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의 계층간 자산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미국 정부의 세수 필요로 백만장자와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부유세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 세계적인 경제 석학들로부터 나왔다.
17일(현지시간)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프 E.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와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이날 컬럼비아대와 르몽드가 공동 주최한 행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우리가 사는 21세기에 미국인 중 매우 큰 비중은 기본적인 중산층의 생활도 누릴 수 없다"고 말했다.
피케티 교수는 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이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더욱 부를 축적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부를 축적하는 속도는 전체 경제가 확대하는 속도보다 종종 더 빠르다고 지적했다.
CNBC에 따르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닷컴 최고경영자(CEO)의 순자산은 8월에만 2000억 달러(약 234조6000억 원)가 늘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사진=블룸버그] |
피케티 교수는 "이렇게 부유한 계층에 부유세를 통해 공공재에 더욱 기여하기를 요청하는 것은 상식에 맞다"고 주장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부유세가 소득세에 비해 정부에게 더 많은 세수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유세는 개인의 순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세금으로 한 사람이 올린 소득에 부과되는 소득세와 차이가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부유세는 종종 자본소득세를 통해 피할 수 있는 세수가 될 수 있다"면서 "때때로 소득세를 피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잇어 부유세는 사실 매우 효과적인 세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 정부의 부채가 대규모로 급증하면서 정부의 세수가 매우 긴요하다고 평가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지출을 더욱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우리는 자산의 불평등이 심하고 억만장자들에게 3%, 5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가에게 2%의 부유세를 부과해도 엄청난 세수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의 자본소득세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세금정책센터(TPC)에 따르면 자본소득세의 최고 세율은 개인소득세의 최고 세율보다 현재 낮다. 이는 투자할 자원이 풍부한 부유층이 노동을 통해 소득을 올리는 이들보다 더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부유세 도입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쟁점이 돼 왔다. 이와 관련해 피케티 교수는 "부유세는 엘리자베스 워런이나 버니 샌더스 만큼은 아니지만 조 바이든(민주당 대선 후보)이 진전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바이든 전 부통령의 세제개혁 공약에는 부유세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바이든 전 부통령은 높은 개인 소득세를 통해 부유층이 내는 세금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대선 경선 캠페인에서 워런 상원의원은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6%의 부유세 부과를 주장했다. 샌더스 의원도 백만장자와 억만장자에게 각각 1%와 8%의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부유세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어번-브루킹스 세금정책센터의 하워드 글렉먼 선임 연구원은 지난해 "자본 소득으로 개인이 사적으로 소유한 자산의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며 납세자로 하여금 그들이 소유한 부의 이전을 이해하도록 하는 유인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쟁점이 제기된다"면서 "이것은 말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