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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차미' 함연지 "차미와 미호의 관계, 엄마 생각 많이 나요"

기사입력 : 2020년06월03일 09:31

최종수정 : 2020년06월03일 09:31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배우 함연지가 '차미'로 무한 공감 캐릭터를 연기하며 사랑받고 있다. 그는 외모 콤플렉스와 취업 준비, 연애 고민같은 누구나 겪을 만한 일상의 소재를 통해 관객과 뜨겁게 호흡한다.

현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뮤지컬 '차미'가 공연 중이다. 함연지는 극중 소심하고 콤플렉스가 심하지만 마음 따뜻한 여자 주인공 차미호 역으로 출연한다. 화려한 배경으로 널리 알려진 그지만, 의외로 소심하고 콤플렉스 덩어리인 미호와 닮은 점이 많다.

"대본을 받고 '차미' 속 내용을 봤을 때 굉장히 감동적이었어요. 요즘 SNS가 유행하고 사람들이 화려하고 완벽한 이미지에 둘러싸여 살잖아요. 그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게 어렵기도 하고요. 그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스스로에게 애정을 갖자. 사랑하자. 이런 메시지가 정말 좋았죠. 요즘 더 중요할 수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돼 관심이 생겼고 오디션을 봐 합격했죠. 하하. 오디션장에서 안무를 일단 보여드렸어요. 춤추는 걸 보고 미호와 어울리는지 판단하려는 의도 같아요. 지정곡은 '누구일까'였는데 제 내면에 깨방정 떠는 면을 제작진이 보신 듯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PAGE1] 2020.06.02 jyyang@newspim.com

지난 2014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초연 때 스칼렛 커버로 데뷔한 그는 다양한 대극장, 소극장 무대를 두루 거쳐왔다. 그는 아직까지도 늘 오디션에 응시하고, 정당하게 기회를 얻어 무대에 오르기 위해 노력한다고 털어놨다. 누군가는 오해했을지 모를 함연지의 무대를 향한 열정이 아주 크게 와닿았다.

"오디션 승률이 좋은 편은 아니에요.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 갑자기 목이 쉬어버릴 때도 있고 성대가 쪼그라들기도 하죠. 좀 담대해 보이게끔 연습해야 하는데, 그래도 나이 먹으면서 좀 나아졌어요. 오디션에선 긴장을 안할 수가 없어요. 그런 면에서 미호가 취준생인 게 많이 공감됐죠. 항상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기회를 잡으려 고군분투해야 했거든요. 그런 면이 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연습했는데 제 절실함 같은 게 많이 나왔나봐요."

함연지는 '차미' 대본을 받자마자 미호와 비슷한 점이 확 느껴졌다고 했다. 남편이나 가족도 싱크로율에 놀라워하며 적극 추천했다고. 미호처럼 매사에 콤플렉스가 심한 편은 아니지만, 확실히 소심한 성격은 닮았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무대에 서는 건 언제나 늘 꿈꾸게 된다며 열정을 내비쳤다.

"집에서도 대본을 남편이랑 같이 읽어보는데 '이거다!' 하더라고요. '이거 연지인데?' 할 정도로 싱크로율이 높아 놀랐어요. 미호가 겁이 많고 소심해서 연약한 캐릭터처럼 보일 수 있는데 제 생각엔 근성이 있는 친구 같아요. 내적, 외적 문제를 회피하거나 눌리지 않고 계속해서 해결하려고 덤비고 나름 열중하거든요. 최선을 다하고 인생을 꾸려나가는 게 정말 매력적이에요. 저는 수줍음이 굉장히 많아요. 무슨 얘길 했을 때 타인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혹시 속상하게 했나 등을 신경쓰는 편이죠. 사실 사람 관계에선 그런 편이지만 앞에 나가서 노래하고 이런 건 즐기는 편이에요. 그래서 이 일을 정말 사랑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PAGE1] 2020.06.02 jyyang@newspim.com

뮤지컬의 제목인 '차미'는 극중 미호가 SNS상에서 만들어낸 '이상적인' 또 하나의 미호다. 차미 역에는 이봄소리, 정우연, 이가은이 호흡을 맞춘다. 극 초반 미호는 차미를 부러워하고, 기죽어있지만 뒤로 갈수록 둘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돕게 된다. 급기야 차미는 세상에서 지워질 위기에 처하지만, 미호를 위한 선택을 하며 객석에 감동을 안긴다.

