 시간을 담은 곡과 책을 함께 냈어요."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작업을 담아 앨범명은 '1719'다. 오랜 기간 준비한 만큼 타이틀곡 역시 두 곡이 선정됐다. '새틀라이트(Satellite)'와 '스위트 센세이션(Sweet Sensation)'은 각기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타이틀곡 선정을 앞두고 고민을 오래 했어요. 두 곡이 가진 주제가 다르거든요. '새틀라이트'는 제 꿈에 대한 여정을 그렸어요. 영화 '그래비티'를 보고 영감을 받았는데 삶에 대한 욕망이 사라지는 순간과 그걸 깨우친 순간이 곡에 들어있어요. 반면 '스위트 센세이션'은 정말 일상적인 노래에요. 현실적인 표현을 가사로 썼는데, 많은 여성분들이 공감하실 거예요(웃음)."
이번 앨범에서 팬들을, 그리고 대중을 가장 놀라게 했던 부분은 바로 앨범과 함께 발매되는 스토리북이다. 이 책에는 그간 핫펠트를 둘러싼 루머와 오해, 그리고 가정사가 숨김없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사실 스토리북을 내기까지 많은 주저가 있었어요. 심리상담을 1년 정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제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게 됐어요. 상담 선생님이 제 이야기를 글로 쓰는 걸 추천해주셨고요. 사실 발매 목적이 아니라 제 치료 요소 중 하나였죠. 제 이야기를 곡으로 녹여냈는데, 그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읽고 곡을 들었을 때 이해가 빨리 될 것 같더라고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핫펠트 [사진=아메바컬쳐] 2020.04.21 alice09@newspim.com |
스토리북에는 아버지를 향한 강한 분노와 원망, 그 안에서 핫펠트가 겪은 상처들, 그리고 그로 인해 탄생한 곡들이 담겨 있다. 책을 함께 발간하는 것 또한 부담이었지만 가족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털어놨다.
"오히려 엄마는 후련해 하시더라고요(웃음).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의 가족으로 13년을 사셨잖아요.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하는 시선도 있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어요. 그래서 가족은 응원을 많이 해줬어요. 가족들이 반대하면 발간을 안 할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걱정하지 말라고 해줘서 편안하게 준비했죠."
'1719'는 앨범 작업 과정 년도수를 의미하면서도 스무 살 이전의 불완전했던 시기, 그리고 핫펠트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해가 지는 시간 17시부터 19시의 의미가 담겨 있다. 데뷔 14년 만에 나온 정규앨범이지만 핫펠트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조금 더 일찍 솔로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았다는 생각을 하긴 해요(웃음). 핫펠트로 앨범을 냈을 때가 데뷔 7년차였거든요. 돌이켜보면 가장 알맞은 시기에 나온 앨범인 것 같아요. 조바심이 나서 앨범 준비를 했다면 지금과 같은 퀄리티는 없었을 것 같아요. 이 앨범에 대한 만족도는 정말 높거든요. 앨범을 준비하면서 정말 '모든 것은 때가 있다'고 생각했고요."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낸 만큼 이미 싱글로 발매된 '새 신발'을 제외하곤 모두 핫펠트가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풀어놓은 그는 "가두고, 감추지 말고 솔직하게 풀어내자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핫펠트 [사진=아메바컬쳐] 2020.04.21 alice09@newspim.com |
"모든 아티스트들은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그 모습으로 사랑받기를 원할 거예요. 저 역시도 시원하게 보여주자고 생각했죠. 더 이상 가두고 감추지 말고 풀어보자는 확신이 들기도 했고요. 이런 아티스트가 많아지는 게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도 있어요. 이 앨범을 통해 다양한 삶의 방향에 대해 볼 수 있었어요. 또 위만 보고 달려갔다면 지금은 조금 더 주변을 둘러보게 됐고요. 힘든 시간을 겪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이 앨범이 그런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곰인형 같은 존재가 되면 좋겠어요."
14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매하고 한정판 스토리북까지 펴냈자만 코로나19로 인해 팬들을 가까이서 만나는 것은 다소 어려워졌다. 그래도 다시 활동을 시작했으니 추후 활동에 대한 계획은 뚜렷했다.
"이번엔 콘서트를 좀 하고 싶어요. 앨범 이야기들이 조금씩은 이어져서, 그 흐름에 맞춰 소극장 공연을 하고 싶어요. 스토리 앨범이다 보니 뮤직비디오도 5편이나 찍었거든요(웃음). 빨리 다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핫펠트로서는 콘서트를 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시간이 흘러서는 프로듀싱이나 그룹 제작도 하고 싶고요. 그렇게 되면 너무 좋겠네요. 하하."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