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에 조합 설립 인가 신청...6월께 결정
규제 강화에도...전체 1222명의 80% 동의율 구해
[서울=뉴스핌] 김지유 기자 = 사업진행이 한동안 지지부진하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통합 재건축 단지가 처음으로 조합 설립을 눈앞에 뒀다.
최근 재건축 규제와 강화된 보유세로 강남 초고가 주택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오히려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당장 재건축을 가시화하기 어렵더라도 재건축 행정절차에 속도를 내면 단지의 가치가 높아지질 것이란 기대도 반영됐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지구 특별계획구역5는 현재 강남구청으로부터 조합 설립 인가를 추진 중이다. 재건축조합 추진위원회는 이번달 초 강남구청에 조합 설립 인가를 신청했다. 전체 1222명 토지소유주 등 주민의 80%가 조합 설립에 동의했다.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려면 각 동별로 50%, 전체의 75%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강남구청은 오는 6월께 조합 설립 인가 여부를 통보할 계획이다.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지난달 한 달 동안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구한 결과 전체의 80%가 빠르게 응했다"며 "이번달 초 강남구청에 조합 설립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뒤 현재 인가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9월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안을 발표했다. 약 115만㎡에 걸친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24개 단지를 6개 구역으로 나눈 뒤 통합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전에는 각 아파트 단지별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었다. 통합 재건축은 개별 단지별로 진행하는 재건축 사업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체계적이고 대규모 단지로 개발이 가능하다.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는 현재 6개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재건축을 진행 중이다. 총가구수가 1만355가구에 달한다.
총 6개 구역은 ▲1구역(미성1·2차) ▲2구역(현대9·11·12차) ▲3구역(현대 1~7·10·13·14차) ▲4구역(한양3·4·6차, 현대8차) ▲5구역(한양1·2차) ▲6구역(한양5·7·8차) 등으로 구성된다.
조합 설립을 눈앞에 둔 압구정5구역은 한양1·2차가 통합으로 재건축을 진행한다. 각각 지난 1977년 12월, 1978년 9월에 준공했다. 지하철 분당선인 압구정로데오역과 청담초, 청담중 등이 가깝다.
압구정5구역은 지난 2017년 8월 재건축 추진위를 승인받았다. 하지만 주택시장 규제와 재건축사업 추진의 어려움 등으로 조합 설립에는 2년 넘게 지지부진했다. 지난 3월 2일 기한이던 정비사업 일몰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정비사업 자체가 무산될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강남구청에 일몰제 연장을 신청하는 동시에 조합 설립에 착수해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애초 일정을 서둘러 올해 초에 조합설립에 나서려 했지만 정부가 재건축 단지들을 강력하게 규제하면서 일정이 늦어졌다"며 "강남 재건축 사업이 여러모로 어렵게 됐지만 낡은 아파트를 그대로 둘 수 없어 빨리 속도를 내고자 합심했다"고 설명했다.
압구정5구역이 조합 설립 인가를 받으면 압구정 통합 재건축 중 첫 조합 설립을 한 곳이 된다. 현재 압구정 일대에는 5구역 이외에 3구역 등이 재건축 추진위원회 단계에 있다. 당초 한양7차가 조합을 설립했지만 6구역으로 편입되면서 현재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다만 업계에서는 압구정 재건축이 빠르게 추진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강남에서도 최고 '부촌'을 상징하는 압구정동 일대에서 재건축이 가시화되면 일대 아파트값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현재 또 다른 대표적인 강남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은 정부 규제로 재건축 추진이 어려운 상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압구정 통합 재건축 지구단위계획이 발표된 지 약 4년 만에 첫 조합 설립에 성공하면 지지부진했던 추진위 단계에서 한 발 나가게 되는 것"이라며 "재건축 사업은 조합 설립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만큼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강남 재건축에 대한 강화된 규제로 최종 사업 진행까지는 쉽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