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부담금 피해 예상...후분양 방안 검토"
분양가 규제에 일반분양 줄이고 보류지 확대도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지난해 일반분양분 통매각을 추진하다 선분양으로 선회한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 조합이 후분양도 검토하고 있다. 분양가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일반분양에 나서면 사업성 악화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원베일리 재건축 조합은 지난 18일 조합원들에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후분양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김석중 조합장은 "조합원의 추가 부담금에 대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될 경우,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후분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재건축 단지(래미안 원베일리) 조감도 [제공=삼성물산] |
조합은 지난 17일 서초구청으로부터 착공신고필증을 받아 이날부터 공사에 들어가는 등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7월 말부터 시행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조합은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오는 6~7월 초 사이 관리처분계획변경 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상한제 유예기간인 7월 28일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일반 분양가를 두고 조합과 HUG가 이견을 보이면서 협의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HUG는 조합 측에 3.3㎡당 4900만원대의 분양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초구에서 분양한 단지들의 분양가는 HUG 기준에 따라 3.3㎡당 4800만원 후반으로 결정됐다. 지난달 분양을 마친 잠원동 르엘 신반포(신반포14차)와 지난해 11월 분양한 르엘 신반포센트럴(반포우성)의 분양가는 각각 4849만원, 4891만원이었다.
조합은 일반분양가 4900만원은 조합원 분양가 5500만원보다 낮은 수준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후분양 카드를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조합은 앞서 일반분양분 물량을 당초 346가구에서 225가구로 줄이고, 보류지를 법정 한도인 29가구로 늘리는 등 분양가 규제에 대응하기도 했다.
후분양은 공정률 60% 이상일 때 분양하는 제도다. HUG 분양 보증 없이 주변 시세에 분양할 수 있어 분양가 규제를 피하는 방안으로 꼽힌다.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도 분양가를 두고 HUG와 갈등을 빚으면서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분양한 과천 푸르지오 써밋(과천주공1단지)은 선후분양으로 전환해 3.3㎡당 3998만원에 분양했다. HUG가 제시한 2955만원보다 약 1000만원 높은 수준이다.
다만 후분양을 추진하려면 공사비를 분양계약자의 계약금과 중도금 대신, 금융회사의 자금으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이자 등 막대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분양가상한제는 후분양 단지에도 적용하기 때문에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도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강남권 단지는 수요가 높고 향후 집값 상승이 기대되는 곳인 만큼 후분양 추진 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정부가 후분양 단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등 분양가 규제 기조가 강하기 때문에 이익이 될 수 있는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sun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