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전 고위험 음주 산모에서 거대아 출산위험 2.5배 증가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가임기 여성의 임신 전 음주가 태아의 발달 능력을 감소시키고, 기형아 및 거대아 출산율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가임기 여성의 임신 전 음주가 임신과 태아발달 능력을 감소시키고, 기형아 및 거대아 출산율을 크게 증가시킨다는 것을 실험모델과 임신코호트에서 동시에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임신 중 음주 폐해 연구 및 근거들은 그동안 많이 있었지만 임신 전 음주에 의한 산모의 대사기능이상 유발과 함께 태아 발달이상, 기형아 및 거대아 출산위험 증가를 실험적으로 확인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여성의 사회진출 및 평균결혼연령 증가와 함께 가임기 여성 음주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0.98(2018년 기준)에 불과하고, 불임 및 난임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그러면서 "임신 중 음주와 같이 임신 전 음주 폐해에 대한 근거마련 연구가 보건학적 예방관리 측면에서 매우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자료=국립보건연구원] |
국립보건연구원 김원호 박사 연구팀은 5% 알코올이 든 식이를 임신 전 2주 동안 쥐에 섭취시킨 후, 임신을 유도하고 태아발달-출산-성장에 이르는 각 단계에서 생체 내 산모와 태아 각 조직들에서의 대사기능 변화를 조사·분석했다.
알코올 적응기(1, 2, 3% 알코올)를 거친 7주령 쥐에 5% 알코올이 든 식이를 2주간 섭취케 한 후 임신을 유도한 결과, 임신 전 알코올 섭취한 군에서 임신능력 22%, 태아 수 11%, 태아발달능력 23% 각각 감소했으며, 발가락 기형은 7% 증가했다.
또한, 출생 직후 몸무게가 정상군에 비해 1.87배 높았으나, 생후 1주, 2주, 3주에서의 몸무게는 크게 줄었다.
출생 후 나타나는 거대아와 성장발달저하 현상은 임신 중반 이후 산모에서 알코올 섭취에 따른 공복혈당 저하와 일치함을 확인했다.
임신 전 음주를 한 산모에서, 혈당 분해 능력이 크게 감소돼 있었고, 지방간 형성은 증가함을 확인했다. 아울러 이러한 현상이 태아발달이상 및 거대아 발생 증가의 주요 원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인 임신코호트 활용 분석 연구 결과도 있다. 실험동물모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후속연구로 국립보건연구원에서 구축한 한국인 임신코호트(4542명) 중 추적 탈락, 복수 임신 그리고 당뇨, 고혈압 등 주요 질환을 가진 산모를 제외한 2886명을 최종연구에 포함해 분석했다.
해당 연구는 임신 전 음주를 전혀 하지 않은 비음주군(561명), 일반음주군(2099명), 고위험음주군(226명, 1회에 5잔 이상 또는 주당 2회 이상 마시는 경우) 세 군으로 나눠 진행됐다. 분석 결과, 임신 전 고위험음주군에서 거대아 출산율은 7.5%로 비음주군 2.9%, 일반음주군 3.2%에 비해 2.5배 이상 높았다.
임신 전 고위험음주와 거대아 출산 간의 다중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에서도 그 위험도가 비음주군에 비해 2.3배 증가했다. 이는 동물모델에서와 같이 임신 전 고위험음주가 거대아 출산위험을 높이는 주요 위험지표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권 원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임신 전 음주가 불임 또는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심지어 태아발달저하와 함께 기형아 또는 거대아 출산 위험을 높이고, 출생 후 성장 발육 저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임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근거를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가임기 여성, 특히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의 경우 원활한 임신과 산모 및 태아의 건강, 출생 후 아기의 정상적인 성장발육을 위해서는 임신 전부터 음주를 중단하는 것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속 증가하는 불임과 난임 문제를 줄이고 건강한 임신을 위해 가임기 젊은 여성을 상대로 임신 전 음주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과 홍보 및 건강관리지침마련 등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립보건연구원 '만성병관리기술개발연구'와 '여성건강연구' 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실험동물모델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 한국인 임신코호트를 이용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에 제출, 개정작업 중에 있어 일부 결과만 제시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