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대면 예배 강제할 수 없어" vs 정부 "사회적 방역 협조 당부"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다시 주말이 다가오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고비를 맞고 있다. 일일 확진자 수가 보름 넘게 세자릿 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교회발 관련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고 있어 주말 교회 예배가 비대면 전환으로 이뤄질지 시선이 쏠린다.
◆ 교회계 "종교의 자유, 대면 예배" 강조
지난 14일부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대를 넘어서자 방역당국은 지난 16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하고,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19일 0시부터 수도권 교회 내 예배 금지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지난 주말 전국 2000여 곳의 교회에서 대면 예배가 강행됐다. 최근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사회 감염으로 이어져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8.15 참가국민 비상대책위원회와 사랑제일교회 변호인단 등 관계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문재인 정권 가짜 방역계엄령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사랑제일교회. 2020.08.21 mironj19@newspim.com |
정세균 총리는 28일 "수도권과 부산, 충남 등에서 비대면 예배를 의무화하고 있음에도 지난 주말 2000여곳 가까운 교회가 대면 예배를 했다"며 "성도들과 이웃의 안전을 위해 교회 스스로 방역지침에 협조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이번 일요일 비대면 예배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행정명령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하라"고 지자체에 당부했다.
종교계 중 유독 교회 관련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다. 28일 기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975명이다. 또 27일 기준 서울 서구 주님의교회 관련은 36명, 여의도 순복음교회 확진자 27명, 용인 우리제일교회 확진자는 66명이다. 또 광복절 집회 관련 확진자는 273명 발생했다. 광복절 집회와 서울 사랑제일교회 참여자들 명단이 확보되지 않아 신규 확진자는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일부 교회의 성가대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노래하면서 코로나19 감염이 전파, 예배 후 밀폐된 공간에서 소모임과 식사 모임을 이어가 코로나 확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교회발 확진자가 지역에서 무더기로 발생하면서 지역 중소교회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해 크리스천은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며 "지역 주민께 피해를 끼쳐 미안하다"는 입장을 밝힌 곳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교회 지도자들은 대면 예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교회 지도자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교회 측의 방역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에서 대면 예배를 요청하며 종교의 자유를 언급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개신교 지도자 오찬간담회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0.07.14 alwaysame@newspim.com |
김태영 회장은 "종교의 자유를 너무 쉽게 공권력으로 제한할 수 있고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려서 크게 놀랐다"며 "교회는 정부의 방역에 적극 협조할 것이지만 교회 본질인 예배를 지키는 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가 한두주, 한두달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볼 때 대책 없이 교회 문을 닫고 비대면·온라인 예배를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 오늘의 교회 현실"이라며 "전체 교회를 막는 현재의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정부도 부담이고 교회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김 회장은 방역 인증 제도의 도입을 제안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는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라며 "대한민국에 교회 수가 6만여개라고 하고, 교회마다 예배 방식이 다르다. 옥석을 가리지 않고 일률적으로 조치를 내리는데 대한 안타까움은 이해하지만 그 부분은 받아들여달라"며 대면 예배 허용에 반대 입장 고수했다.
◆ "코로나 위기, 종교계 자유 언급할 상황 아니다"라는 비판도
이미 3단계 격상 수준의 위기 상황에서 종교의 자유와 사회적 방역 중 어느 것에 가치를 둬야 할까. 심형준 종교학 박사는 "종교의 자유가 헌법적 가치로 볼 때 최상으로 보기 어렵다. 양심의 자유, 신앙의 자유는 사람이 생존하는 환경이 보장돼야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신교회가 정부에 현장 예배를 강조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어서다"라며 "지배적인 종교가 됐다면 사회전반적인 어려움을 돌보고 배려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종교계가 어떻게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일침했다.
심 박사는 또 현재 코로나 위기는 '전쟁'과 다름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보건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종교의 자유가 이슈될 수 있는 맥락이 있는데, 현재는 정권에 종교의 자유를 휘두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3단계로 격상할지 나라 전체가 고민에 빠져있다. 경제를 죽이더라도 방역을 할 것이냐, 내년 혹은 내후년까지 코로나 위기가 이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경제적 충격을 최대한 완화면서 보건 안전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교계 기득권이 한국 사회에 대해 충분한 권한과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그 지점에서 고민해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 천주교 미사 중단하는 곳도…불교 집회 30일까지 인원 제한
코로나19의 사회적 확산을 막기 위해 다른 타 종교계에서 집회와 미사를 중단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하며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른 종교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전국 16개 교구 중 군종교구와 대전교구, 의정부교구, 광주대교구, 수원교구가 미사를 중단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8일 오후 서울 노원구 빛가온교회의 모습.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진자는 21명이며, 첫 확진자를 제외한 364명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이다. 2020.08.28 pangbin@newspim.com |
군종교구는 국방부 지침에 따라 가장 먼저 현장 미사를 중단하고 지난 21일 유튜브를 통해 미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광주대교구도 21일부터 광주시 행정조치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미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확산세가 심해지자 27일부터 9월 10일까지 광주광역시 본당과 기관의 미사와 모임도 중단을 결정했다. 대전교구도 지난 22일부터 9월 6일까지 대정광역시 내 본당과 기관 및 수도회 미사를 중단하고, 세종특별자치시와 충청남도 내의 본당, 기관 및 수도회는 31일까지 운영을 멈춘다.
또 수원교구(일부지역)도 14일부터 경기도의 집회제한 행정명령 지침에 따라 15일부터 29일까지 각종 대면 소모임 활동을 전면 금지하고 미사 시 성가 자제, 큰소리로 노래 부르거나 말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안동교구는 지난 21일 8일 경복궁역 인급 집회와 15일 광화문 집헤 참석자는 선별 진료소 검사를 받으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외 대구대교구, 청주, 전주, 부산, 제주, 인천 등에서는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수도권 지역은 전역 10인 이상 옥외 집회 금지) 대면으로 모이는 사적·공적 집합 모임과 행사를 금지하고 미사 시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를 필수적으로 하고 온라인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수도권에 이어 부산까지 확대된 18일 오는 30일까지 초하루 법회와 백중기도, 칠석법회 등 법회 봉행 시 동참인원을 실내 50인 이내, 실외 100인 이내로 제한하고 합창단 소모임 등 대면 모임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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