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각 징역 3년6월~9년 구형…"준법의식 희박"
피고인들 "어린 자녀 돌볼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배우 주진모씨와 하정우 씨 등 연예인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한 뒤 사생활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금전을 요구한 일당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차은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모(31) 씨와 그의 남편 박모(40) 씨 등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김 씨에게 징역 9년, 박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사진=뉴스핌DB] 2020.08.03.goongeen@newspim.com |
검찰은 "연예인 휴대전화를 해킹한 뒤 사생활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금원을 갈취한 사건으로 죄질이 불량하다"며 "편취한 금액이 큰 점을 고려할 때 사안이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이밖에도 다수의 사기 사건에 가담해 준법의식이 매우 희박한 점을 알 수 있고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못한 점을 참작하면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할 사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원심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연예인 해킹 사건은 오모 씨의 협박에 가담하게 됐고 내용을 알지 못했다"며 관대한 판결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또 박 씨 측 변호인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일부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인정하나 아내 김 씨의 요청으로 어떤 사건인지 모르고 연루된 것"이라며 "부부가 함께 구속돼 있는데 4살 된 어린 아들을 부양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관용을 바란다"고 말했다.
김 씨는 최후진술에서 "구속된 후 단 하루도 후회하지 않은 적이 없고 피해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다"며 "어리석은 저로 인해 아들이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며 고통받고 있는데 하루라도 빨리 아들 곁에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흐느꼈다.
박 씨도 "피해자분들에게 죄송하고 앞으로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겠다"며 "부부 중 한 명만이라도 나가서 아들을 돌볼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검찰은 '몸캠 피싱 사기 사건'으로 김 씨 부부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언니 김모(34) 씨에게는 징역 3년6월, 그의 남편 문모(40) 씨에게는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앞서 1심은 동생 김 씨 부부에게 징역 5년과 징역 2년6월을 각 선고했다. 아울러 언니 김 씨 부부에게는 징역 1년4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6월을 각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어 좋은 사회적 평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연예인들의 사생활 자유를 해킹 등 방식으로 취득하고 이를 공개한다고 협박하면서 공포감을 극대화한 후 이를 빌미로 금전을 요구한 범행은 계획적이고 조직적이어서 그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김 씨 등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연예인 8명의 휴대전화와 인터넷 계정 등을 해킹한 뒤 신상에 관한 개인정보를 유출하겠다고 협박해 수억원대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은 주진모·하정우 씨 등이 해커 일당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경찰에 제공하면서 알려졌다.
이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은 내년 2월 2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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