"서로 너무 사랑하는 사이예요. 정말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이 극을 올렸어요. 연습하면서 신을 하나씩 다 이해하고 마지막에 같이 노래하면서 참 많이 감동받았죠. 마지막에 차미가 '네가 하고 싶은 걸 참지 말고 당당하게 살라고' 얘기해주거든요. 요즘은 차미 역 배우들이랑 우느라 바빠요. 하하. 정우연 배우는 이미 턱이 막 떨리고 있죠. 또 저는 엄마 생각이 많이 나기도 해요. 어머니들이 딸을 키울 때 당당하게 자신을 사랑하고 목소리를 내면서 살기를 바라잖아요. 저도 겁에 질리거나 감정적으로 휘몰아칠 때 엄마가 힘을 많이 주세요. 저도 나이 들면서 엄마의 많은 걸 이해하게 되고, '내가 너야, 네가 나야' 하는 장면에선 엄마랑 나는 하나구나 생각이 들죠. 어떤 날은 엄마에게 그렇게 문자도 보내고요."

'차미'를 함께 하는 이봄소리와는 전작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플뢰르 드 리스 역으로 함께 출연했다. 함연지는 이봄소리와 '무한동력' 때부터 함께 한 동갑내기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극중 나오는 SNS 용어나 온라인 유행어가 가미된 통통튀는 대사를 함께 연습하면서는 아직 20대 초반인 이아진이 많은 힘이 됐다.

"'무한동력' 때부터 봄소리와 우정이 이어졌어요. '노트르담' 때는 같은 역이라 연습할 때 많이 보고 공연 땐 거의 못봤죠. 평소에 제가 낯을 많이 가리고 쉽게 친해지질 못하는데 다혜(이봄소리)는 아는 사람이 많아 데리고 다니면서 소개도 해주고 어색하지 않게 농담도 해줬죠. 늘 고마운 게 많은 친구예요. SNS 용어 같은 건 전혀 몰라서 아진이가 유튜버 하면서 왜 모르냐고 할 정도였어요. 하하. 이것저것 알려주면 열심히 배웠죠. 이렇게 창작 뮤지컬을 중소극장에서 하면서 진짜 지금 시대랑 딱 맞고 공감할 수 있는 얘기들을 할 수 있어 좋아요. 감성 자체가 힙한 느낌이 있어 마냥 재밌었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PAGE1] 2020.06.02 jyyang@newspim.com

함연지가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힙한 감성 속에 아주 소중한 메시지를 품었다는 점에서 '차미'는 언제든 다시 만나고 싶은 작품이 됐다. 또 그간의 경험을 돌아보며 '아마데우스'나 '지구를 지켜라' 같은 작품도 아주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았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걸 워낙 좋아해요. 자료가 찾으면 다 나오거든요. 그때 저는 모차르트 음악에 완전히 푹 빠져 살았고 부인 콘스탄체와 주고받은 편지를 항상 읽었죠. 그 시대 사람들이 요리하고 살았던 문화를 찾아보고 즐기고 하루종일 상상하며 지냈어요. 심지어 미호를 만들면서도 저 혼자 생각해둔 설정들이 많았죠. 하하. 공식적으로 연출님이랑 상의한 건 아니지만 어느 대학교 어느 학과생이라고 혼자 정해두기도 하고요. 이런 과정을 즐겨요. 아주 심취해있는 역사적 인물이 있는데 러시아의 마지막 공주 아나스타샤의 어머니 알릭스예요.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외손녀고 러시아로 시집가는데 왕족 전체가 몰살당하면서 목숨을 잃죠. 그 여자에 관련한 어떤 작품이 나온다면 한번 해보고 싶어요. 작은 소망이죠."

'차미'를 하면서 관객도 치유 받지만 함연지 역시 점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게 됐다. 최근 시작한 유튜브 채널에서도 자연스러운 일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예전 같으면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을테지만, 이제는 모두 드러낸다. 심지어는 대기업 회장인 아버지가 직접 등장하거나, 오뚜기 제품을 이용한 콘텐츠도 소개한다. 오히려 솔직하고 털털한 일상에 많은 이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보내주고 있다.

"유튜브에선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자연스럽게 보여드려요. '어버이날 기념해서 아빠한테 오뚜기 제품으로 요리해주기' '제가 만든 카레랑 3분 카레 중에 뭐가 더 맛있나' 이런 거요.(웃음) 옷방이나 집도 보여드리고요. 많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부담없이 하고 있어요. 소통의 창구가 되니까 굉장히 힐링이 돼요. 어떤 요청이 오면 어떻게 재밌게 해볼까 싶기도 하고요. '요즘 웃을 일 없는데 웃고 갑니다' 하는 반응들 보면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차미'에서 얻은 교훈도 많아요. 고민이나 걱정은 좀 덜려고 하죠. 새로운 일을 하거나, 겁이 날 때 고대가 불러주는 '스크래치'라는 곡이 있는데 그걸 흥얼거리면 힘이 나요. 다 할 수 있을 것 같죠. 결국 자신의 편이 돼주자는 얘기잖아요. 혹독한 외모지상주의를 벗어나 스스로의 베스트프렌드가 되자는 메시지에 공감하고 감동해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럴 때 우리 작품이 정말 좋은 작품이구나 싶죠."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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