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측 지원하는 여성단체, 22일 2차 기자회견 개최
서울시 합조단 구성에 참여 안해...인권위 진정 제기
"경찰에 고소장 제출하기 전 서울중앙지검 찾았다"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서울시는 조사주체가 아니라 책임주체라며 합동조사단(합조단) 구성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A씨 측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 검찰과 접촉했으나 불발됐다고도 주장했다.
◆ "서울시는 조사주체가 아닌 책임주제…합조단 참여 안해"
A씨를 돕고 있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은 22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책임의 주체이지, 조사의 주체일 수 없다"며 "서울시 합조단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13일 첫 기자회견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도 A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0.07.22 alwaysame@newspim.com |
서울시는 현재 여성권익 전문가 3명, 인권 전문가 3명, 법률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 합조단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합조단은 강제 수사권이 없는데다 조사 대상인 비서 업무 관련 별정직 공무원들이 이미 자취를 감춰 실효성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는 4년 넘는 동안 성고충 전보 요청을 수십 명 가까이 되는 전·현직 비서들에게 말했지만 침묵하게 만드는 위력적 구조가 있었다"며 "역대 비서실장들이 최근 언론에 성추행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취지로 인터뷰했는데, 이는 사실상 서울시 조사에서 어느 선 이하로 사건이 다뤄지고 마무리될 것인지 암시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A씨 측은 박 전 시장에 의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인사 담당자와 직장 동료 등에게 수차례 호소했지만, 이를 묵인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A씨의 법률 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남은 30년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해줄테니 다시 비서로 가라', '예뻐서 그렇겠지', '몰라서 그랬을 것이다', '인사이동은 시장에게 직접 허락받으라'는 등이 피해자에게 돌아온 대답이었다"며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던 동료들도 은폐 및 왜곡에 가담한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또 "부서 이동하기 전 17명, 부서 이동한 후 3명이고 이 사람들 중엔 당연히 피해자보다 높은 직급, 책임 있는 사람에게 전달해야 하는 인사 담당자가 포함돼 있다"며 "피해자가 기억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 쭉 정리를 하고 그 내용에 대해서 수사기관에도 진술을 했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이어 "물리적 방조 뿐만 아니라 정범에게 범행 경위를 강화하게 하는 무형적·정신적 방조 행위까지도 해당한다고 정의하고 있다"며 "주된 행위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방조한 사람 현존하는 이상 혐의가 밝혀지면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경찰 고소 전, 검찰에 먼저 면담 요청했으나 불발"
특히 A씨 측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 먼저 검찰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7일 고소장 작성이 완료된 상태에서 피해자와 합의한 뒤에 서울중앙지검 측에 연락하고 면담을 요청했으나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 면담하는 것은 어렵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말해왔다"며 "증거 확보 필요성 때문에 고소하고 피해자 진술이 필요해서 연락을 하고자 한다고 하니, 피고소인이 누구인지 확인을 해야 면담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해서 피고소인에 대해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8일 오후 3시 부장검사와 면담을 하기로 했으나 7일 저녁 부장검사가 본인 일정 때문에 8일 면담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며 "8일 오후 2시쯤 피해자와 만나서 이 상황을 공유하고, 아무래도 중앙지검으로 고소장 접수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아서 서울지방경찰청에 연락한 것"이라고도 했다.
A씨는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성폭력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형법상 강제추행 등 혐의로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0.07.22 alwaysame@newspim.com |
◆ "기관장 장례식 유감...수사기관, 고소 사실 전달 경로 확인해야"
A씨 측은 서울시에 대해서 날선 비판을 이어가는 한편, 수사기관엔 서울시의 성추행 방조 의혹, 피소 사실 유출 의혹 등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박 전 시장이 성추행으로 피소된 것은 사실인데, 이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십만 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관장 장례를 치러 피해자에게 피고소인의 위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며 "정당하게 사법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역대 비서실장들이 박 전 시장과 피해자 사이에 이상한 낌새를) 몰랐다고 하는 것은 책임 회피고, 아직 진술하지 않은 피해자의 진술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에 대한 수사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박 전 시장은 법률가였고 대권 주자였다"며 "구체적인 고소 죄명에 대한 명확한 확인 없이 피소 가능성이나 피소 여부만으로 초유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쉽게 납득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측의 고소 죄명이 명시된 고소장이 경찰에 제출된 시각 이후, 박 전 시장의 연락 내역 등은 중요하게 확인돼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A씨 측은 서울시의 합조단 구성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다음 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들 단체는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은 박 전 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이라며 "이는 4년 동안 지속됐다"고 했다. 이후 지난 16일에는 서면 자료를 통해 박 전 시장이 A씨의 인사이동 요청을 만류하고 승인하지 않았으며, A씨가 자신의 혈압을 재도록 하는 등 업무 외적인 일로 성적 괴롭힘을 가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