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홍콩 경찰이 미국 인종 차별 반대 시위 현장에서 쓰이는 구호로 시위대를 조롱했다가 문책을 받았다고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현지 언론을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 공영방송 RTHK 웹사이트 등 온라인상에 홍콩 경찰관이 지난 12일 카오룽(Kowloon) 반도의 야우마데이에서 신분증 검사 도중 시위대에게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s),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 '이건 미국이 아니다'(this is not America)라고 말하며 조롱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이는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는 인종 차별 반대 시위에서 쓰이는 구호들로, 특히 '숨을 쉴 수 없다'라는 구호는 미국 미니애폴리스 시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숨지기 전에 내뱉은 말이다. 플로이드 씨의 사망 사건은 미국 전역에 시위를 불러왔다.
홍콩 경찰관이 미국 시위 현장에 쓰이는 구호들로 시위대를 조롱했던 당시 야우마데이에서는 '범죄인 송환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대에게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한 지 1주년을 기념하는 시위가 열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 대변인은 해당 경찰관이 관련 사건에 대해 문책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대변인은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홍콩에서는 시위대와 경찰 간의 높은 긴장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홍콩 정부의 송환법 추진은 보류됐지만,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적용을 시도해 홍콩에 대한 통제력을 키우려 하자 이에 반발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한편, 같은 날인 12일에는 홍콩 경찰이 플로이드 씨를 죽음에 이르도록 한 백인 경찰과 같은 방식으로 학생을 체포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홍콩 경찰은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동맹휴학 선전 부스를 설치하고 있던 학생 3명을 체포했는데, 이 과정에서 땅바닥에 쓰러진 16세 여학생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제압했다. 여학생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고, 얼굴에는 찰과상을 입었다.
이같은 사건이 벌어진 뒤 경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홍콩 경찰은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해당 경찰의 행동을 옹호했다.
홍콩 경찰이 몽콕에서 시위자들을 검문검색하고 있다. 2020.06.12 [사진= 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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