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외부활동 자제하시는데 이런 일 발생해 송구스럽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외교부가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지만, 정작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이를 지키지 않고 미국으로 요트 구입을 위한 여행을 떠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강경화 장관은 논란이 일어난 지 하루 만인 4일 오후 공식적으로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이날 열린 외교부 실·국장급 회의에 참석해 "국민들께서 해외여행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러한 일이 있어 경위를 떠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안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2020.09.28 kilroy023@newspim.com |
앞서 강 장관의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이일병 교수는 전날 공항에서 만난 KBS 취재진에게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양보해야 하나. 모든 걸 다른 사람을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다"며 "코로나19가 하루 이틀 안에 없어질 게 아닌데 맨날 집에만 있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 교수는 요트 구입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이 교수가 구입하기로 한 요트는 한국 돈으로 2억에서 3억여 원에 이르는 고가 요트로 알려져 있다.
외교부가 지난 9월 18일 발령한 전 세계 특별여행주의보. 이 주의보는 오는 18일까지 유지된다. [사진=외교부 홈페이지 갈무리] |
문제는 현재 정부가 전 세계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는 점이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달 18일 전 세계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우리 국민의 해외 방문 자제가 긴요하다"며 "부득이하게 해외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께서는 다중행사 참여 및 외출·이동 자제를 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런데 정작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고가 요트 구입을 위한 미국 여행을 떠나면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교수의 블로그에 명시된 내용들을 종합하면 이 교수는 지난 2월에도 지인들과 베트남 호찌민 관광을 떠났다. 이 교수는 당시 테니스를 즐기는가 하면 대형 해산물 식당, 전쟁박물관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실제로 가지는 못했지만 그리스 여행을 계획한 바 있다. 이때도 요트 구입을 위한 여행이었다. 이 교수는 당시 블로그에서 "비행기와 숙박시설, 요트 구매 관련 검사 등의 예약이 끝났다"며 "그리스에 간다면 신전, 국립 박물관, 극장 등을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때 그리스에 가지 못했다. 이 교수는 6월 15일부터 그리스가 한국발 여행객을 입국시킨다고 알고 6월 16일에 그리스로 출국하려 했으나, 이 소식이 잘못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외교부는 "그리스로의 여행은 7월 1일부터 가능하다"고 정정했다.
한편 강 장관 남편의 해외여행에 대해 야당 등 일각에서는 "국민들은 추석 성묘도 못 갔는데 외교부 장관 남편은 해외여행이라니 믿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구두논평을 통해 "국민들은 정부의 해외여행 자제 권고에 따라 긴급한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추석 성묘조차 못 갔는데, 정작 정부 주무부처인 외교부 장관 남편은 마음대로 해외여행을 떠난다니 믿기 어렵다"며 "외교부가 장관 가족에게만 특별 해외여행 허가를 내렸느냐"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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